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아파트 외벽에서 ‘물벼락’이 떨어지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요?”

부산 연제구에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e편한세상 연산더퍼스트’. 최고 39층, 4개동, 총 455가구로 지난해 11월 입주한 신축 단지다. 그런데 지난달 18일 오후 2시쯤 이 아파트 외벽에서 10분 이상 물이 폭포처럼 콸콸 쏟아져 내렸다. 큰 길을 낀 이 아파트 주변을 지나던 행인과 차량이 대낮에 일제히 물벼락을 맞고 당황하며 대피했다. 무슨 하자라도 발생한걸까.

‘e편한세상 연산더퍼스트’를 시공한 DL이앤씨(옛 대림산업)는 “아파트에 하자가 생긴 것이 아니라, 외벽에 설치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는 바람에 물벼락이 떨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아파트에는 화재가 발생하면 불이 다른 동(棟)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외벽에 수막을 만들어 방어해주는 역할을 하는 스프링클러가 모든 층에 설치돼 있다. 복도에 스프링클러 수동 조작 버튼이 있는데, 관리사무소 직원이 청소하다가 잘못 눌렀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은 “아파트 외벽에도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다니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통상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내부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e편한세상 연산더퍼스트는 도시계획상 방화지구에 들어서는 아파트여서 구청에서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화지구(防火地區·fire-preventing area)란 현행 국토의계획 및 이용에관한 법률에 따라 화재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설정하는 구역이다. 도시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 화재 발생시 소방 활동에 지장이 있는 지역, 화재시 폭발·유독가스 등으로 주변 지역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공장이나 시설 주변 지역 등을 방화구역으로 묶어서 관리하고 있다.

부산시 소방재난본부는 “현행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23조제2항에 따라 방화지구 내 건축물의 인접 대지 경계선에 접하는 외벽에 설치하는 창문 등 연소할 우려가 있는 부분에 드렌처(drencher)를 설치해, 건축물 방화 성능을 높이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렌처란 건물 지붕이나 처마 등에 개방된 살수 노즐을 배치하고, 이를 배관으로 수원과 연결한 것을 말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압력수를 보내 수막을 만들어 연소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e편한세상 연산더퍼스트’의 경우 난개발 문제를 겪고 있는 부산시 연제구 도심에 있어서 화재 발생시 인근에 밀집한 노후 건축물에 불이 옮겨 붙을 가능성이 커, 의무적으로 단지 외벽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게 된 것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방화지구에 속하지 않는 일반 공동주택은 인접 대지 경계선 및 건물 간 간격이 넓어 단지 외벽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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