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거실창 코앞에 이런 고층 아파트를 지으면 햇빛도 안 들어오고…. 우리는 앞으로 남의 집 벽만 보고 살라는 겁니까?”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있는 ‘광장이노빌’. 2005년 입주한 주거용 오피스텔로, 최고 10층 총 40실이다.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과 2호선 구의역까지 각각 15분 정도 걸리고 북쪽으로 아차산공원을 끼고 있다.
그런데 최근 ‘광장이노빌’ 입주민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올 초 단지 남쪽 불과 3m 거리에 있던 5층 상가를 허물고 16층 아파트를 신축하는 공사가 시작된 것. 아파트가 완공하면 ‘광장이노빌’ 거실창은 아파트 외벽 콘크리트로 꽉 막힌다. 햇빛이 거의 차단돼 일조권 침해는 물론 조망권도 하루아침에 날아갈 상황이다.
오피스텔 입주민 A씨는 “복도식 구조 오피스텔 특성상 남향으로 난 창을 통해 유일하게 햇빛이 들어왔는데, 고층 아파트가 이를 막아버리면 일조권이 아예 사라질 판”이라며 “구청이 상업지역도 아닌 주거지역에서 거실 바로 코앞에 고층 아파트를 짓도록 승인할 것은 상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오피스텔 거실창이 꽉 막히면 상품성이 떨어져 집값도 하락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입주민들도 적지 않다.
‘광장이노빌’ 입주민들은 서울시와 광진구 건축과에 고층 아파트 공사를 불허해달라는 민원을 넣고 있다. 현행 건축법상 상업지역에 짓는 건물은 일조권과 조망권을 확보하지 않아도 되지만, ‘광장이노빌’ 오피스텔은 주거지역에 들어선 건물이니 거실창 쪽 공간을 확보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광진구 건축과는 건축 허가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입주민 주장대로 주거지역에선 일조권을 보장하기 위해 ▲건축물 높이가 9m 이하인 부분은 정북 방향 인접 대지경계선으로부터 1.5m 이상 ▲건축물 높이가 9m를 초과하는 부분은 해당 건축물 높이의 2분의 1 이상으로 간격을 두도록 규정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건물이 들어선 대지가 너비 20m 이상으로 넓은 도로에 접해 있다면 예외적으로 일조권 확보를 위한 간격 규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실제로 광진구 설명대로 ‘광장이노빌’은 단지 측면으로 왕복 6차로인 광나루로를 끼고 있다.
입주민들은 해당 규정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지적한다. 건물 전면부가 넓은 도로와 접해있다면 주변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도 일조권 침해를 덜 받겠지만, ‘광장이노빌’은 6차로 도로와 측면에 붙어있다는 것. 따라서 건축법상 문제 없어도 실질적으로 일조권과 재산권 침해를 주는 건축 허가라면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입주민들은 고층 아파트 부지를 구청이 매입해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서울시 건축기획과와 광진구 건축과 관계자는 “건축법 규정에 적합하게 건축을 추진하는 사항에 대해 허가권자가 임의로 제한할 수 없다”며 “더군다나 입주민들이 매입을 제안한 토지는 사유지여서 새로 공원을 조성하려면 토지 매입과 조성비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거실창이 꽉 막힌 ‘광장이노빌’에 대해 네티즌 의견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주거용 건물에서 거실창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저건 너무 심하다. 층수를 낮추는 등 조정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반면 “고층 아파트 건축주 입장에선 적법하게 건축하는데 건축 불허 처분을 받으면 억울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법대로 하는 것이 깔끔하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편 ‘광장이노빌’ 앞 고층 아파트 건축주인 B씨는 땅집고와의 통화에서 “대지경계선을 기준으로 하면 두 건물 간 거리가 3m지만, 거실창 기준으로 했을 때는 6m가 된다”며 “지난 1월 건축 허가를 받고 적법하게 건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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