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건축가들이 짓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일본 협소주택이나 미국, 유럽의 저택이 TV나 영화를 통해 종종 소개되지만 그 의도와 철학적 의미를 알기는 쉽지 않다. 땅집고는 월간 건축문화와 함께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지은 주택을 소개한다.
[세계의 주택] 사생활 보호에 특화된 ‘로트만스보덴 듀플렉스 하우스’(ROTTMANNSBODEN DUPLEX)
[땅집고] 스위스 비닝엔의 한적한 마을에 지상 4층 땅콩집 ‘로트만스보덴 듀플렉스 하우스’(ROTTMANNSBODEN DUPLEX)가 있다. 이 집은 두 세대가 한 집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세대분리형 아파트와 비슷하다. 두 집 사이에 벽 하나를 두고 있고 출입문도 두 개다. 겉보기엔 한 집처럼 보이지만 두 세대가 전입 신고를 할 수 있다.
건축가는 한 채가 두 가구로 분리된 만큼 이를 외관에서도 알 수 있도록 지붕을 두 개로 설계했다. 밖에서 봤을 때 두 집이 맞붙어 있는 모습이다. 외관은 목재 합판을 여러 개 붙여 마감했으며 실내는 흰색 페인트를 칠하고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했다.
◆건축 개요
대표 건축가 : 콜러스트라우만(KOHLERSTRAUMANN)
위치 : 스위스 비닝엔
대지면적 : 627㎡
건축면적 : 225㎡
연면적 : 510㎡
준공 : 2021년
사진작가 : 마리스 메줄리스(Maris Mezulis)
◆건축가가 이 집을 지은 의도는…
이 집은 도로변에 있어 보행자가 실내를 들여다 볼 수 있어 자칫 거주자 사생활을 침해당하기 쉽다. 건축가는 이를 고려해 1층 건물 출입구와 도로 사이에 충분히 공간을 뒀다. 실제 가족 생활 공간은 지상 2~4층이 되도록 배치했다. 주된 생활 공간이 2~4층인 만큼 주변 건물 방해 없이 햇볕이 잘 든다.
■사생활 보호 위해 1층을 비워둔 집
건축가는 거주자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건물과 도로 사이 공간을 두고 건물 출입구 앞에 벽을 세워 밖에서 내부가 잘 보이지 않도록 했다.
주된 생활공간은 2~4층이다. 2층에는 주방과 거실 등 공용 공간이 있고 3~4층에는 욕실·침실 등 개인 공간이 있다.
■ 단열에 특화한 집
이 집의 특징 중 하나는 한 층에서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한번에 쭉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 덕분에 계단에서도 실내 공간 양 방향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받을 수 있다.
건물 내부는 노출 콘크리트 벽면에 모래를 흩뿌리는 ‘샌드블라스트’ 기법을 사용해 마감했다. 이 공법을 사용하면 단열 기능이 강화돼 열 손실을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