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달라지는 상권 지형도] ‘코로나 무풍지대’ 노량진수산시장, 매출 40% 급증
[땅집고] 지난 11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전철 1호선 노량진역 9번 출구를 나와 1OOm정도 걸어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이하 노량진수산시장)으로 들어갔다. 건물 남문으로 들어가자 수산물을 구매하려는 고객과 흥정하는 상인들 목소리로 떠들썩했다. 한낮에도 대게·킹크랩 등 횟감 가격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손님, 호객 행위하는 상인으로 시장 내부엔 활기가 넘쳤다.
코로나 팬데믹이 진정세에 들어서면서 노량진과 가락시장 등 농수산물시장 상권이 되살아나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과 인근 골목시장 상인들은 코로나 창궐 시기에도 ‘버틸만했다’고 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15년간 도매상회를 운영했다는 송모씨는 “시장에서 코로나 환자가 나와 손님 발길이 끊기고 매출에 타격이 컸지만, 배달이 많이 늘면서 1년 내로 (매출을) 회복했다”며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제한이 풀려 손님은 조금씩 더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실제로 최근 동작구 노량진동이 코로나 사태 이후 매출이 증가했다는 연구기관 분석이 나왔다. 서울연구원의 '코로나19가 서울시 상권 매출 변화에 미치는 영향 분석' 논문에 따르면, 노량진동은 2019년 행정동별 상권 매출 합계액에서 1조6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엔 1조4600억원으로 약 40% 늘었다. 외식업 점포 수도 2019년 289개에서 2021년 340개로 20% 정도 늘었다.
서울 대표 상권 순위가 크게 변동하면서 노량진 상권 위상이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평가다. 행정동별 상권 매출액 기준으로 노량진동은 2019년 10위에서 2020년 6위로 상승했다. ▲중구 광희동(7위) ▲동대문구 제기동(8위) ▲마포구 서교동(11위) ▲강남구 압구정동(12위)보다 높다. 노량진 중심상권 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순위를 기록했다는 평가다.
■수산물 배달·고급화 수요 늘어나…수산시장 인근 상권도 수혜
노량진 상권이 활기를 띤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우선 수산물시장에 배달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장을 직접 찾는 고객은 줄었지만, 배달 수요는 오히려 늘었다”고 말한다. 과거 배송이 2~3일씩 걸리던 시기에는 수산물 온라인 판매가 쉽지 않았지만, 최근 당일 배송 시스템이 구축됐을 정도로 배달이 빠르다. 실제로 온라인에는 수산물 상품 수가 늘었고, 수산물 전용 온라인 몰도 생겼다. 서울 수산물 시장 상징인 노량진 수산시장이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단가가 높은 고급 어종의 수요가 늘면서 매출액이 높아진 영향도 있다. 수협노량진수산㈜ 관계자는 “참치와 연어 등 각종 어종을 도매가로 사려는 수요가 늘어난데다 고품질의 킹크랩, 대게 등 흔히 고급 어종이라고 일컬어지는 품목의 취급 물량도 늘어나며 매출이 제법 늘었다”고 말했다.
노량진수산시장이 번화하자 인근 상권도 수혜를 입고 있다. 작년 노량진수산시장 인근에 주점을 개업한 30대 한모씨는 당초 집 근처인 양천구에 창업을 고민했지만 서울시가 발표하는 상권 유동인구·매출액 등 데이터를 분석해 노량진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한씨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회복하고, 유동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을 고르다 보니 노량진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수산시장 근처에서 1차로 식사를 마친 손님이 2차로 주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당시만 해도 갈곳이 많이 없어서 장사하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홈쿡’이 끌어올린 노량진 상권… 코로나 회복 이후 주춤할 수도
전문가들은 배달문화 뿐만 아니라 '홈쿡'(식재료를 포함한 가정간편식)의 유행으로 노량진수산시장을 비롯한 노량진 역세권 상권의 식료품점·슈퍼마켓·청과상 등의 매출이 늘어난 영향도 크다고 분석한다. 코로나 이후 외식업종이 상권 총 매출액 가운데 줄었지만, 이렇게 감소된 외식 매출이 고스란히 홈쿡 매출로 흡수됐다는 것. 최상범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는 “코로나 사태 이후 상권 총 매출액의 업종별 비율 중 외식업종과 홈쿡업종의 비율은 총합은 45%로 비슷했으나, 외식업종의 비율이 10% 가까이 줄어들고 홈쿡 업종이 이를 대체했다. 홈쿡 업종 매출도 30%씩 상승세”라고 했다.
다만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서 서울 상권에 큰 변화가 생기면 노량진 위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코로나 사태로 종로와 명동 등 기존 기존 상업·업무지구 상권이 무너지면서 상대적으로 노량진수산시장 약진이 두드러진 면도 있다”며 “하지만 코로나 이후 다른 상권들이 다시 살아나면 ‘수산물’ 중심의 노량진 상권은 한계가 있어 성장세가 주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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