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이러다 아파트 공급 다 끊긴다"…'건설현장 올스톱' 진짜 문제는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2.04.29 08:00

[땅집고] “원자재값 상승은 단순히 방아쇠 역할을 했을 뿐이죠. 그동안 하청 공사비 자체를 너무 적게 책정했던 탓에 더 이상 인건비와 자재비를 감당하기 힘든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었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원자재값이 급등하자, 국내 철근콘크리트 업계가 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곳곳에서 공사 중단에 나섰다. 철콘업계는 국내 건설 공사는 근본적으로 자재값 상승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학노 철근콘크리트사용자연합회 서울경기인천 대표는 “우량 원자재 공급자인 중국의 감산 정책과 러-우크라 전쟁 등 대외 요인으로 자재비가 치솟는 것도 걱정이지만, 따지고 보면 정부와 건설사들의 저가 입찰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땅집고] 김학노 철근콘크리트사용자연합회 서울경기인천 대표는 땅집고 인터뷰에서 "자잿값도 문제이지만 인건비 인상을 견디기 힘든 상황"이라며 "결국 최저가입찰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해법이 없다"고 했다. /전현희 기자


땅집고는 김학노 대표를 만나 최근 철콘 공사비 급등 이유와 구조적 문제점, 향후 건설 경기 전망 등을 들어봤다.

Q.최근 공사 단가가 크게 오른 이유는.
“사실 철근콘크리트사용자연합회는 국제 사건 발생 이전부터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원청 측에 매월 공사비 증액을 요청해 왔다. 하지만 셧다운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기 전까지 공사비 증액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일 뿐이다. 외부인이 보면 최근 공사비가 대폭 오른 것 같겠지만 사실 그동안 저가 수주로 고통을 감내했던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Q. 원자재비 상승보다 인건비가 더 큰 문제인가.
“그렇다. 실제로 최근 공사 중단한 철근콘크리트업계는 자재비 보다 인건비 인상에 따른 어려움이 더 심각하다. 언론에서는 철콘업계가 자재비 때문에 공사 단가 인상을 요구한다고 했지만 이는 원자재를 직접 수입하는 상사나 종합건설사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철근콘크리트연합회 회원사들은 현장에서 직접 시공을 진행하는 전문건설업체들로 하청 예산 중 70% 정도가 인건비로 투입된다. 그런데 최근 핵심 인력 인건비가 크게 오르면서 어려움이 커졌다. 예컨대 핵심 인력이라 볼 수 있는 형틀, 목공 분야는 최근 5년 새 일당이 18만5000원에서 23만5000원으로 27% 정도 올랐다. 유급 휴일 등을 포함해 계산하면30% 가까이 오른 것이다.”

[땅집고] 최근 형틀,목공 인건비 상승 추이. /전현희 기자


Q. 공사비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통상 하청업체 선정시 가장 낮은 공사비를 제시한 곳을 선정하는 ‘최저입찰제’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원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임금을 인상해야 하는데 원청인 종합건설사는 인건비 상승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주 52시간제로 근무 시간은 줄어드는데 비용은 늘어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서 일을 시켜야 하는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제도적으로 근로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문제는 국가가 발주하는 사업조차 실제 필요한 공사비의 100% 이하로 입찰한다는 것이다.

Q. 최저가입찰로 인한 고충이 있다면.
“최저입찰제를 하면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입찰가를 낮추게 되고,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000억원이 필요한 공사에 850억원을 써내 수주하면 싼 자재를 쓰거나 공기를 앞당겨 날림 공사를 하는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인건비마저 오르면 원청업체는 손실을 다른 곳에서 메우려고 한다. 예를 들면 싼값에 재하청을 주거나, 숙련도가 떨어지고 순발력이 낮아 인건비가 적은 고령 근로자를 고용하는 방법으로 비용을 아낀다.”

[땅집고] 레미콘 차량이 콘트리트를 타설하는 모습. /데일리헤럴드


Q. 또 다른 문제도 있나.
“인건비를 아끼려고 공사기간(공기)을 지나치게 빡빡하게 잡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는 콘크리트 양생(굳히는 과정) 기간으로 2주 정도 준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나흘에 한 층씩 올린다. 인건비는 줄겠지만 완전히 굳지 않은 상태에서 상부 구조를 올리니 구조체에 과부하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건물을 짓는 당시에는 문제가 없어도 100년 정도 지탱할 건물이 되기는 힘든 것이다. 최근 광주광역시 건물 붕괴 사태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Q. 자재비나 인건비가 계속 오른다면 어떻게 될까.
“앞으로 대형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을 수주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다. 분양가 규제로 수익을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라 밑지는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는 주택 사업 대신 해외 토목 중심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주택 사업에 집중하는 중소·중견 건설사는 줄도산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새 아파트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Q. 해결책은 없나.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 ‘최적입찰제’를 시행하는 게 어떨까 싶다. 정부 발주 공사부터 100% 기준 오차 범위 5% 이내에서 입찰가를 정하는 것이다. 민간기업은 입찰가를 산정할 때 최적가로 입찰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금액을 보전할 수도 있다. 정부부터 도급액을 후려치는 방식으로 건설사업을 진행하는 한 문제 해결은 요원할 것이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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