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의왕 첫 종합병원? 땅 1300억에 팔아요"…주민 분노 폭발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2.04.18 07:38 수정 2022.09.26 16:31


[땅집고] “원래 ‘백운밸리’ 남쪽에 의왕시 최초의 종합병원이 들어선다고 했어요. 이 계획을 믿고 백운밸리 아파트를 분양 받은 사람이 적지 않죠. 그런데 의왕도시공사가 종합병원 지을 부지에 주거 비율을 높이고 의료시설 비율은 줄이는 방식으로 용도변경한 뒤, 이 땅을 수백억원에 팔아치우려 하고 있습니다. 이건 명백한 사기분양 아닙니까.”

경기도 의왕시 백운지식문화밸리(이하 백운밸리) 내 조성될 예정이었던 종합병원 유치가 무산 위기에 놓였다. 의왕도시공사가 종합병원 부지에 대해 의료시설 비율은 줄이고 주거 비율을 높이는 식으로 용도변경한 뒤, 이 땅을 1300억원대에 매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종합병원 유치 사실상 포기…결국 땅장사하나”


백운밸리는 의왕시 백운호수 남쪽 학의동 일대 95만4979㎡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서 풀어 아파트 등 공동주택 4080가구와 의료시설·비즈니스센터 등을 조성하는 신도시다. 의왕도시공사가 2012년 3월 도시개발계획 승인을 받은 뒤, 민관합동 PF사업으로 추진했다. 의왕도시공사와 민간업체가 자본금 50억원으로 시행사인 ‘의왕백운PFV’를 설립했다. 지분은 의왕도시공사가 약 절반(49%+1주)을 갖고 있으며 ▲개성토건 22% ▲비더블유 14% ▲미주산업개발 5% ▲케이프증권 5% ▲롯데 2% ▲효성 2% 등이다.


의왕시는 백운밸리 남서쪽 ‘지식문화지원시설4(의료용지)’ 1만9557㎡에 의왕시 최초 종합병원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종합병원을 백운밸리 핵심 기반시설로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김성제 의왕시장이 “백운밸리에 종합병원을 갖춘 명품 주거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경기도 전체 26개 시(市) 중 의왕시와 여주시 두 곳에만 상급 종합병원이 없던 터라, 백운밸리 종합병원 유치는 의왕시 주민 숙원사업으로 꼽혔다.

백운밸리는 2016년 5월 첫삽을 떴다. 2019년을 시작으로 총 8개 아파트 단지에 4000여가구가 입주했다. 하지만 아파트 분양 당시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종합병원은 전혀 진척이 없어 주민 불편이 컸다. 이런 가운데 의왕백운PFV가 종합병원 유치는커녕 2019년 부지를 공개 매각한다는 공고를 내면서 주민들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이제 종합병원 건설은 사실상 무산된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의왕백운PFV에 참여한 미주산업개발이 종합병원 부지 매각과 관련한 내부 사정을 공개하면서 주민들 분노가 터져나왔다. 그동안 백운밸리에 병원 건설 의사를 보였던 의료재단이 있었는데 의왕도시공사가 시행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의왕백운PFV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지 매각 결정을 내렸다는 것.

강민귀 전 미주산업개발 대표는 “당사가 2021년 9월 종합병원을 여럿 운영 중인 S의료재단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종합병원유치를 포함한 토지매입요청’을 완료했다. 하지만 의왕도시공사가 주주사 이익을 증대하는 최고가 입찰을 강행한 것”이란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냈다고 했다.

■수익률 높이려 의료용지를 의료복합용지로 바꿔

주민들은 의왕백운PFV가 당초 ‘의료용지’였던 종합병원 부지를 2020년 7월 ‘의료복합용지’로 용도변경한 사실에 주목한다. 용도변경으로 부지 내 의료시설 비율이 기존 70%에서 20%로 줄어 종합병원 규모도 450병상에서 200병상 정도로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주거 비율은 30%에서 70%로 높아졌으며 층수도 10층에서 14층으로 상향됐다. 업계에선 “의왕백운PFV가 민간에 부지를 더 높은 가격에, 더 쉽게 팔기 위해 용도변경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거 비율이 높을수록 민간시행사가 이 땅에 주택을 분양해 얻는 개발 이익이 커지는 구조인 점을 노린 것”이라고 지적한다.

의왕백운PFV는 2019년 의료용지였던 종합병원 부지를 621억9126만원에 매각하는 공고를 냈다. 이 부지는 의료복합용지로 용도가 바뀌어 가치가 더 높아졌기 때문에 현재 감정평가액은 1300억여원에 달한다. 의왕백운PFV가 감정평가액으로만 땅을 팔아도 700억원 정도 추가 수익을 거두게 되는 셈이다.


백운밸리 주민들은 의왕도시공사를 규탄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집단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진봉균 비대위원장은 “의왕백운밸리에 종합병원을 세울 것이라는 의왕도시공사 말을 믿고 백운밸리 아파트를 분양받은 주민도 적지 않다”며 “탐욕의 극치 앞에 입주민의 배신감과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의왕백운PFV는 부지 용도변경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기존 의료용지에 들어올 종합병원을 유치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고, 2016~2019년까지 총 8차례에 걸친 의료용지 매각도 모두 유찰했다는 것. 업계에선 애초 백운밸리에 종합병원을 짓는 계획이 실현 불가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백운밸리가 총 4080가구 소규모 신도시여서 배후수요가 부족해 대형 병원을 지어도 운영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백운밸리 주민들은 그동안 백운밸리 내 아파트나 상가 중 ‘종합병원 유치 호재’를 들어 분양광고하지 않은 단지가 없어, 명백한 사기분양이라고 주장한다. 이렇다보니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정치인과 예비 후보들은 일제히 ‘백운밸리 종합병원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진봉균 비대위원장은 “의왕시, 의왕도시공사와 가진 공청회 때 말기암인 입주민이 참석해 ‘산과 호수를 끼고 있어 환경인 좋은 백운밸리에 병원까지 들어설 것이란 말을 믿고 일부러 이 곳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너무 힘들다’고 울부짖기도 했다”며 “최근 김상돈 의왕시장이 종합병원 유치를 약속하긴 했지만 6월 지방선거 후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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