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정몽규 HDC 회장이 이달 초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광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전면 재시공 방침을 밝히면서 해체 공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체 공사는 발파식과 기계식 철거를 섞은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최고 39층짜리 고층 아파트 전면 철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것. 업계에서는 공사 자체가 매우 고난도가 될 것으로 본다. 자칫 해체 후 재시공 과정에서 다시 사고가 벌어질 위험도 커 최장 70개월로 정한 공기(工期)를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올 1월 11일 광주 화정 아이파크 201동에서 39층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23∼38층이 무너져 하청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정 회장은 지난 4일 화정 아이파크 사고 최종 대책 발표를 통해 “모든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외벽이 붕괴된 동뿐 아니라 모든 건물을 철거 후 재시공한다는 뜻이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는 최고 39층 8동 2개 단지 총 847가구 규모 주상복합이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각각 705가구, 142실이다. HDC측은 철거에서 준공까지 약 70개월 걸리고, 철거와 재시공을 포함한 총 비용은 약 375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입주시점도 당초 올 11월에서 2027년으로 늦춰진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기존 아파트 철거에만 2년, 재시공에 3년을 포함해 총 5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저층부는 발파, 고층부는 기계식 철거 유력
HDC측 발표에 대해 업계와 건축학계에서는 해체 공사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고층 아파트 단지를 통째 해체하는 것은 전례가 없었던 탓이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화정 아이파크 8개동 중 붕괴 사고가 발생한 201동부터 철거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발파해체 전문인 ‘코리아카코’를 철거업체로 선정하고, 현대차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구조 설계에 참여한 CNP동양(옛 동양구조안전기술)에 구조 검토를 맡겼다. 현산은 두 기업과 최종 철거방식을 논의한 뒤 나머지 7개동에 대한 철거업체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다.
해체 방식은 발파식과 기계식을 혼합한 방안이 유력하다. 현산 관계자는 “도심 한가운데 있는 아파트여서 발파로만 철거하기에는 분진과 소음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저층 공용부는 발파로 진행하고 분진 등을 감안해 상층부는 기계식 철거 방식을 적용할 것 같다”고 했다. 고층부를 기계식으로 먼저 철거한 뒤 저층부는 발파 해체하는 순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건물 철거는 크게 발파식과 기계식으로 나뉜다. 발파공법은 기둥·보·슬래브 등 건물을 지탱하는 뼈대에 건설용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한 뒤 폭파해 건물을 주저앉히는 방식이다. 보통 상층에서 하층으로 일정 간격을 두고 폭파한다.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국에선 폭파 잔해물로 인한 2차 피해 가능성 문제로 도심 외곽을 제외하곤 거의 쓰지 않는다. 화정 아이파크 역시 주변에 광주종합버스터미널·광주유스퀘어·신세계백화점 광주점 등 유동인구가 밀집한 시설이 많아 이 방법을 전면 도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기계식 해체 공법은 크레인으로 굴착기와 같은 해체장비를 맨꼭대기층까지 올린 뒤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차례로 부셔가면서 내려오는 방식이다. 속도는 더디지만 안정적이다.
전문가들은 상층부에 적용할 기계식 철거 공법에는 압쇄와 절단을 혼용한 방안을 적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계식 철거 방식은 굴착기에 크러셔나 브레이커 같은 특수기구를 부착해 콘크리트 단면을 잘게 쪼개는 ‘압쇄 공법’과 공업용 다이아몬드 절삭날이 박힌 와이어(줄)로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물을 옮기기 용이한 크기로 절단하는 ‘와이어쏘우(wire saw·줄톱) 공법’ 등이 대표적이다. 권순두 현암건설산업 이사는 “화정 아이파크 규모의 고층 건축물을 철거하려면 다양한 공법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해체 후 재시공에 70개월? 더 늘어날 수 있어
전문가들은 고층 건물 해체 작업이 다양한 돌발상황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있는 만큼, 공기가 넉넉지 않을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화정 아이파크는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70개월 내에 끝내야 한다. 현산은 안전 문제를 고려해 비교적 공기를 여유롭게 설정했다는 입장이지만, 해체 공사 특성상 공기가 넉넉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창우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은 “화정 아이파크 해체 공사는 고층인데다, 구조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태여서 난항이 예상된다”며 “장비사용, 안전시설 구축, 잔여물 제거 등 여러 방면에서 정밀하고 체계적인 해체 시공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도 발목을 잡는다. 지난 1월 시행한 중대재해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벌금 또는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법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정 아이파크는 중대재해법 시행 직전에 인명 사고가 났던 단지로 주목받았던 만큼, 재시공에 있어서는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설사 공기를 연장하더라도 안전 사고를 최소화하면서 공정률을 달성하는 게 최우선 과제일 것”이라고 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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