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리포트] 11년 만에 개장한 춘천 레고랜드, 대박? 쪽박?
[땅집고] “아이들이 하도 레고랜드에 가자고 졸라서 왔는데, 생각보다 잘 꾸며져 있고 볼거리도 적지 않아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에는 정말 좋네요” “학교에서 단체로 구경왔어요. 저는 열세살인데 놀이기구가 너무 시시해서 두 번은 안 올 것 같아요.”
지난 16일 찾은 강원도 춘천시 경춘선 춘천역에서 내려 차로 춘천대교를 통해 하중도에 있는 ‘춘천 레고랜드’(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에 진입하기까지 5분 정도 걸렸다. 노랑·빨강·파랑 등 원색 레고 블록으로 만들어 알록달록한 출입구가 보였다. 입구에는 유치원생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동반한 3~4인 가족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열에 한 두팀 정도가 친구나 연인끼리 온 방문객이었다.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관계자는 “전날 전국적인 비소식이 있어서 오늘은 평소보다 방문객이 20~30% 정도 적다”면서 “개장 후 주말마다 주차장 6000대가 꽉 찰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글로벌 테마파크인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가 지난 5월 5일 강원 춘천시에 정식 개장했다. 춘천 하중도에 총 28만㎡(약 8만4700평) 규모다. 이 리조트는 2011년 9월 처음 발표했지만 하중도 내 문화재 훼손, 사업성 논란 등을 겪으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약 11년 만에 문을 연 것이다.
춘천역에서 레고랜드로 곧바로 갈 수 있는 무료 셔틀버스를 1시간 간격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춘천 관광지라면 남이섬이나 닭갈비 골목 정도를 떠올렸지만 이제 초대형 관광지인 ‘레고랜드’가 추가되면서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돌고 있다. 앞으로 춘천 레고랜드가 국내 테마파크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서울 롯데월드, 용인 에버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성공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고 있다. 레고랜드가 장난감 레고 중심이어서 어린이나 레고에 관심이 많은 키덜트족 정도만 흡수해 수요가 적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는 반면 수도권 접근성이 비교적 좋아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기가 레고 천국”…7월에는 호텔도 문 열어
춘천 레고랜드는 크게 두 개 시설로 나뉜다. 약 40가지 어트랙션(놀이기구)이 있는 ‘파크’와 숙박시설인 ‘호텔’이다. 방문객은 주로 ‘파크’에서 각종 어트랙션을 타며 시간을 보낸다. 부지 중앙에는 춘천시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 ‘옵저베이션 타워’가 있다. 최고 43m 높이로 20층 건물과 맞먹어, 올라가면 레고랜드 전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파크’는 인기 레고 장난감 시리즈를 테마로 한 7개 구역으로 나뉜다. ▲브릭스트리트 ▲브릭토피아 ▲레고 캐슬 ▲닌자고 월드 ▲해적의 바다 ▲레고 시티 ▲미니랜드 등이다. 예를 들어 ‘닌자고 월드’는 일본 무사 콘셉트를 한 레고 닌자들이 전투하는 내용을 담은 애니메이션 세계관을 토대로 꾸몄다. 빨간색으로 칠한 출입문이나 대들보 건물이 들어서 있어 마치 일본에 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해적의 바다’에선 해적 의상을 한 레고 피규어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고, 물을 이용한 놀이기구가 설치돼 있다. 다른 방문객들에게 물총을 쏘면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스플래쉬 배틀’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려 있다. 자녀들 뿐 아니라 아빠들도 옷이 잔뜩 젖은 채로 물총 싸움을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
각 구역별 어트랙션을 즐기는 방문객이 대부분이지만 ‘미니랜드’에서 ‘인생샷’을 남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미니랜드는 서울 경복궁·남산타워·롯데월드타워, 부산 해운대 등 국내 명소를 레고로 만든 작품들을 전시한 곳이다. 해외 레고 전문가 100명이 약 3개월에 걸쳐 제작했으며, 레고 블럭 약 800만개가 쓰였다고 한다.
‘호텔’은 오는 7월 개장한다. 지상 4층에 객실은 총 154개다. 레고 시리즈 중 인기가 가장 많은 4개 테마로 객실을 장식했다. 테마별 객실 수는 ▲킹덤 66개 ▲닌자고 36개 ▲파이럿츠 40개 ▲ 프렌즈 12개다. 방 크기는 전용 33~38㎡이며 1~3층에는 레스토랑(280석) 등 부대시설이 있다.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관계자는 “7월에는 이미 주말까지 모든 객실 예약이 꽉 찼다”고 말했다.
