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윤석열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최근 서울 강남 인기단지에서도 작년보다 최대 3억원 이상 하락한 거래가 포착되면서 이른바 ‘강남 불패’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는 새 정부 출범과 지방선거 등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일시적 조정 국면을 맞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달 43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최고 거래가인 46억6000만원에서 불과 3개월 만에 3억5000만원이 떨어진 것이다. 현재 이 주택형 호가는 39억8000만원~44억원까지 형성돼 있다.

이 아파트는 이른바 ‘아리팍’으로 불리는 강남권 대표 한강변 아파트다. 올해 공시가격은 ㎡당 2920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다. 옛 신반포1차를 재건축해 2016년 입주한 총 1612가구 대단지다. 2019년 10월 전국에서 가장 먼저 ‘3.3㎡당 1억원 아파트 시대’를 열었다.

아리팍 인근 반포자이도 한 달 새 2억원 빠졌다.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 3월 38억원에 신고가 거래됐으나, 지난달 36억원으로 떨어졌다. 현재 같은 주택형 호가는 36억~37억원에 형성돼 있다. 반포자이는 총 3410가구 대단지다. 아리팍, 래미안퍼스티지와 함께 3.3㎡당 매매가가 1억원을 넘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가격이 강세를 보였던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 거래 가격도 약세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5단지 전용 76㎡는 지난 3월 27억1000만원에 마지막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28억7000만원에서 1억6000만원이 빠진 것이다. 현재 호가는 27억원 후반대에서 28억원 초반대다.

또 다른 재건축 최대어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도 사정이 비슷하다.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28억2000만원까지 오른 뒤 지난 2월 25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전용 77㎡는 지난 3월 22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11월 신고가인 26억3500만원에서 4억원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강남권 하락 거래는 일시적 현상이고 정치 이벤트가 끝나면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오는 10일 대통령 취임식과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장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대치동의 허준 허준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일부 하락 거래가 있는 것 맞지만 전체 시세가 내려가지는 않았다”며 “급매물을 찾는 매수자는 꾸준한데 매물이 별로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일부 집주인은 대통령 취임식과 지방선거가 끝난 뒤 현재 호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팔아달라고 한다”며 “정치 이벤트가 끝나면 집값은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며 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역대 지방선거 전후로 집값이 떨어진 적이 없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당선을 위해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지역 개발 공약을 내걸기 때문”이라면서 “작년은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1일 이전에 급매물이 쏟아졌지만, 올해는 놀랍도록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대통령 취임식과 지방선거 이후로 억눌렸던 부동산 투자 심리가 터질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라고 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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