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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스리슬쩍 32%→26%…GTX-A 희한한 목표 달성법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2.05.03 03:57
[땅집고] GTX-A 노선 공구별 공정 현황. /태영호 의원실


[땅집고] 정부가 지난해 말 기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공정률 목표치를 당초 32%로 잡았다가 올 4월 갑자기 26%로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현장 사정을 감안해 목표치를 낮췄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상황에 따라 목표치를 조정하는 것은 ‘분식회계’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GTX 사업은 국민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매우 중요한 사업인데 정부가 부실하게 공정 관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GTX-A 노선 공구별 공정 전망’ 자료에 따르면 올 4월 기준으로 GTX-A 전체 구간 공정률은 26.85%다. 지난해 말 기준 목표치는 당초 32.15%였는데, 갑자기 별다른 설명 없이 목표치가 5% 넘게 대폭 내려간 상황이다. 목표치를 한참이나 낮췄지만 공사실적은 이마저도 못 채우는 수준이다. 올 4월 공정 달성률은 26.59%로, 목표치 대비 99.02% 수준이다.

[땅집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도. /조선DB


경기 파주 운정~화성 동탄을 잇는 GTX-A는 2019년 6월 착공 이후 순차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탄~수서 구간은 2023년, 서울~운정 구간은 2024년 6월, 고양 창릉역사는 2027년 순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와 사고가 계속 생겨 계획에 맞춰 개통하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철 사업 대부분은 돌발 변수로 인해 개통 시기가 수년씩 늦춰지는 일이 다반사다.

[땅집고] 공사가 한창인 GTX-A노선 1공구 공사 현장. /GTX-A 시공단 홈페이지


GTX-A 노선은 착공 이후 예상치 못한 돌발 악재를 잇달아 겪으면서 사업 지연이 기정사실이 됐다. 지난해 초에는 서울 종로구 당주동 세종문화회관 인근에서 조선시대 전기로 추정되는 유적이 발견돼 공사가 2개월 넘게 멈췄다가 재개됐다. 이어 올 3월에는 일부 공구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해 30여 일간 공사가 중단됐다가 지난달 중순쯤 다시 시작됐다.

정부는 이런 현장 상황을 감안해 목표치를 조정했다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토지 보상과 인허가 지연에 따라 목표 공정률을 작년 12월 현실화했다”며 “26.85%는 올 4월 말까지 진행한 공사의 계획 공정률이며, 올해 말까지 계획 공정률은 43.93%”라고 했다.

[땅집고]2019년 10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도로변에서 청담동 주택가 지하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이 통과하는 걸 반대하는 주민들이 '주택붕괴', '열차탈선' 등이 쓰인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지호 기자


이 같은 정부 측 해명에 대해 건설업계와 지역 주민들은 “공사 완공 시점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이렇게 큰 사업을 하면서 설명도 없이 입을 닫고 있는 행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공정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사실을 숨기고 목표치를 입맛대로 조정하는 것은 기업이 분식회계에 나서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다. 분식회계는 회사 실적을 좋게 보이게 하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행위다.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면 공사를 더디게 진행해도 공정률이 높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GTX는 대국민 약속인데도 정부가 사업 중요성을 잊고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A 노선은 GTX 사업 중 가장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사업이 진행된지 2년이 넘었다. 그런데 이렇게 달성률이 목표에 못 미치는 이유는 공정관리가 느슨했기 때문이라는 것. 공정 관리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목표 공정률 달성이 힘들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사업 진행 2년이 넘었는데 공정률 차이가 5% 넘게 벌어진다면 공정 관리 자체에 문제가 있거나, 애초부터 달성하기 힘든 공정 목표를 잡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그는 “GTX는 아파트 입주 등 국민 생활과 직접 연계된 대형 사업인데 정부가 사업 중요성을 잊고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 공정관리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팀을 구성하는 등 고삐를 조이지 않으면 사업은 차일피일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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