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가 급등과 잇따른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시장이 안갯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땅집고는 전문가 20명 대상으로 하반기 시장 전망에 대해 긴급 설문조사했다. 집값과 전셋값 추이, 바람직한 투자 전략 등으로 나눠 4회에 걸쳐 설문조사 결과를 싣는다.
[기로에 선 2022 하반기 주택 시장] ①서울 집값은 강보합, 경기·인천은 하향 조정될 듯
[땅집고] 국내 부동산 전문가 10명 중 5명은 올 하반기 전반적인 집값은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별로 서울에선 강남·서초 등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은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강보합세를 유지하겠지만 경기·인천에서는 완만한 하향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방은 집값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땅집고가 최근 부동산 전문가 20명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하반기 주택시장 전망’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절반은 하반기 집값이 보합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머지 5명은 상승, 5명은 하락을 각각 예상했다. 서울은 재건축 아파트가 많은 강남과 도심권은 집값이 상승하겠지만 경기와 인천은 전체적으로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장기간에 걸친 집값 급등 피로감에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매수 심리가 살아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반기 최대 변수로는 금리 인상과 임대차 3법을 꼽았다.
■“서울은 강보합…경기는 하향 안정, 인천은 위험”
전문가들은 집값 양극화 현상이 상반기보다 더 심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이 꽉 막힌 15억원 이상 고가주택은 이미 금리 인상과 전혀 무관한 시장이었다”며 “강남 재건축 아파트 등 고가주택은 공급 부족 여파로 계속 상승하겠지만 10억원 안팎 중가 주택은 금리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은 대기수요가 여전히 많고 원자재값 상승 영향 등으로 신규 공급에 난항을 겪고 있어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점쳤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더 강해지면서 서울은 상승, 경기·인천에서는 호재 유무에 따라 지역별 집값 흐름에서 완전히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주택매매가격동향 조사 결과, 서울은 0.04% 올라 4월과 같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경기는 0.03%→-0.06%, 인천은 0.01%→-0.15%를 기록하며 한 달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인천은 지난해 입주물량이 1만9000가구였는데 올해는 두 배인 3만7000가구, 내년에는 4만2000가구로 늘어나면서 공급 과잉 우려도 나온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인천은 지난해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데다 당분간 공급량도 많아 하향 조정 가능성이 크다”며 “대구와 세종에 이어 인천, 대전은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공급 부족으로 더 오를 것” vs. “금리인상 못 견딜 것”
전문가 20명 중 10명은 보합세를 점쳤지만 나머지 10명은 상승과 하락 전망이 5대5로 나뉘었다. 상승론의 근거는 수급 여건이 좋지 못하다는 것.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0년 4만9525가구였던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1년 3만2689가구로 감소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2만1417가구, 2만3975가구로 2만가구로 감소할 전망이다.
두성규 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은 주택 공급 자체가 원활치 않고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여건도 좋지 않아 입주물량이 감소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상반기에 일부 지역에서 1~2건씩 급매물이 거래됐다고 해서 시세가 하락했다고 보는 건 과잉일반화의 오류”라며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등 대규모 신규 공급이 막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가격 하락을 예상하기는 어렵고 상반기처럼 강남·서초 중심으로 신고가가 나오면서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하반기에 다주택자 매물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어차피 과세기준일(6월1일)이 지나 집을 서둘러 처분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 우병탁 세무사는 “과세 기준일이 지났고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적 유예는 내년 5월9일까지여서 다주택자들은 하반기에 시장을 차분하게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올 상반기처럼 매수자들이 희망하는 가격에 급매물이 나오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반면, 하락을 점치는 전문가들은 입주 물량을 제외한 금리 인상, 주택구입부담지수, 전세가율 등 주택시장 관련 모든 지표가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주장한다. 수급 요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 특히 대출금리는 올 연말 최고 8%대 진입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주택시장 각종 지표가 집값이 더 오르기에는 한계치에 와있다”면서 “유일한 상승 요인은 입주물량 부족인데 그마저도 지금 시장에선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상반기에 입주물량이 많았다면 지금보다 가격이 더 하락했을 것이라고 했다.
미분양 추이를 주목해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다. 하반기에는 지방 중심으로 미분양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지난 4월 360가구로 한 달 새 2배쯤 늘었다.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장은 “매수자들이 집을 안 사는 분위기이고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나오는 등 청약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다”며 “대구·대전·부산 등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는 지역과 상품은 하반기에 미분양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기홍·이지은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leejin0506@chosun.com
[설문조사 응답자(가나다순임)]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김기원 리치고 대표,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 두성규 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심형석 미국 IAU 교수,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 우병탁 신한은행 투자자문센터,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이현철 아파트 사이클연구소장,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홍춘욱 리치고인베스트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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