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 강민귀 미주산업개발 대표 “병원이 오겠다는데, 의왕도시공사는 왜 막는 건지…”
[땅집고] “의왕시민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의왕도시공사가 지역 최초 종합병원 건립을 막고 있습니다. 백운밸리에 종합병원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 4년 동안 사업을 준비했는데 이제와서 포기하라니 너무 억울합니다.”
경기 의왕시 백운호수 남쪽 학의동 일대 95만4979㎡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서 풀어 조성하는 4000가구 규모 신도시 ‘백운밸리’. 의왕도시공사와 민간업체가 자본금 50억원으로 설립한 ‘의왕백운PFV’가 사업주체다. 당초 백운밸리 남서쪽 지식문화지원시설4부지에 종합병원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병원 유치는 의왕백운PFV에서 지분 5%를 가진 미주산업개발이 맡았다. 미주산업개발은 1998년 설립 후 개발 프로젝트 7~8건을 진행한 중견 시행사로, 2017년부터 백운밸리 사업에 참여했다.
그런데 최근 의왕도시공사가 종합병원 예정부지 내 의료시설 비율은 줄이고 주거비율을 높이는 식으로 용도변경한 뒤, 이 땅을 최소 1300억원대에 매각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미주산업개발 측은 “의왕백운PFV의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의왕도시공사가 종합병원을 짓는 대신 부지를 팔아 수익을 내려고 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발로 뛴 끝에 백운밸리에 들어오겠다는 병원까지 구해뒀는데 지금까지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이라며 “무엇보다 시민 이익을 대변해야 할 의왕도시공사가 병원 건립을 막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땅집고는 지난 6일 강민귀 전 미주산업개발 대표를 만나 종합병원 유치 과정과 무산 위기를 맞게 된 이유 등을 들어봤다. 강 전 대표는 2017년부터 올해 2월까지 미주산업개발 대표를 맡아 백운밸리 내 종합병원 유치를 위해 노력했으며, 대표직에서 물러나 지금도 이 프로젝트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
―백운밸리에 들어올 종합병원이 진짜 있나.
“미주산업개발은 지난해 9월 서울과 경기 광명시 등에 병원을 둔 S의료재단과 백운밸리 지식문화지원시설4 부지에 종합병원 건립 협약을 체결했다. 대지면적 6000평에 200병상 규모, 진료 과목은 13~14개 정도다. 병원이 들어서면 의왕시 최초 종합병원이 되는 것이다. 의왕백운PFV 이사회가 결정만 내리면 당장 사업을 시행해도 될 정도로 지난 4년 동안 철저하게 준비했다.”
―미주산업개발이 종합병원 유치를 맡게 된 이유가 있나.
“PFV주주사는 도시개발법 제 26조, 동시행령 제 56조에 근거해 PFV가 조성한 토지를 감정평가액 수준으로 공급받아 사용할 수 있다. 백운밸리에서도 PFV 출자기업들이 수의계약으로 부지를 받아간 뒤 개발사업을 여럿 진행했다. 롯데가 롯데프리미엄아울렛을 짓고, 효성은 효성해링턴 아파트를 분양했다.
(의왕백운PFV 지분은 의왕도시공사가 50%이며 ▲개성토건 22% ▲비더블유 14% ▲미주산업개발 5% ▲케이프증권 5% ▲롯데 2% ▲효성 2% 등이다)
2017년까지만 해도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지식문화지원시설2·4부지를 개발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없었다. 그래서 의왕도시공사가 먼저 ‘미주산업개발이 두 부지에 대한 개발 사업을 진행해보라’고 제안했다. 지식문화지원시설2부지는 업무시설이 들어와야 하는 땅이라 판교에 본사를 둔 이노비즈협회와 신풍제약 본사를 유치하기로 했다. 4부지는 의료시설 부지여서 종합병원 물색에 나섰고, S의료재단과 협약까지 맺게 된 것이다.”
―의왕도시공사는 종합병원 건립을 왜 반대하나.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고 땅값이 뛰자 2019년 후반부터 의왕도시공사 태도가 달라졌다. 즉 미주산업개발에게 감정평가액 수준으로 땅을 넘기기보다 부지를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 의왕백운PFV 수익을 높이는데 더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처음에는 의왕도시공사가 ‘지식문화지원시설2부지와 4부지를 합쳐 1만8000평 정도 되는데, PFV 지분 5%만 가진 미주산업개발이 사용하기에는 면적이 너무 크지 않느냐’며 ‘2부지를 양보하면 의료시설용도인 4부지는 개발하도록 해주겠다’고 설득했다. 당시 각서를 받지는 못했지만, 대주주 말을 믿었다. 입주 기업까지 물색한 상황에서 2부지 사용권을 포기했다. 결국 2부지는 대형 개발회사 MDM이 4100억원에 낙찰받았다.