■3~4인 가족 선호도 높아…“에버랜드와 비교하면 시시해”
지난 5월 개장 후 약 두 달동안 춘천 레고랜드를 찾은 방문객들 후기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3인 이상 가족 단위 방문객은 대부분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서울에 사는 30대 후반 A씨 부부는 “아이가 하도 졸라서 평일에 남편 연차를 내고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시설이 쾌적하고 아이들 반응이 좋아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레고를 수집하는 키덜트족 반응도 뜨겁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레고랜드 내 기념품점인 ‘빅샵’에서 구매할 수 있는 한정판 레고 상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내용의 글이 수두룩하다. 키덜트족인 B씨는 “서울에서 기차 타고 춘천역까지 1시간 걸리고, 춘천역에서 다시 셔틀버스 타고 레고랜드까지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당일치기 여행에도 적합했다”는 후기를 남겼다.
반면 ‘큰맘 먹고 방문했는데 실망스러웠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1일 이용권 가격이 성인 6만원, 12세 이하 어린이 5만원이다.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이 3만70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초고가다. 여기에 주차비로 1만8000원을 내야 한다. 대부분 시설이 2~12세 타깃이어서 다소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7월 개관을 앞둔 호텔 숙박비가 평일 평균 40만~60만원, 주말 100만원 이상으로 책정돼 너무 비싸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방문객 B씨는 블로그 후기에서 “성인이 탈 수 있는 놀이기구가 그나마 ‘드래곤 코스터’(롤러코스터) 정도인데, 이것도 좀 심심하게 느껴질 정도”라며 “롯데월드나 에버랜드급으로 스릴 있는 놀이기구를 생각하고 방문하면 분명 실망할 것”이라고 했다. 춘천시 퇴계중학교에서 왔다는 C(13)양은 “내 나이에 타기에도 (놀이기구가) 너무 시시해서 두 번은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춘천 레고랜드 ‘국내 놀이동산 3대장’ 오를 수 있을지 미지수
전문가들은 레고랜드가 서울 롯데월드나 용인 에버랜드만큼 대중성 있는 테마파크 반열에 오르기가 쉽지 않다고 전망한다. 방문객 후기에서 알 수 있듯, 레고랜드 특성상 2~12세 어린이를 타켓으로 정하고 놀이기구를 조성했고, 규모도 작다. 레고랜드 면적은 28만㎡로 에버랜드(148만8000㎡)나 롯데월드(58만1645㎡)보다 훨씬 작다. 입장권 가격도 비싸다. 결국 레고랜드 매출에 한계가 있다는 것.
그러나 레고랜드 측은 “운영해 보니 성인 2~4명 방문객보다 자녀 동반 가족 단위 방문객이 소비하는 규모가 훨씬 크며, 키덜트족 역시 수십만원에 달하는 기념품까지 망설이지 않고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레고랜드 측은 “개장일인 5월 5일 원래 오후 6시까지 운영하기로 했는데, 기념품점인 ‘빅샵’에서 레고 상품을 구매하려고 기다리는 줄이 너무 길어 8시까지 연장 운영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레고랜드 특성상 놀이시설 이용료 외에도 다른 매출 부분 비중이 제법 크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1세트 25만원에 달하는 유명 화가 반고흐의 ‘별 헤는 밤’ 레고가 한정판으로 42개 들어왔는데, 레고팬들이 싹 쓸어가는 바람에 직원들은 구경도 못한 적도 있다는 것.
현재 레고랜드 측이 춘천시 하중도에 확보한 부지 8만여평 중 2만여평은 미개발 상태다.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관계자는 “아직 개장 두 달이 되지 않아 미개발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미정”이라며 “앞으로 방문객 추이나 이용 시설 선호도 데이터를 참고해 나머지 땅에 추가 어트랙션이나 워터파크, 호텔 중 무엇을 지을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춘천=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윤석열 정부 들어 재산세·종부세 확 준다는데, 올해 우리 집 세금은 얼마나 줄어드나. ☞ 땅집고 앱에서 올해 우리 집 세금 30초만에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