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강남·광화문 비켜라'…용산, 상권 판도 뒤흔드나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2.04.20 04:14
[땅집고] 지시봉을 들고 직접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설명 중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뉴시스


[땅집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을 확정하면서 그동안 광화문·여의도·강남으로 삼분됐던 서울 상권과 오피스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에 관심이 쏠린다. 외국에서도 대통령실이나 왕궁 근처에 나라를 대표하는 상업·업무지구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동안 청와대와 인접한 광화문·종로 일대가 서울을 대표하는 상업업무지구였던 것과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용산 일대가 신흥 상권으로 떠오를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통령실 근무인원은 300여명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통령실 자체가 가진 상징성과 파워에 주변에 국제업무지구 등 각종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면 용산 일대에 기업과 상업시설이 몰리면서 제4의 중심지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땅집고] 지난 3월 22일 오후, 서울 용산 이촌동에서 삼각지역 방향으로 보이는 용산 일대.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개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고층 오피스텔, 공사현장, 재개발을 기다리는 곳이 보인다. /고운호 기자


■아모레퍼시픽·하이브 등 용산에 속속 둥지 틀어

그동안 서울 오피스 시장은 ▲종로·광화문 일대 도심권역(CBD) ▲여의도 권역(GBD) ▲강남 권역(YBD) 등 3대 권역으로 분류돼 왔다. 이 중 청와대나 정부종합청사, 서울시청 등 주요 행정시설이 포함된 CBD 권역은 서울 대표 상업지구로 꼽혔다.

업계에서는 용산 일대를 CBD로 묶을 수 있지만 앞으로 용산이 갖게 될 독특한 상징성 등을 생각하면 하나의 새로운 권역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본다. 종합부동산회사인 젠스타메이트는 지난해 6월 ‘서울 기타권역 오피스 시장의 확장과 성장’ 보고서를 통해 용산 지역의 오피스시장 확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용산에는 대형 오피스가 속속 생겨나면서 각종 기업도 둥지를 틀고 있다. 2017년 용산 트라팰리스와 아모레퍼시픽 사옥이 준공됐다. 2019년 용산트레이드센터, 2020년 용산 센트럴파크 헤링턴스퀘어가 공급되며 오피스만 연면적 30만 평을 돌파했다. 세계적인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하이브 사옥도 용산에 둥지를 틀며 오피스 시장은 조금씩 확장하고 있다.

이형구 젠스타메이트 본부장은 “용산은 대통령실 이전이 아니더라도 오피스나 리테일 상권이 좋아질 것으로 꾸준히 언급되는 지역”이라면서 “교통이 편리해 업무·주거·리테일·호텔 전반에 걸쳐 다양한 섹터가 발전하고 있어 CBD급까지는 못 돼도 서울의 대표 상업지구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삼각지역~한강대교 북단에 오피스 속속 몰려

현재 용산 상업·업무지구는 한강대로 삼각지역~한강대교 북단을 중심으로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대로변에 상업·업무시설과 초대형 주상복합이 들어서고 이면도로에는 이색 맛집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이창동 밸류맵 팀장은 “용산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국제빌딩과 아모레퍼시픽 본사가 있는 신용산역 일대부터 한강대교 북단으로 가는 길목의 기존 시설 임차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한남동이나 이태원동 일대 꼬마빌딩도 단기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중단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용산의 잠재력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용산철도정비창 용지에 조성되는 국제업무지구는 과거 지상 111층 랜드마크 빌딩과 6성급 호텔,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와 레지던스 등 50층 이상 건물 16개 들어설 계획이었지만 현재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제업무지구 사업 재추진 의지를 보이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용산 일대에 공유 오피스나 모임공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대통령실 방문을 위해 각 지역에서 올라온 공무원과 기업체 관련자 등을 위한 미팅이나 업무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종로 일대처럼 공유 오피스와 모임공간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땅집고]일본 도쿄도 지요다구 황거에서 신마루노우치빌딩 방향으로 바라본 도쿄 시내 스카이라인. /고운호 기자


■일본은 왕궁 맞은편이 최대 상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실 이전으로 서울 중심이 용산으로 바뀔 것이란 시각도 있다. 진희선 연세대 도시공학과 특임교수는 “배산임수(背山臨水) 개념으로 보면 조선시대에는 청계천과 북악산을 낀 경복궁이 수도의 중심이 맞다”며 “그러나 서울은 범위가 넓어 한강과 남산을 배산임수로 보면 용산이 서울의 중심이 된다”고 했다. 서울 3대 권역인 CBD·GBD·YBD 트라이앵글의 딱 중간에 있어 도시계획적 상징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용산의 성장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왕 거처인 고쿄, 미국 백악관의 경우 현재 마천루가 즐비한 대표 상업지구에 있다.

일왕이 거주하는 고쿄 부근은 일반인이 언제라도 방문할 수 있는 곳으로, 바로 맞은 편에 도쿄 최고 상권인 마루노우치(丸の内) 지구가 있다. 마루노우치는 도쿄역과 고쿄 사이 치요다구에 있다. 서울 광화문과 비슷한 입지다. 이곳에는 대기업 본사와 금융기관이 몰려 고층 빌딩이 빼곡하다. 일본 경제 심장부로 뉴욕 월가와 어깨를 겨루는 세계 경제 중심지라고 평가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새 대통령실 모델로 꼽은 미국 백악관도 마찬가지다. 백악관 인근 지역은 워싱턴 DC 중심상업지구다. 이곳은 3개의 지하철역을 통해 4개 노선을 이용할 수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근처에 연방대법원, 국회의사당, 주택연방금융청 등 주요 정부 기관들이 있다.

영국 버킹엄 궁전이나 프랑스 대통령궁인 엘리제궁도 도심에 있지만 경호와 나라 특성에 따라 고층 빌딩은 별로 없는 경우도 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드디어, 종부세 폭탄 터졌다. 아파트 사고팔기 전 재산세, 종부세 확인은 필수. ☞클릭! 땅집고 앱에서 전국 모든 아파트 세금 30초만에 확인

▶돈버는 부동산 실전 투자 전략을 동영상으로 만나보세요. [증여편] [재개발편]



화제의 뉴스

'인하대역' '포레' 떡 하니 내세웠는데…비역세권에 숲세권도 아닌 아파트 | 인하대역 푸르지오 에듀포레
공인중개사협회장 선거 3파전...최초 연임 나오나
소형 아파트 가치 더욱 커져…대전 '성남 우미린 뉴시티' 주목
'더스카이시티 제니스&프라우 상업시설' 본격 분양
용산~강남 연결 지하도로 건설…'용산 중심시대' 교통대책에 3.5조 투입

오늘의 땅집GO

1000가구 유령단지 위기…청약 경쟁률 0.03대 1 나온 '이 아파트'
"2025년 초 하락장, 2026년 공급절벽…부동산 상급지 입성 막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