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최근 미국에서 골프장에서 날아든 골프공 때문에 주택 파손 등 피해를 본 가족이 골프장으로부터 6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금을 받아야 한다는 판결이 나와 화제다.

미국 메사추세츠주 킹스턴에 있는 골프장 인디언폰드CC 옆 주택에는 텐자르 부부가 산다. 부부는 이 집 거실창으로 잔디가 깔린 골프장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 반해, 2017년 생애 처음으로 집을 매입했다.

그런데 입주와 동시에 악몽이 시작됐다. 부부의 집이 골프장 15번 홀 티 박스(골프채로 골프공을 쳐서 날리는 자리) 정면에 들어선 게 문제가 된 것. 사람들이 날려보내는 골프공이 수시로 텐자르 부부 집 쪽을 날아오면서 주택이 몸살을 앓았다. 부부에 따르면 지난 4년여 동안 집으로 날아온 골프공이 700개가 넘었으며, 유리창은 셀 수도 없이 깨졌다.

부부는 창문에 유리 대신 플라스틱판을 끼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자 유리창이 깨지는 대신 소음 피해가 발생했다. 부부는 “공이 플라스틱 판에 부딪힐 때 마다 총소리가 나는 것 같은 굉음이 나 무서웠다. 자녀들은 밖에 나갈 때 자전거 헬멧을 썼을 정도”라고 호소했다.

결국 텐자르 부부는 골프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 동안 집으로 날아든 골프공 때문에 금전적 피해는 물론이고 정신적 피해가 심각했다는 이유였다. 미국 골프위크에 따르면 지난 25일 미국 법원 배심원단은 골프장이 텐자르 부부에게 350만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자까지 합하면 배상금이 총 490만달러로, 우리나라 돈으로 계산하면 60억원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골프 문화가 유행하면서 텐자르 부부와 비슷한 피해를 입는 아파트 단지가 늘고 있다. 경기 하남시 감일지구에 있는 ‘더샵포웰시티’가 대표적이다. 단지가 골프장 ‘캐슬렉스서울GC’와 맞붙은 부지에 들어섰는데, 골프공이 수시로 그물막을 넘어 아파트로 날아들면서 주민들이 안전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 지난해 3월에는 11층에 사는 A씨 집 창문이 골프공을 맞아 깨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달 중순 경남 창원시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창원 더퍼스트’는 인근에 대형 실외 골프연습장을 끼고 있다는 이유로 청약을 포기한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연습장과 가까운 110·111동, 115동에 청약 당첨될 경우 하루 종일 골프공을 때릴 때 나는 소음을 견뎌야 한다는 이유였다.

우리나라에서 인근 골프연습장에서 날아든 골프공으로 유리창 파손, 소음 공해 등 피해를 입을 경우 손해배상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김예림 법무법인덕수 변호사는 “미국에선 60억원 판결이 나왔지만, 우리나라에선 미국과 달리 주택 외부 환경적인 문제로 피해를 겪어도 손해보상금이 적은 편”이라며 “깨진 유리창을 교체하는 비용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골프공 타격 소음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보상을 주로 요구해야 하는데, 기존 판례를 고려하면 손해배상금 500만원 정도가 최대일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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