땅집고

"여기가 평당 5000? 믿깁니까?"…초양극화 장세 펼쳐지는 부산

뉴스 부산=박기홍 기자
입력 2022.06.26 09:55 수정 2022.06.26 10:07

[지방 주택시장은 지금] ③“같은 부산인데 이래 달라도 되는 겁니까”…두 얼굴의 부산 주택시장

[땅집고] 부산 수영구 민락동에 짓고 있는 '협성 휴포레'. 후분양 단지로 주변 시세를 고려해 분양가 평당 5000만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외벽 곳곳에 후분양 현장임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있다. /박기홍 기자


[땅집고] “여기가 무슨 (서울) 강남입니까? 분양가가 (평당) 5000만원이라니요.” “부산도 이제 규제지역 풀어야 한다니까요. 집 사려는 사람이 없어요”

최근 부산 주택 시장에서는 양극화를 넘어 초양극화 현상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도저히 같은 부산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부동산 경기가 극과 극이다. 부산 전 지역에서 주택 매매 거래는 꽉 막혀있다. 하지만 해운대구 등 동부산에서는 역대급 신고가가 나오고, 부산진구 등 중부산에서는 극심한 경기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평당 5000만원에 후분양”…해운대에선 신고가 잇따라 경신

지난 25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10층짜리 민락회센터 건물 뒤로 지상 39층 주상복합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올 연말 분양을 앞둔 수영구 민락동 후분양 단지 ‘협성휴포레’다. 골조 공사는 70%쯤 마쳤다. 건물 외벽에는 ‘후분양’ 단지임을 알리는 문구가 멀리서도 볼 수 있게 곳곳에 붙어있었다. 이 아파트는 2동 300가구 밖에 안되지만 부산 주택 시장의 눈과 귀가 쏠려있다.

브랜드 건설사 대단지도 아닌데 관심이 큰 이유는 분양가 때문이다. 평당 5000만원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주택형은 모두 전용 84㎡로 총 분양가가 15억원에 달한다. 평당 5000만원은 지난해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평당 5668만원)와 별 차이가 없다. 대한민국 최고 입지 중 한곳인 반포동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한 래미안원베일리는 역대 분양 아파트 중 가격이 가장 높다. 협성건설 관계자는 “분양가 5000만원 이야기가 많이 돌고 있지만 확정한 것은 아니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합리적인 선에서 정할 것”이라 말했다. 준공 후 분양하는 아파트는 사업자가 분양가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땅집고]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민락동 일대. 사진 가운데 타워크레인이 설치된 협성휴포레 공사 현장이 보인다. 협성 휴포레는 39층 높이로 지어져 고층에서는 바다 조망이 가능하다./박기홍 기자


협성 휴포레 맞은편 ‘e편한세상 오션테라스’ 30평대는 최근 12억~13억원대에 거래됐다. 호가는 15억원이다. 부산 재건축 최대어인 남천동 삼익비치 30평대는 최근 15억5000만원에 팔렸다. 민락동에 사는 김태호(62)씨는 “평당 분양가 5000만원은 부산 살면서 처음 들어본 금액”이라며 “협성휴포레는 역세권도 아니고 바다 조망도 잘 나오지 않는데 그 정도 가치는 아닌 것 같다”고 갸우뚱했다.

분양가가 평당 4000만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후분양 단지는 또 있다. 해운대구 ‘해운대 경동리인뷰 2차’(636가구)와 남구 대연4구역을 재건축한 ‘대연 푸르지오 클라센트’다. 한 분양회사 관계자는 “신축 프리미엄을 노리고 가격을 높게 책정해 분양하는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반응이 많아 향후 규제지역 해제 여부 등 시장 상황을 살피면서 분양에 나설 것 같다”고 말했다.

