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된 지 2년째 되는 오는 7월부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전세 물량이 부족해질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전세 신규 계약이 진행됨에 따라 남은 4년치의 가격을 한꺼번에 받으려는 임대인들이 가격을 높게 부르면서 임차인들이 이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단 전망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전세 시장에 큰 여파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세 매물이 전년도에 비해 크게 부족하지 않고, 금리 인상 등으로 아파트를 매매하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가구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입지 및 교육 환경이 우수한 핵심 지역의 전세금 급등은 막을 수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리 부담에 계약갱신청구권을 1회 사용해 2년 간 더 거주할 수 있는 세입자들도 법적으로 보장된 5% 임대료 인상이 버거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전월세 가격 상승에 대비해 상생 임대인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전세 대출 한도를 늘리는 방안 등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작년보다 전세 매물 많지만, 전세금은 오른다…학군지·입지 우수한 곳 급등할 듯
계약갱신청구권은 전월세 세입자가 2년간 거주한 후 1회에 한해 2년 더 임대차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권리로 2020년 7월 시행됐다. 당시 절대 다수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전문가와 국민의 힘을 반대를 무시하고 밀어붙여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같은 해 하반기 이사철 수요가 맞물리면서 일시적으로 수도권에 전세금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경기 김포시에선 전세 매물이 나오자 집을 보러온 수요자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하지만 업계에선 올해 계약갱신청구권이 종료돼 신규 계약이 시작되는 매물이 많지만, 이 같은 전세주택 공급대란이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단 관측이 높다. 작년보다 전세주택 공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23일 네이버 부동산 매물을 집계해 발표하는 ‘아실’에 따르면 부동산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4880건으로 1년 전 2021년 같은 날 2만1558건보다 더 늘었다.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직후 전세품귀가 심각했던 2020년 9월 중순 1만42건보다 1만4000건 정도 더 많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 서울에서 계약갱신이 종료돼 시장에 나올 신규 전세 매물은 1만50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8~12월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계약을 갱신한 가구 수는 총 1만4284가구로 집계됐다. 전세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란 평가다.
하지만 매매가격이 급등한 지역에선 전세금이 따라 오를 가능성도 높다. 금리 인상 등으로 법정 상한 내에서 가격이 오르는 것도 전세금 상승에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첫 계약갱신을 하더라도 법정 한도인 5%가 적지 않은 금액이 됐다.
업계에 따르면 2년 전인 2020년 서울에서 계약 갱신청구권(5% 가격 상한제)으로 전세를 재계약한 아파트가 올해 이 계약을 다시 갱신하려면 평균 1억2000여만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동산R114랩스(REP) 시세 조사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된 2020년 7월 3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전국 전세금 평균 상승률은 27.69%에 달했다. 이 기간 임차인이 전월세상한제 5%를 활용해 재계약했다면 신규 계약으로 전환되는 오는 7월 31일 이후부터는 시세 격차(약 22%포인트 차이)에 대한 증액분을 지금부터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지난 2020년 7월 31일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당시 전국 가구당 평균 전세금은 3억997만원으로, 상한제 5%를 적용해 재계약했다면 평균 금액은 3억2547만원이다. 반면, 22일 기준 전국 가구당 평균 전세금은 4억79만원으로, 상한제 재계약과 현 시세의 가격 격차는 7532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차이로 서울은 1억2000만원, 경기는 8971만원으로 예상됐다.
계약 갱신 시기가 본격 도래하면 교육 환경이나, 출퇴근 입지가 우수한 곳, 매매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던 지역은 전세금도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 살던 집보다 입지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전세금 정도로 충당 가능한 저렴한 주택을 매매하는 사람도 있고, 금리 부담에 월세로 돌아서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전세 공급 대란은 오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다”며 “계약갱신청구권 자체가 가격을 4년 동안만 누르는 정책이기 때문에 신규 계약을 맺을 때는 매매가격 시세에 따라 전세금이 움직이면서 지역 별로 편차가 날 것”이라고 했다.
■ 원희룡 “6월 중 임대차3법 대책 내놓는다”…대출제도·인센티브 강화 가능성
전세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3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전월세 물량 자체가 부족하기보단 집주인들이 4년치 가격을 한 번에 반영하면서 일방적인 공급자 우위 시장이 될까 걱정”이라며 “전세 대출한도를 늘리거나 상생 임대인에 보유세를 유리하게 유도하는 등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조치만으로 임대차 3법을 통해 야기된 전세시장 혼란을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차 3법 이후 전세 가격 이중화 등으로 시세를 파악할 통계를 마련할 수 없게 되면서 전월세 시장이 지나치게 예측 불가능해진 것은 문제란 지적이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이미 시행된 제도를 개선하기엔 시점이 늦었고 제도를 고칠수록 부작용만 더 심화할 수 있다”며 “민간 임대시장을 보다 활성화해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입교수는 “일단 오는 7월부턴 법정 한도 내에서조차도 전세금이 최대 1억원 정도는 오를 전망인데, 지금처럼 금리가 비싸고 수도권 집값이 하락하는 추세에선 월세 또는 반전세로 갈아타는 수요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결국 전세 대신 월세가 오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를 올려주는 대신, 월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어서 결과적으로는 주거비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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