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 빌라 거래량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데다, 서울시가 민간재개발 사업을 추진하자 빌라에 투자하려는 수요도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택유형별 매매 통계(신고일 기준)에 따면 올해 3월 서울의 전체 주택(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아파트) 매매거래는 총 5098건 이뤄졌다. 이 중 빌라(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이 3303건으로, 전체의 64.8%에 달한다. 이는 200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고치다.
서울의 빌라 매매 비중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 연속(62.8%→63.4%→60.2%→64.8%)으로 60%를 웃돌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51.1%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는데, 올해 들어 이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강북구(84.5%)와 강서구(83.3%)의 빌라 매매 비중이 80%를 돌파했다. 지난달 두 지역의에서 이뤄진 전체 주택 매매 거래 10건 중 8건 이상이 빌라였다는 얘기다. 이어 양천구(79.7%), 금천구(74.5%), 은평구(72.8%), 송파구(72.6%), 도봉구(71.9%), 강동구(71.7%), 구로구(69.8%), 마포구(67.2%), 중랑구(66.9%). 동작구(66.3%), 관악구(64.9%) 등 순으로 빌라 거래 비중이 높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2020년까지만 해도 아파트의 월간 매매량이 빌라보다 통상 2~3배 많았다. 빌라는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지고, 집값도 잘 오르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에 수요자들이 빌라보다는 아파트 매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수요자들의 피로감이 커졌고,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압박까지 겹치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확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3월 전체 주택 매매 건수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4.2%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월간 최저치였다. 이 같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15개월 연속 빌라 매매 건수가 아파트 매매 건수를 추월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만 해도 이날 현재까지 신고된 빌라 매매 건수가 2178건인데, 아파트 매매는 빌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823건에 그친다.
집값이 너무 오른 아파트 대신 저렴한 빌라로 내 집 마련하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 한국부동산원 시세 기준으로 올해 3월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1억5015만원인데, 빌라는 3억5267만원으로 아파트값의 3분의 1을 밑돈다. 시가 9억원을 넘지 않는 빌라를 무주택자가 매수하는 경우 별도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올해 들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때문에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가 더욱 까다로워지면서 가격이 싼 빌라가 고가인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의 영향을 훨씬 덜 받는다는 뜻이다.
서울시가 민간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빌라 인기를 높이고 있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서울시는 민간 주도 개발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신속통합기획 제도를 도입했다. 통상 5년 이상 걸리는 구역 지정 기간을 2년으로 대폭 단축해주는 것이 골자다. 서울시는 작년 말 민간재개발 후보지 21곳을 선정하고, 이들 후보지를 포함해 총 33곳에서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민간재개발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노후도 등 정비구역 지정 요건을 충족하는 재개발 예정지를 중심으로 빌라 매수 문의가 늘고 가격도 뛰는 추세”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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