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프랑스 출신 모델 겸 배우 파비앙이 한국에서 주택청약통장을 개설한 것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최근 방영된 공중파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파비앙이 일상을 공개하면서 서울시내 한 은행을 찾아가 청약통장 가입 상담을 받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MC 전현무가 “구체적인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파비앙은 “최종 목표는 자아실현이라며, 구체적으로는 ‘청약 당첨’”이라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파비앙은 최근 영주권을 취득해 청약 2순위 자격으로 신청·당첨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청약 제도 상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외국인이 세대주나 세대원이 될 수 없어 1순위 자격을 얻기는 불가능하고 2순위로 신청 가능하다. 이 역시도 일부 단지에서만 청약을 할 수 있다. 물론 1순위 청약 신청도 가능하다. 단, 세대주·세대원 자격을 필요로 하지 않는 비규제지역 민영주택 일반분양 단지만 해당한다. 이날 방송에서 은행 직원도 “입주 공고에 따라 2순위는 가능하다”고 설명하면서 주택청약 통장을 개설해줬다.

방송 이후 외국인 청약 신청·당첨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각종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한국인도 당첨되기 어려운데 외국인한테 기회주는 것이 맞느냐” “인간에게는 누구나 등기치고 싶어하는 본성이 있다”는 등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에게 청약 기회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요즘처럼 내 집 마련이 어렵고 청약이 '로또'가 된 상황에서는 한 채라도 내국인에게 우선 공급하는 게 형평성에 맞다는 주장이다. 반면 “파비앙은 4대 보험료 납부 등 한국인이랑 똑같이 세금을 내고 있다”며 “생긴 것만 외국인이지 법적으로는 한국인이 맞다”는 의견도 많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 1~8월 전국 청약 당첨자 11만2516명 중 외국인은 163명(0.14%)이다. 미미하지만 청약이 아닌 매매시장에서는 이미 외국인의 주택 매입을 규제하는 법률이 다수 발의돼 있다. /박기홍 땅집고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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