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 세운지구 일대에 박원순 전 시장이 1000억여원을 들여 지난해 8월 건축한 ‘공중보행교’를 1년도 안돼 뜯어내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공중보행교 철거가 오 시장의 ‘박원순 흔적지우기’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 시장은 지난 21일 세운상가를 철거하는 대신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내용을 담은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하면서 “박 전 시장이 1000억원을 들여 지은 공중보행교를 철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번 계획을 실현하려면 공중보행로가 대못이 될 수밖에 없고, 대못은 뽑아야 한다”며 “공중보행로가 이제 겨우 완성돼 활용이 임박했지만 철거해야 할 운명”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이 발표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은 서울 도심 건물 건폐율은 낮추고 층수와 용적률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그 대가로 얻는 공공기여를 공원과 녹지로 만들어 도심 녹지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서울시는 세운지구가 있는 ‘종묘~퇴계로 일대’ 44만㎡부터 정비할 예정이다. 이 계획을 적용하면 현재 3.8%에 불과한 도심 녹지 비율이 15%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그런데 오 시장은 이번 전략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1000억원짜리 공중보행교’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공공기여로 받은 녹지공간끼리 연계성을 갖추고, 녹지공간을 따라 짓는 지상 상가를 활성화하려면 공중 보행교는 반드시 들어내야 한다는 것.
이 공중보행교는 7개 건물로 구성된 세운지구 상가를 남북으로 연결한다. 길이는 1㎞쯤 된다. 건설비는 총 1000억원 정도 들었고 2단계로 나눠 건설했다. 1단계 구간은 세운상가~청계상가~대림상가 3개 건물을 연결하는 지상 3층 높이 다리로 총 길이는 500m다. 2017년 9월 개통했다. 2단계는 삼풍상가~호텔PJ~인현상가~진양상가를 연결하며 지난해 8월 준공 후 민간에 개방했다.
공중보행교는 왜 생겼을까. 오 시장은 2006년 재임 당시 세운지구 재정비 계획을 내놨다. 2009년엔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북한산~세운상가~남산~한강을 연결하는 9만㎡ 규모 ‘세운 녹지축’ 조성사업을 발표했다. 그런데 2014년 취임한 박 전 시장이 세운지구 일대를 보존하는 도시재생사업을 하겠다며 오 시장의 계획을 뒤집었다. 이때 세운상가부터 진양상가까지 7개 건물을 연결하는 공중보행로 건설 방침이 나왔다.
오 시장의 공중보행로 철거 계획은 이미 예견됐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그가 “세운상가 위에 올라가서 종로2가와 청계천을 보면서 분노의 눈물을 흘렸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를 보면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를 1000억 원을 들여 만들고 있고, 이미 공사가 70% 이상 진행된 상황이라 사업을 중단시키지 못했다. 완성되면 도심 발전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대못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박원순 흔적지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다만 오 시장은 세운지구 일대 공중보행로를 지금 당장 허물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세운지구 상가를 통째 매입한 뒤 현재 각 상가에서 영업 중인 상인들이 전부 퇴거한 뒤라야 공중보행교 철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을 고려하면 공중보행교는 앞으로 10년 정도 더 살아남게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종묘~퇴계로 일대 기본계획을 올해 하반기까지 재정비하고, 2023년 하반기부터 세운지구 구역별로 정비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관계자는 “사업이 실제로 착공하는 시기는 2026~2027년쯤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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