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치과 원장님이 계약금 100만원 보내줄 테니 ‘대리 청약’을 해달랍니다. 내일 저거(청약) 했냐고 압박할 것 같은데 벌써 출근하기 싫네요….”
지난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박한 직장 갑질 사건이 고발됐다. 치과의원 직원 A씨가 원장으로부터 주택 청약을 대신 해달라고 부탁받았다는 것. A씨가 올린 사진에는 사내 공지용으로 보이는 카카오톡 채팅방에 ‘원장님이 도움 요청하셔서 공유드립니다’라며 ‘실버타운 청약 부탁해요. 호실이 적어서 경쟁 있을듯 해서 부탁합니다’라는 말풍선 문구가 보인다.
직원에게 대리 청약을 부탁한 단지는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들어서는 실버타운 레지던스 ‘라우어’. 지하 4층~지상 18층 4동 전용 47~104㎡ 총 526가구다. 250병상을 갖춘 한방병원과 메디컬센터 등 의료시설을 함께 짓는 주택 단지여서 노년층 관심이 높다. 임대분양 방식인데 보증금 격인 공급가가 최소 2억9900만원에서 최고 18억1360만원이다. 최초 10년 동안 보증금만 내고 거주하고, 이후 2년 주기로 재계약하는데 임대료를 시세 상승률에 맞춰 인상한다.
‘라우어’는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라 짓는 실버타운이어서 60세 이상만 계약할 수 있다. 다만 청약 자체는 60세 미만이라도 가능하다. 라우어 분양 관계자는 “20세 이상이면 청약 가능한데 계약자는 60세 이상을 데리고 오면 된다”라며 “한마디로 대리 청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A씨가 고발한 원장은 이 점을 노리고 직원들에게 실버타운 대리 청약을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 A씨가 공개한 카톡방에는 공지자가 ‘일반 PC 및 모바일로 접수 가능하다. 미리 인터넷 접수해 여유있게 신청하라. 초반에 신청자 몰리면 접속 장애 발생 가능성 있다’며 ‘중복청약하면 모두 취소되니, 1인당 1건만 신청하라’는 등 청약 지침을 공유했다. 이어 공지자는 청약 접수 후 문자로 가상계좌가 발송되는데, 계약금 100만원을 입금해야 한다며 ‘이 돈이 필요한 직원은 말하면 송금해주겠다’고 했다.
현행 법상 실버타운 대리청약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 다만 직장에서 상사가 직원에게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업무 외 지시를 하면 ‘갑질’에 해당하기 때문에, 직원 A씨는 원장 상대로 근로계약서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버타운이 아닌 일반 아파트를 대리 청약하는 것은 부정 행위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은 지난해 상반기 분양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주택청약과 전매 실태 합동점검’을 진행한 결과, 대리 청약을 포함해 총 125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중 브로커가 당첨 가능성이 큰 청약자의 금융인증서 등을 넘겨받아 대리 청약하는 식의 부정청약이 14건을 차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적발한 청약 부정 행위자에 대해서는 경찰청에 수사 의뢰할 것”이라며 “주택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형사 처벌과 함께 계약취소(주택환수) 조치, 향후 10년간 주택청약자격 제한 조치를 내린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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