그런데 의왕도시공사가 약속과 달리 4부지도 민간에 매각하겠다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지난 4년 동안 미주산업개발은 종합병원 건설과 관련해 의료재단·금융사·설계사·건설사를 전부 물색해뒀다. 의왕백운PFV가 이사회를 열고 사업 검토만 해주면 된다. 하지만 의왕도시공사가 사업을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다. 현재 이사회가 의왕도시공사 2명, 개성토건 1명이어서 사실상 의왕도시공사가 의왕백운PFV 의사결정을 장악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억울한 일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고 보나.
“의왕백운PFV는 미주산업개발에게 출자자 부지 사용권을 주는 것이 특혜여서 추후 배임 문제로 감사원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말이 안된다. 앞서 롯데나 효성은 각각 2% 출자자인데도 수의계약으로 부지를 받아 개발했다. 개성토건도 백운밸리에서만 1000억원이 넘는 공사를 수주했는데 왜 미주산업개발만 특혜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PFV는 법인세 공제 일몰제를 거론한다. 현행법상 PFV는 22% 법인세를 공제받는데, 이 혜택이 올해 말로 사라진다. 빨리 부지를 팔아 올해 말까지 잔금을 치뤄야 법인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 유치가 무산되면 미주산업개발 손해가 클 것 같다.
“지난 4년 내내 회사 전문인력이 백운밸리 종합병원 유치에 매달렸다. 출자자 부지 사용에 필요한 자금 등 최소 100억원을 대기시키고 있었다. 이 돈을 다른 사업에 쓰지 못한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수백억원 수준이다. 손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의료시설부지가 민간에 팔리면 어떻게 될까.
“백운밸리에 종합병원이 들어서는 건 물건너간다고 보면 된다. 이 부지는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 70%, 나머지 30% 의료시설을 지을 수 있다. 의료시설 중 주용도를 보조하는 기능에 ‘노유자시설’이 있는데, 여기에 노인복지시설이 들어있다. 쉽게 말해 시니어타운, 즉 실버타운이 가능하다. 시행사는 이 땅에 실버타운을 지어 임대분양하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백운밸리는 베드타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백운밸리는 도시계획 자체가 다 틀어졌다. 부지마다 주거시설 비율을 높인 뒤 매각하는 바람에 당초 1만1000여명이었던 백운밸리 인구 수가 2만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학교, 교통 문제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김상돈 의왕시장은 어떤 입장인가.
“매우 소극적이다. 의왕시는 의왕도시공사가 사업 주체여서 병원 건립을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상돈 시장은 오는 6월 선거를 앞두고 백운밸리에 종합병원 유치를 약속했지만 실질적인 움직임은 없고 말 뿐이다. 공공기관이 지역 주민을 위한 기반시설 건설 사업에 왜 이렇게 소극적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의왕도시공사가 백운밸리에 종합병원을 지으려는 의지가 있다면, 부지를 무조건 최고가 입찰로 매각하기보다 입찰자에게 병원 건립 의무에 대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도 내걸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의왕백운PFV 이사회에 지난 4년 동안 종합병원 유치를 위해 준비했던 사업계획안 검토라도 받는 것이 목표다. 적어도 올해 6월에는 이사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사업 검토를 받아야 종합병원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남은 기간동안 PFV 주주사들이 힘을 합쳐 백운밸리 기반시설이 더 이상 줄어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편 강 전 대표의 주장과 관련해 의왕도시공사 측은 “병원유치를 미주산업개발이 맡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했다. 또한 ‘의왕백운PFV의 의사결정권을 쥔 의왕도시공사가 종합병원을 짓는 대신 부지를 팔아 수익을 내려고 하고 있다’는 강 전 대표의 지적에 대해서는 “PFV 이사회의 경우 이사 3인(이 중 2인은 공사 임직원) 모두가 동의해야 처리되는 구조”라며 “공사가 독단적으로 PFV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공사가) 병원 부지를 미주산업개발에 넘기기보다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 의왕백운PFV 수익을 높이는데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법률자문 검토 결과 해당 용지를 미주개발산업에서 주장한 수의계약 조건으로 추진할 경우, 이를 결정한 PFV 이사들에게 배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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