동부산권에서는 후분양 단지 인근 아파트 가격도 동반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종근 오션킹공인중개사사무소 소장은 “수영구와 해운대구는 규제로 묶여있어 외지인 투자가 없고 부산 실수요자들은 본인 집이 안 팔려 거래가 뚝 끊긴 상황”이라며 “해운대구와 수영구도 거래가 없지만 집값이 떨어진 건 아니다”고 말했다. 오히려 해운대 경동제이드, 해운대엘시티더샵은 최근 석달 새 50~60평대가 신고가를 경신했다. 해운대구 우동 S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해운대 쪽은 재건축 이슈도 있고 외지인 투자자들이 항상 대기하고 있어 규제가 풀리면 바로 몰려들 것”이라며 “후분양 아파트가 인근 기존 아파트 가격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땅집고] 부산 수영구 광안리 일대. /박기홍 기자


■하반기 1만5000가구 입주 폭탄…일부 지역선 전월세 거래도 중단

해운대구와 수영구 정도를 제외한 부산 주택시장은 침체 국면이다. 부산 아파트 월 평균 매매거래량은 7500건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상반기 월별 거래량은 평균 3000건으로 60% 급감했다. 게다가 임대인의 세 부담 증가와 임차인의 이자 부담이 겹치면서 지난달 임대차계약 중 월세 거래 비중이 전세 거래를 넘어섰다. 대세 하락기 시장의 전조 현상이 상반기 내내 지속된 것이다.

[땅집고] 부산 연도별 아파트 입주물량. 업계에서는 연간 적정 물량을 2만가구로 추산한다.


신규 주택 공급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부산시 입주물량은 1만5000가구로 예년보다 적었지만 올해는 2만6300가구가 쏟아진다. 연 평균 적정 공급량인 2만가구를 상회한다. 올 하반기에만 1만5000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부산진구에서는 래미안 어반파크(2616가구), 가야롯데캐슬골드아너(935가구), e편한세상시민공원(1401가구) 등 5000가구가 대거 입주한다. 업계에서는 집값이 물량 폭탄을 버티기 힘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땅집고] 부산진구 연지동 래미안어반파크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에 붙어있는 매물 홍보 게시글./박기홍 기자


올 9월 말 입주를 앞둔 래미안어반파크는 현재 전월세 매물만 200여개가 나와있지만 거래는 완전히 끊겼다. 부산진구 연지동 L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래미안어반파크 매매가격이10억원(30평 기준)이라고 매수자들이 깜짝 놀란다”며 “그 돈이면 해운대를 가지 왜 이 동네를 사느냐고 반문한다”고 했다. 급격하게 오른 집값에 수요가 끊기면서 부산진구를 비롯한 중부산 주요 아파트 실거래가는 최근 1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땅집고] 부산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추이. 지난해 하반기 지속적으로 상승하다 올 상반기부터는 크게 변동이 없다./한국감정원 제공



부산은 중구와 기장군을 제외한 14개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다. 부산은 대구나 세종처럼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 아닌 약보합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6월말 열릴 국토교통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규제 해제 조치가 나오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서도 최근 부산 아파트 가격은 매주 0.00%나 -0.01% 등을 오가며 약보합세다.

[땅집고] 부산 아파트 미분양 추이./국토교통부 제공



규제지역을 해제하려면 정량적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조정대상지역은 6개월 평균 주택가격상승률이 -1% 이하여야 해제 조건을 충족한다. ▲청약경쟁률 ▲분양권 전매량 ▲미분양 등 다른 요건도 고려한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은 “부산은 정량적 조건만 놓고 보면 규제지역 해제 대상이 아니지만 정성적 조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에 부산시 인구 자체도 줄고 있어 거래시장 위축이 장기화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일부 지역은 규제를 풀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부산=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재산세, 종부세 확 준다는데, 올해 우리 집 세금은 얼마나 줄어드나. ☞ 땅집고 앱에서 바로 확인




화제의 뉴스

'이번에 여의도 인근서 2억 로또'...당산 리버파크 111가구 일반분양
신한금융, 첫 요양원 하남 미사신도시 착공 "대지 500평, 땅값만 150억"
"16억 냈는데 누수에 엉망진창…" 입주 거부까지 치달은 마곡 롯데르웨스트
현대건설 새 사장, 57년생→70년생으로 파격적 세대교체
'안전진단 건너뛰고' 일단 조합 설립…재건축 패스트트랙법 국회 통과

오늘의 땅집GO

"국평 16억짜리 하자 폭탄"입주 거부까지 치달은 마곡 롯데르웨스트
신한금융, 첫 요양원 하남 미사 착공 "대지 500평, 땅값만 150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