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2025년 완공 말도 안돼"…부산 롯데타워, 시간끌기 꼼수?

뉴스 손희문 기자
입력 2022.06.08 02:22
[땅집고] 지난 1일 오후 부산 중구 롯데백화점 광복점. /김동환 기자


[땅집고]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부산 롯데타워’가 착공 22년이 넘도록 백화점(광복점)만 들어선채 반쪽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급기야 부산시가 백화점 영업 중단이란 칼을 꺼내들었고, 롯데 측이 “2025년까지 타워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극적으로 파국을 넘겼다.

2025년까지 부산 롯데타워를 완공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부산시민들 사이에는 다시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2025년 완공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면서 이번에도 시간끌기만 하려는 꼼수 아니냐고 의심한다. 절대적인 공기(工期) 자체가 부족하고 타워 완공 이후 구체적인 운영방안도 쏙 빠져있기 때문이다.

■ “22년간 사업 지지부진…백화점으로 이익만 빼먹어”

[땅집고] 지난 1일 오후 부산 중구 롯데백화점 광복점 입구에 휴점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김동환 기자


롯데타워 건립은 애초 롯데백화점 광복점 영업과 함께 설계한 사업이다. 롯데가 2000년 부산시로부터 옛 부산시청 터였던 해당 토지를 매입한 뒤 롯데백화점 건립과 함께 지상 300m, 107층 규모 초고층 건물을 짓겠다고 제안하면서 건축허가를 받았다.

2009년 롯데백화점이 먼저 문을 열었는데도 타워 건설에는 전혀 속도가 나지 않으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부산시는 “롯데타워 건립 사업에 진척이 없는 상황에도 매년 5월 31일 백화점 임시사용 연장 승인을 해줬다”면서 “롯데 측이 타워 건립 의지도 없으면서 디자인 변경 등으로 시간만 끌며 백화점 영업 이익만 누리고 있어 (롯데 측을) 압박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롯데타워는 지난 5월26일 부산시로부터 조건부로 경관심의를 통과했다. 롯데 측은 경관심의 통과로 백화점 영업 연장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시의 영업 연장 허가가 즉각 나오지 않아 당황했다. 부산시가 “20년 넘게 차일피일 미뤄온 타워를 진짜 건설하겠다는 더 명확한 의지를 보여 달라”며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았던 것이다. 롯데쇼핑 측은 “롯데타워 사업 추진에 착수하고 심의까지 진행 중인데 부산시는 진정성이 없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해 난감했다”고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롯데 측은 대책 마련에 나서기 위해 지난 1일을 롯데백화점 광복점 정기휴무로 지정하고, 임원들이 부산에 내려가 부산시에 사업 추진 의사를 거듭 강조하면서 1일 밤늦도록 협상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결과 부산시와 롯데 측은 2025년까지 롯데타워 완공을 위해 상호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협약에 담는 것으로 2일 오전 합의하며 갈등이 일단락됐다.

[땅집고] 부산 롯데타워 완공 후 예상 모습. /부산시·롯데그룹


■ “2025년 완공?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롯데 측은 2025년 말까지 부산 롯데타워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 건축심의를 접수하고, 내년 상반기 설계변경과 건축허가 신청을 마치고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지난 2일 협약식을 통해 롯데타워를 지상 340m, 68층 규모 전망대와 각종 문화 콘텐츠를 가미한 시설로 조성하기로 합의했다”며 “빠른 시간 안에 부산 대표 랜드마크로 완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에도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2025년 완공 계획은 당초 롯데 측이 준공 목표 시점으로 잡은 2026년보다 1년이나 빠르다. 부산시 ‘눈치보기’에 급급해 준공 시점을 앞당겼지만, 약속 시점이 다가올수록 공기 연장 등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롯데타워 내부 문화 콘텐츠 시설 조성 등 구체적인 운영 방안에 관한 내용도 없다. 결국 이 부분에 대한 합의도 향후 시간을 끌 것이란 지적이다. 강정규 동의대학교 부동산대학원장은 “부산 롯데타워는 2030엑스포를 앞둔 부산시가 기대하는 랜드마크 건물이다. 단순히 아파트처럼 짓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들어갈 문화콘텐츠와 트렌드를 반영하려면 많은 조율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부산시와 롯데 측 협약은 ‘급한 불 끄기’ 식으로 너무 빠르게 발표된 감이 있다. 세부적인 내용을 합의하는데 양측이 성실하게 임해 사업이 진척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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