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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물권자' 물건인 줄 모르고 샀다간 재개발 투자 쪽박

뉴스 손희문 기자
입력 2022.05.18 06:50 수정 2022.05.18 09:29
[땅집고] 부산 영도구 '영도제1재정비촉진5 구역'. /독자 제공


[땅집고] 유주택자인 A씨는 지난 5월 초 경매정보지를 살펴보다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 재개발 구역 내 위치한 근린생활시설(상가)로, 이미 규제지역 내에 주택을 한 채 보유한 A씨가 취득해도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아 취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었던 것. 더구나 월세를 받아 현금수입도 챙길 수 있다는 점에 끌린 A씨는 임장(현장방문)을 마음먹었다.

그러나 법원 입찰을 며칠 앞둔 지난 16일, 적정 입찰가 산정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던 A씨는 돌연 응찰을 포기했다.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재개발 조합 관계자와 통화를 나눈 직후였다.

도대체 A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씨가 투자하려고 했던 곳은 부산 영도구 소재 영도제1재정비촉진5구역(이하 영도5재개발 구역). 영도5구역은 2018년 조합 설립 후 시공사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을 선정했다. 올 4월 건축심의를 통과한 뒤 연내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을 목표로 한창 속도를 내고 있다.

[땅집고] '영도5재개발 구역' 완공 후 예상 모습./영도5재개발조합


■ 판자촌이 오션뷰 아파트로…“웃돈 2억에 투자 저울질”

영도5구역은 과거 ‘못사는 동네’ ‘판자촌’으로 인식되던 곳이다. 그러나 영도 5구역이 메이저 건설사 브랜드를 단 대단지 오션뷰 아파트(약4500가구)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현재 재개발 구역 내 주택, 상가, 토지, 무허가건물 등 종류를 가릴 것 없이 거래되는 매물마다 프리미엄(웃돈)이 2억원 정도 붙었다.

A씨가 현장 조사에 나섰던 물건은 영선윗로터리를 끼고 있는 단층 상가건물이다. 영도구 영선동3가 116-1로 대지면적 100㎡(약30평)에 건물면적 76㎡(약23평)이다. 감정가는 약 3억1580만원으로, 현재 임차인이 주점으로 영업 중이다. A씨는 “구역 내 대지지분 10평 안팎 빌라 물건이 3억~3억5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프리미엄과 주변 시세 등을 따져봤을 때 감정가보다 조금 비싸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어 어떻게든 (낙찰을) 받으려고 계획했다”고 말했다.

[땅집고] 부산 영도구 영선동3가 116-1 일대 상가건물. 재개발 구역 내 다물권자 보유 물건이어서 매수한다해도 입주권이 나올지는 불확실하다. /독자 제공


재개발 구역 내 상가건물을 매수했을 때 아파트 입주권이 제한될 만한 리스크도 없었다. 현행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에는 상가 재개발 조합원은 재개발 후 상가를 분양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아파트 분양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상가 대지 지분이 90㎡ 이상이면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이 상가 건물은 대지지분이 약 30평(100㎡)이어서 입주권을 받는데 문제가 없다.

■ ‘다물권자 물건’ 모르고 매수해 법적분쟁 빈번

그런데 A씨는 왜 입찰을 포기했을까. 해당 물건이 이른바 다물권자가 소유한 물건인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다물권자란 해당 재개발 구역 내에 2개 이상의 부동산 물건을 소유한 조합원을 말한다. 조합 관계자는 “A씨가 투자하려는 물건이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지는 확답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해당 물건 소유자가 구역 내에 소유한 부동산이 하나 더 있다고 현황신고를 한 상태”라고 했다.

현행 도정법에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한 명의 토지등소유자로부터 토지 또는 건축물 등을 넘겨받아(양수) 여러 명이 소유하게 되면 그 여럿을 대표하는 한 명을 조합원으로 보도록 규정한다. 즉 한 명의 조합원이 재개발 구역에서 여러 물건을 갖고 있더라도 전부 합쳐서 1개로만 본다는 뜻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규정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어쨌든 A씨가 상가를 낙찰받아도 A씨와 원소유주 둘 중 한 명은 입주권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 된다. 대표 조합원 한 명만 분양신청이 가능해 재산이 공동 소유라고 해도 1개의 입주권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땅집고] '영도5재개발구역'에서 내려다 보이는 부산 앞바다./독자 제공


둘 중 한 명이 입주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분양신청 이후 소유권이전등기시까지 2분의1씩 지분을 소유해야 한다. 문제는 지분으로 쪼개진 가치는 제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시세보다 낮게 팔린다는 점이다. 대지지분이 커 ‘1+1입주권’을 받아도 마찬가지다. 두 명이 각각 하나의 입주권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2개 물건에 대해 각각 2분의 1씩 지분을 소유해야 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재개발 물건을 취득하면서 ‘다물권자 물건’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매수했다가 분양 신청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져 소송하는 사례는 빈번하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재개발 구역 내 ‘다물권자 물건’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조합원 분양 신청 자격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조항이 ‘입법 공백’ 상태이기 때문”이라며 “재개발에 투자할 때 권리관계가 불확실한 물건을 매수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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