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군 복무 중이던 A씨. 헤어진 여자친구 B씨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B씨가 사는 아파트를 찾아갔다. 그는 교제 당시 파악했던 B씨의 아파트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거쳐 B씨의 집 앞까지 다다랐다.
A씨는 약 1분 동안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며 B씨 집에 출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B씨가 “누구냐”고 묻는 소리에 도망쳐, 지하주차장 출입구를 통해 단지 밖으로 빠져나왔다.
검찰은 A씨를 ‘주거침입죄’로 기소했다. B씨 입장에선 이미 헤어진 남자친구 A씨가 연락도 없이 집 앞까지 찾아온 사실이 충분히 공포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A씨가 B씨의 집 안까지 들어온 것이 아니라, 주거침입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이 갈릴 수 있다. 과연 법원 판단은 어땠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A씨는 주거침입죄로 벌금 1300만원을 선고받았다. 형법 제 319조에 따라 주거의 범위는 크게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식 등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사건이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경우 가해자가 집 안에 발을 들여야만 주거침입죄가 성립될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1~2심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공용부분에 해당하는 계단·복도·엘리베이터 역시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주거’에 포함된다고 봤다. A씨가 B씨의 집 안까지 들어가지는 않았더라도, 그가 침입을 시도하기 위해 지났던 아파트 공용부분이 모두 주거에 해당하므로 형법상 주거침입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A씨가 공동현관 등에 출입하는 행위에 대해 B씨의 사전 허락이 없었으므로 충분히 문제가 된다.
올해 2월 대법원도 같은 취지로 원심을 확정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거주자와 관리자에게만 알려주는 비밀번호를 출입문에 입력해야만 공용부분에 출입할 수 있거나,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관리하는 경비원이 상주하는 등 외관상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통제하는 단지에 별도 허락 없이 출입하는 경우 주거침입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 재판부는 “A씨가 심야에 B씨의 현관문 앞까지 허락 없이 들어선 것은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라며 “B씨가 A씨와 교제할 당시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는 사유만으로는 B씨가 자택 출입을 잠정적으로 허락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결국 A씨는 대법원로부터 유죄를 선고받으며 벌금 1300만원을 내게 됐다. 앞으로 공동현관에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거나 경비원이 상주하는 아파트·오피스텔 단지에 주택 소유자 허락 없이 출입했다간 주거침입죄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땅집고 자문단은 “지난 1월 귀가하던 여성을 쫓아 그가 사는 빌라 공동현관문 앞까지 뛰어갔다가 주거침입죄로 기소된 사례가 있는데, 이 사건에는 무죄 판결이 났다”며 “통상 사건이 통상 보행이 가능한 장소에서 일어났다면 주거침입죄 적용이 어렵다는 얘기”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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