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최근 서울 변두리 새 아파트를 비롯해 수도권 곳곳에서 수억원씩 하락한 거래 사례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새 정부 취임 즉시 다주택자 양도세 일시적 유예 방침을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양도세와 보유세를 한꺼번에 감면받기 위한 급매물이 쏟아진 것이다. 여기에 집값을 떠 받치고 있던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것도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 강남권과 재건축 아파트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주택 시장 전체로 보면 하락세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하락한 아파트 중에는 지은 지 10년 안팎 신축 단지, 교통 호재가 분명한 곳도 포함됐다. 경기도는 중심부와 외곽 모두 가격이 떨어졌고, 서울은 외곽 지역에서만 수억원씩 하락한 실거래가 신고되고 있다. 지난 2~3년간 수도권 주택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 투자를 한 수요자 사이에선 “상투를 잡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에는 무주택이었는데 지난해에 1채 이상 주택을 보유하게 된 사람이 약 100만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렇게 다주택자가 내놓은 매물을 구입해도 되는지 여부를 놓고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하락한 매물을 구입하기엔 여전히 집값이 비싸고, 외곽지역 집값이 한동안 정체할 수도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서울 강남권이나 핵심 지역 매물은 신고가가 나오는 등 더 오르는 추세여서 집값 안정보단 양극화가 더 심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GTX 등 호재 많은 인천 청라, 경기 의왕 새 아파트…3억~4억씩 뚝뚝
최근 경기 외곽지역 중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 호재를 기반으로 집값이 올랐던 지역에선 신축단지까지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GTX-A 노선이 정차하기로 예정된 경기 고양시 대화동 ‘킨텍스역’ 인근 ‘킨텍스꿈의그린’ 84㎡는 이달 9일 13억원(7층)에 팔렸다. 지난해 14억7000만원까지 치솟으며 대출금지선 턱밑까지 올랐던 가격이 1억7000만원 하락했다.
일산의 경우 외곽에 조성된 식사동 대형 단지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2010년 입주한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 ‘위시티일산자이4단지’ 162㎡는 올해 1월 11억7000만원(6층)에 거래됐는데 이달 초 1억7000만원 하락한 10억원(23일)에 거래됐다. ‘위시티블루밍3단지’ 101㎡도 4월들어 7억5000만원(22층)에 거래됐는데, 3월 7억9500만원(26층) 거래보다 4000만원 정도 하락했다.
마찬가지로 GTX-A노선 예정지 근처인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동탄역 시범우남퍼스트빌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는 이달 11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8월 기록한 최고가(13억6000만원)보다 2억원 정도 낮다. 인근 ‘동탄역 시범한화 꿈에그린 프레스티지’ 84㎡도 직전 최고가(14억5000만원)보다 3억원가량 낮은 11억6700만원에 팔렸다. 두 단지 모두 동탄역 역세권 아파트다.
지난해 집값이 급등했던 경기 의왕, 청라국제도시에서도 새 아파트가 수억원씩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12억 4000만원에 팔려 최고가를 기록했던 인천 서구 청라동 ‘청라 한양수자인 레이크블루’ 84㎡는 지난달 7억 5000만원에 팔려 5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GTX-C노선 ‘인덕원역’ 정차가 예상되면서 집값이 뛰었던 경기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 푸르지오 엘센트로’ 84㎡는 이달 11일 12억 5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신고가 16억 3000만원(25층)보다 3억8000만원 떨어졌다.
서울도 외곽지역에서 수억원씩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은평구 ‘북한산 푸르지오’ 84㎡가 이달 10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두 달 전 실거래가(12억7500만원)보다 2억원, 작년 10월 최고가(13억6500만원)보다 3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성북구, 강북구, 동대문구 등의 하락세도 강하다.
■ “집값 떨어지는데, 무주택자는 지금 집을 사야 하나?”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하락세가 서울 중심부 아파트 가격까지 안정시키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서울 강남 지역에선 반대로 신고가 아파트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무주택자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대선 전까진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막상 인수위가 출범한 이후부터는 윤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 실현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보는 수요자들이 많다”며 “양도세 완화, 대출 금리 인상 여파와 함께 보다 확실한 ‘똘똘한 한 채’를 찾아 이동하는 사람이 늘면서 거래가 풀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강남3구 등 서울 핵심지 아파트와 그 외 변두리 지역간 집값 양극화가 더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이 꼭 필요한 무주택자나 1주택자에겐 최근의 추세가 내집마련 기회가 될 수 있단 의견도 있다. 박민수(필명 제네시스박) 더스마트컴퍼니 대표는 “무주택자거나, 이사를 준비하는 1주택자라면 지금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1주택자는 보유한 집보다 더 나은 매물이 저렴한 가격에 나왔다면 구입하는 것이 더 낫다”며 “다만 다주택자가 내놓은 매물 중 입지가 떨어지는 주택은 향후 가격이 정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부동산연구소장은 “무주택자의 경우 집이 필요하다면 무조건 사는 것이 맞다”며 “당장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을 볼 것이 아니라 언제 되팔지 생각해 지금 가격이 적정하다고 판단이 되면 구입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다만 그는 “투자목적으로 섣부르게 구입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고 출퇴근 여건이 괜찮거나, 주변에 일자리 등 배후 수요가 풍부한 곳들 위주로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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