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동아타워’. 배달 기사들이 건물 왼편 조그만 출입구를 열고 지하 1층에 들어갈 때마다 양손에 음식을 싼 비닐봉지를 가득 들고 나온다. 지하 1층에 ‘달떡볶이’, ‘곱도리탕’ 등 배달 전문 식당 27곳이 입점한 공유주방 ‘고스트키친’이 있다. 매장 규모는 전용 13㎡(약 4평)에 불과한데 월 매출 6000만~1억원대를 올릴 만큼 성업 중이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학가 상권에 속하는 경의중앙선 신촌기차역 근처 상가도 비슷한 상황이다. 왕복 5차로 신촌로 이면도로에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 4층 건물 2층에 퓨전 양식당 ‘이태리마담’이 있다. 우삼겹 해장 파스타, 부채살 크림 리조또 등을 파는데 전용 50㎡ 남짓한 매장 안에 고객이 식사하는 공간은 따로 없고 배달 위주로 장사한다. 배달의민족 앱에서 5점 만점 중 4.9점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좋아 배달 기사들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2년여 동안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으로 요식업 입지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그동안 요식업자가 선호하는 1순위 공간은 단연 건물 1층 전면부였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에 공간이 넓은 1층은 가시성과 모객력이 좋아 임대료도 비쌌다. 반대로 지하 1층이나 지상 2층 이상 점포는 임차인 선호도가 떨어져 임대료가 낮고 심지어 공실로 방치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공식이 깨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외식 소비 트렌드가 식당 직접 방문에서 온라인 배달·포장 중심으로 바뀌면서 요식업자들이 굳이 임대료가 비싼 도심 1층 대형 상가에 입점할 필요가 없어진 것. 대신 가시성과 접근성이 떨어져 찬밥 신세였던 지하 1층과 지상 2층 이상 소규모 점포를 골라 배달 전문 음식점이나 공유주방 업체를 차리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배달 수요가 작년보다 20~30% 줄어들기는 했지만 배달 음식 선호 트렌드는 이어지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손님이 많은 식당=장사 잘되는 식당’이라는 공식도 바뀌었다. 신촌 일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예전엔 식당에 손님이 찾지 않는 매장을 보면 망하기 일보 직전이라는 말이 나왔다”며 “요즘은 매출 대부분을 배달 주문이 차지하기 때문에 손님이 한 명도 없어도 장사 잘되는 식당이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외식 매장을 임차하려는 요식업자 상당수는 배달 오토바이가 진입하기 편리하다면 상가 어느 층에 입점하든 상관 없고 매장 규모도 조리 공간만 있으면 된다고 본다. 그래서 지하 1층 식당이 인기다. 오토바이 배달 기사 경험이 있는 30대 권모씨는 “강남·여의도 같은 핵심업무지역에선 지하 1층이라면 조리대를 여럿 갖춘 공유주방이 많다”면서 “배달 기사들만 아는 ‘대박’ 식당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식당 주인 입장에선 도심 1층 대형 상가를 고집하지 않으면서 얻는 이점도 많다. 일단 임대료가 크게 줄고, 오프라인 고객이 없다보니 종업원 인건비와 인테리어 비용도 적게 든다.
이 같은 현상은 임대료에도 반영된다. 통상 같은 상가 건물에서1층 임대료가 월등히 비싸고 나머지 층은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층별 임대료 격차가 점점 줄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소규모 상가(연면적 330㎡ 미만) 1층 월 평균 월세는 3.3㎡(1평)당 6만402원으로, 2층(3만3330원) 대비 1.82배 높았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전인 2020년 1분기(1층 6만5670원, 2층 3만3000원)보다 층별 월세 격차가 줄었다.
배달 수요가 많은 골목 상권이나 관광지 등지에선 여전히 1층 선호도가 높지만 전반적으로 “1층이 아니어도 된다”는 트렌드는 좀 더 확산할 전망이다. 노창희 리맥스코리아 부사장은 “과거에는 매장 노출 정도가 식당 성공에 절대적 역할을 했지만, 최근엔 배달 뿐 아니라 SNS(소셜미디어) 노출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배달로 뜬 식당은 물론 SNS에서 유명해지면 골목 안쪽 건물 3~4층 매장도 장사 잘되는 곳이 많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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