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시위 때문에 못 살겠다! 입주민 생존권을 보장하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남부순환로를 끼고 들어선 ‘한솔로이젠트’ 주상복합 아파트. 최고 20층 총 68가구인 나홀로 단지로 2006년 입주했다. 그런데 이 단지 출입구에 큼직한 현수막이 여럿 내걸렸다. 빨간색 글자로 제작돼 지나는 이의 눈길을 잡아 끈다.

현수막에는 ‘소음 유발 시위 OUT! 미관저해! 집회 측은 집값 하락 보상하라!’, ‘SPC 시위 때문에 못살겠다, 입주민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등 문구가 적혀 있다. 이게 무슨 일일까.

서울 양재동에는 최근 ‘포켓몬 빵’ 돌풍을 일으킨 SPC삼립을 비롯해 던킨도너츠, 파리바게트 등을 보유한 SPC그룹 본사 사옥이 있다. 한솔로이젠트 아파트와 SPC 사옥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맞주보고 있다.

그런데 SPC 사옥 앞에서 파리바게트 노동조합원들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파란색 천막을 치고 약 다섯달 동안 시위를 벌였다. 2017년 노조 설립 때부터 사측에 요구했던 적정 임금, 적정 휴무 보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원들이 ‘빵보다 사람이다’를 외치며 집단 시위를 벌일 때마다, 확성기 등을 통해 양재동 일대에는 소음이 울려퍼질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SPC 사옥 바로 옆 한솔로이젠트에 사는 입주민들은 하루 종일 시위대 소음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며 단지 출입구에 현수막을 설치하게 된 것이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지속적인 소음 공해를 겪은 한솔로이젠트 입주민들이 시위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때 소음이 어느 정도로 컸고, 얼마나 지속됐는지 입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소음을 측정해 ‘수인한도’를 넘어섰다면 피해에 따른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수인한도란 소음으로 생활에 고통을 받는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참아낼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시위대로 인한 소음 수인한도는 공장이나 사업장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주간 55데시벨, 야간 45데시벨 이상이라면 수인한도를 넘어섰다고 본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최근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으로도 소음을 손쉽게 측정할 수 있어 시위로 인한 소음공해 피해를 입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면서 “다만 지금까지 판례를 고려하면 위자료가 가구당 몇십만원 수준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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