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와, 3D 프린터로 지은 건물이라고요? 태풍에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기만 하면 빨리 상용화됐으면 좋겠네요.”

국내에서 건축용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20일 만에 단독주택을, 20시간 만에 황토집을 만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3D 프린팅 건축은 해외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더딘편이다.

최근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춘천의 건축용 3D 프린팅 벤처기업 뉴디원은 건축용 3D프린터로 만든 황토 찜질방과 가정용 주택 등을 공개했다. 공개된 황토 찜질방은 4평 규모로, 가로 4.5m, 세로 2.8m, 높이 2.4m 사이즈다. 뉴디원 관계자는 “양생이 쉽지 않은 황토를 원재료로 해서 3D프린터로 출력해 건축물을 완성한 것은 세계에서 최초”라고 말했다.

뉴디원은 가로 6m, 세로 5m, 높이 4m의 대형 건축용 3D프린터 장비를 두 달여 동안 직접 제작했다. 3차원 설계도를 기반으로 다양한 원재료를 층층이 쌓아 올리면서 3차원 공간에 실제 존재할 수 있는 사물을 출력하는 3D 프린팅 기술을 건축에 적용한 것이다.

뉴디원은 ‘654’로 이름 붙여진 대형 건축용 3D프린터를 이용해 일체형 찜질방을 만들고, 골조와 벽체를 별도로 뽑아내 집을 완성했다. 건축용 3D프린터 노즐이 반죽을 치약 짜듯이 짜내면서 벽체를 만드는 식이다.

특히 이날 공개된 중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전용 33㎡ 규모의 2층 짜리 단독 주택이다. 규모가 작긴 하지만, 창과 문이 있고 내부 계단과 주방까지 갖춘 ‘진짜 집’이다. 이 집은 황토가 아닌 몰탈(mortar) 반죽이 원재료로 사용됐다. 어떤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셈이다.

1층은 3D프린터로 건축됐다. 높이 3.5m의 기둥형 골조 2개와 대형 벽체 2개 등 모두 4개를 연결한 것. 뉴디원에 따르면 1층 건축물을 출력하는 데는 각각 골조 3시간, 벽체 8시간이 소요됐다. 2층은 일반인 관람을 위해 별도로 최신 유행하는 패널형 모듈러 조립식 건축자재로 완성했다.

이 집을 짓는 데는 총 2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내부 인테리어를 포함한 기간이다. 비용도 저렴하다. 한 채를 짓는 데 5000만원에서 7000만원 정도가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 재료로 지으면 이 비용의 4배가량이 더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해외에서는 3D 프린터를 활용한 건축에 대한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월 3D프린트를 이용해 12시간 만에 방 세 개, 화장실 두 개 딸린 주택을 만들었다. 목재와 철근을 이용하는 전통적인 미국 건축 공법과 달리 시멘트로만 지어져서 건축 시간뿐만 아니라 비용까지 절감하면서 싼값에 공급이 가능해 저소득층 주거난을 해소하고 있다.

중국은 3D프린팅 건축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중국의 윈선사는 2014년 세계 최초로 3D프린팅 건축 기술을 적용해 주택을 건축했다. 3D프린터로 주택 모듈을 출력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가로 10m, 세로 40m, 높이 6m의 주택 10가구를 하루 만에 제작했다.

일본도 지난해 말 3일이면 완성되는 3D 프린팅 집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해당 집은 바닥면적 10㎡(약 3평) 이하로, 건축 기준법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외벽과 바닥은 콘크리트를 원재료로 만들고,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구형으로 디자인한다는 계획이다. 총 건축 비용은 300만 엔(약 3100만 원) 정도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술이나 법적 한계로 인해 상용화까지는 거쳐야 할 산이 많아 상용화까진 많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동원 뉴디원 대표는 “해외에선 비정형 특징을 이용해 고급 건축물을 짓거나 빈곤층 주택에 적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기술과 법적 한계 때문에 아직 큰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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