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업비트가 ‘강남 부동산’을 집중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상화폐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에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두나무와 빗썸 등 가상화폐 거래소는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1분기 실적이 반토막 났고, 수수료 위주의 사업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일이 절실한 상황이다.
‘가상자산’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여 ‘실물자산’, 그것도 강남 빌딩을 매입하는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가상 자산에 몰려든 2030는 ‘거지’가 됐고, 거래소 운영 회사들은 이들의 돈을 털어 강남에 빌딩을 산다”며 “결과적으로 가장 자산 시장의 2030이 빗썸과 두나무의 ‘호구’가 된 것”이라고 평가가 나온다.
■양대 가상화폐 거래소 ‘강남 부동산’ 잇따라 매입
국내 양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은 서울 강남 빌딩시장에서 최근 큰손으로 떠올랐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코람코자산신탁이 설정하는 부동산투자회사(리츠)에 투자자로 참여해 강남역 초역세권 건물인 에이플러스에셋타워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 건물은 지하 8층~지상 22층 규모의 오피스빌딩이다.
두나무 관계자는 “삼성동 신사옥 완공 전 사무실 이전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임시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건물을 매입했다”며 “두나무가 오피스 건물 전체를 다 사용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직매입이 아닌 리츠를 통해 매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두나무는 10여개 자회사를 포함 500명 이상의 임직원이 공실이 나는대로 순차적으로 입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나무 신사옥은 삼성역 인근에 마련된다. 두나무는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근 토지와 빌딩 두 채를 3000억원에 매입했다. 대지면적은 736평으로 평당가는 약 4억원이다. 현대차 GBC부지와 맞닿아 있는 기존 5층짜리 건물을 허물고 신사옥을 지을 예정이다. 당시 두나무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 목적에 ‘부동산 임대 및 공급업’을 추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두나무 관계자는 “당장의 부동산 투자 목적이라기 보다는 자회사로부터 임대 수입이 발생해 사업 목적을 추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2위인 빗썸코리아도 지난해 12월 테헤란로 대로변의 대형 건물을 약 2000억원에 매입했다. 빗썸이 매입한 건물은 역삼역과 선릉역 사이에 위치해 두나무와 마찬가지로 신사옥으로 사용하기 위한 용도로 매입했다. 빗썸은 매입금액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어붙은 가상화폐 시장…‘안전자산’이 탈출구
가상화폐 거래소는 지난해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불면서 막대한 수수료를 거둬들였다. 두나무의 지난해 매출은 3조7046억원으로 그중 수수료 매출이 3조6850억원이다. 업비트 거래수수료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9%를 넘을 만큼 절대적이다. 그러나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전반적인 가상화폐 가격 하락에 따라 시장 환경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는 추세다.
두나무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426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28.6% 줄었다. 영업이익은 2878억원으로 46.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64.1% 급감한 2068억원으로 나타났다. 빗썸코리아도 1분기 영업이익이 61.19% 감소한 845억원, 매출액은 50.12% 줄어든 1247억원을 기록했다. 양대 거래소는 지난해 급격한 성장을 이루며 호황기를 맞았지만, 사업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업비트와 빗썸 등은 거래수수료 의존 사업 구조였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모색 중이다. 두나무는 가상자산 사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전혀 다른 영역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중고명품 플랫폼, 하이브와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부동산운용사와 가상화폐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가상화폐 거래소의 강남 부동산 쇼핑 열풍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강남권 오피스 가격이 급등하고 금리가 오르면서 오피스 매입에 나서는 이들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최근 부동산운용사 사이에서는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과 투자자들을 주목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
전하나 에이트빌딩중개법인 이사는 “금리가 많이 오르면서 현금 흐름이 좋지 못한 기업이나 법인은 선뜻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는 반면, IT, 벤처기업들이 강남 업무지구의 상업용 부동산을 공격적으로 매입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자산운용사 임원은 “소위 ‘쌓아둔 현금’이 많은 벤처기업들이 사옥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꽤 있어 부동산 운용사에서도 이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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