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집주인이 개인 사정으로 이사 당일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사 마치고 다음날 곧바로 송금해 주겠다고 하는데, 제가 잔금을 치를 여유가 있어 동의는 했지만 집주인이 약속을 어길까봐 걱정입니다. 이럴 때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까요.”
전세계약이 끝났는데 이사 당일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겠다는 집주인의 사정을 배려해 주는 세입자가 적지 않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금 반환일을 이사일 이후로 정했을 때 세입자가 집에서 완전히 짐을 빼면 불리하다고 조언한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부동산 전문변호사는 “집주인과 세입자는 동시이행 관계여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이사해야 한다면 일부 짐을 남겨둬야 한다”며 “짐을 집에 남겨놓으면 임대차 기간이 끝나도 세입자가 집을 계속 점유한 상태로 간주해 집주인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현행 법상 집주인과 세입자가 주택 임대차계약을 맺을 경우, 집주인은 전세금 반환 의무가 생기며 세입자는 명도(집을 비워줌) 의무를 져야 한다. 두 의무는 동시 이행해야 한다. 즉,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세입자는 집을 비우지 않아도 된다. 세입자가 짐을 빼지 않으면 집주인은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만약 이사한 다음날 전세금을 돌려준다던 집주인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세입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엄 변호사는 “세입자는 즉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야 한다. 등기부에 임차권등기가 완료되기까지 약 2주일 소요된다”며 “이렇게 해두면 해당 주택에 대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돼 남아 있는 짐을 뺀 후 집주인에게 완전히 집을 인도해도 된다”고 했다.
임차권등기명령 이후 집주인 상대로 전세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세입자는 집주인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날로부터 전세금반환을 지연한 날짜를 계산해 지연 이자를 청구할 수 있고, 전세금반환 지연에 따른 손해가 발생했다면 손해배상청구도 가능하다. 법조계에 따르면 전세금반환소송에 걸리는 평균 기간은 4개월 정도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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