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지난 14일 오전 8시 무렵. 서울 동작구 동작대로 서쪽 남성지구대로 가는 길목에 아파트에서 쏟아지는 차들과 동작대로에서 아파트로 진입하려는 차량이 서로 뒤엉켜 진땀을 빼고 있었다. 올 2월 입주한 서울 동작구 동작동 ‘이수 스위첸 포레힐즈’ 아파트 초입에 난데없이 생긴 철제 펜스 탓이다. 이 펜스로 인해 차량 1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너비 4.8m 좁은 도로로 아파트 진입·진출 차량이 몰려들면서 교통이 마비된 것이다.
‘이수 스위첸 포레힐즈’는 입주 두 달여를 맞는 지금도 진입로가 막혀 출퇴근 시간마다 인근 도로가 마비된다. 당초 아파트 진입로로 설계했던 땅 소유주 A씨와 보상 합의가 불발되자, A씨가 일부 진입로를 제외한 땅에 펜스를 설치해 차량 진출을 막은 탓이다. 일각에선 공사 당시부터 양측 갈등을 파악하고도 적극적인 중재 없이 건축허가를 내준 동작구청 책임론도 제기한다.
현재 이 아파트 시공사인 KCC건설과 동작1구역 조합은 A씨 상대로 펜스 철거와 피해 보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
이수 스위첸 포레힐즈는 지상 15층 7동 총 366가구 소형 단지다. 2019년 10월 분양해 지난 2월 입주했다. 시공사는 KCC건설이다. 아파트 뒤편으로 국립현충원이 있고,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과 4·9호선 동작역이 500m 정도 떨어진 역세권이다.
A씨 측은 사도법(私道法)을 근거로 해당 도로에 펜스 설치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국도·지방도 등 공공이 설치하는 도로가 아닌 개인이 필요에 따라 설치하는 도로를 사도라고 하는데, 사도법에 따르면 기존 사도 개설자가 아닌 사람이 기존 사도의 일부를 개축·증축 또는 변경하는 경우 소유권을 확보하거나 동의서를 얻어야 한다. 이수 스위첸 포레힐즈의 경우 아파트로 진입하려면 이 사도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땅을 매입하지도 않았고, 땅주인 동의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아파트 건설이 이뤄져 뒤늦게 사달이 난 것이다.
동작구청은 동작1구역 사업시행인가를 내주면서 이 부분을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 관계자는 “2014년 사업시행인가 당시 동작구청이 A씨가 파산한 상태여서 불가피하게 소유자 동의없이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A씨는 “동작구청이 소유주 동의없이 도로 확장, 회전 교차로 설치 등을 포함한 건축허가를 내줬다”면서 “정당한 보상없이 입주민 차량이 사유지를 침범하고 있어 펜스를 설치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조합 관계자는 “사업 초기 회전교차로를 설치할 땅을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A씨가 도로 공시지가가 아닌 주변 주택가격 수준인 20억원을 요구했다”고 했다.
KCC건설과 동작1구역 조합은 A씨가 무리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조합 관계자는 “A씨가 현재 소유권을 주장하는 땅은 1970년 설립한 법인 명의 토지로 해당 법인이 1980년 파산하면서 동작구청이 관리하던 사실상의 공유지”라면서 “2014년 사업시행인가 당시까지만 해도 회사가 파산 상태였는데 2019년 아파트가 착공하자 갑자기 회사를 부활시켜 땅 주인이 재산권을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해당 토지는 명확하게 소유자가 있고, 사유 재산권이 인정되는 상황이다. 입주민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지만 소유권이 있는 땅을 맘대로 사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양측이 보상 문제로 갈등하면서 입주민과 인근 지역주민 피해도 크다. 인근 주민들은 “아파트 진입 차량과 아파트 진출 차량이 좁은 길에서 엉키면서 자칫 사고가 날 위험이 크다”면서 “소방도로와 인도는 아예 확보되지 않아 자칫 불이라도 나면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건축허가를 내준 동작구청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인근 주민들은 “이 아파트 바로 옆 이수교 스위첸1차 아파트가 입주한 2006년에도 진입로 사유지의 소유권자와 갈등이 있었고 입주 후에도 차량통행 때문에 도로 소유자와 상가 소유주 불만이 많았다”면서 “이미 10여년 전에도 발생했던 일이어서 또 다시 문제가 불거질 것이 충분히 예상됐는데도 동작구청이 중재에 소극적으로 일관했다”고 했다.
동작구청도 이번 사태에 대해 마땅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현재 정확한 문제를 파악 중”이라고 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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