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號 부동산 대전환] ⑦ ‘청년 원가 주택’,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땅집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을 공급해 청년층의 주거안정을 돕겠다고 강조해왔다. 윤 당선인의 주택 공약 중 ‘역세권 첫 집’과 함께 가장 주요한 정책으로 꼽히는 것이 ‘청년 원가 주택’이다.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 시세보다 현저히 저렴한 값의 주택 3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어서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젊은층의 관심이 높다.
공약대로만 실행된다면 ‘청년 원가 주택’은 2030 무주택자 청년·신혼부부가 가장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고 내집을 장만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년 원가 주택의 내용이 공개되자 일각에선 ‘반쪽짜리 소유권’으로 혹평받았던 문재인 정부의 ‘신혼희망타운’(신희타)과 별다를게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년 원가 주택’은 3기 신도시 등 공공 택지에 지은 아파트를 건설 원가 수준에 분양하고, 입주자가 5년 이상 거주하면 매각 때 시세 차익의 70% 이상을 보장받도록 한 주택이다. 건설 원가는 택지조성원가와 표준건축비, 이자 비용 등을 합친 수준으로 계산된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일반 공공분양주택보다 더욱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가능해져 처음으로 주택을 마련하는 청년층의 관심이 높다.
‘청년 원가 주택’은 목돈이 부족한 청년층을 위해 공공 주도의 금융지원책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수분양자가 분양가의 20%를 내면 나머지 80% 금액은 수익공유형 모기지(30년 장기대출)를 통해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도입한다. 예컨대 분양가격이 4억원짜리 주택인 경우 입주자가 8000만원만 내면 3억2000만원은 대출이 가능하다.
■ 이리보고 저리봐도… “신희타와 비슷”
부동산 업계에서는 ‘청년 원가 주택’의 성격을 두고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신혼부부 전용 주택 신혼희망타운과 비슷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수익(시세차익) 공유, 대출지원 등 기본 설계·구조면에서 유사점이 많다는 것이다.
신희타 역시 규제지역 대출 한도(40%)보다 훨씬 많은 70%까지 최장 30년간 원리금균등분할 방식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분양가가 3억7000만원이 넘는 단지라면 의무적으로 30년 장기대출을 이용해야 한다.
시세차익은 ‘청년 원가 주택’이 신희타에 비해 유리한 조건이다. 두 유형 모두 일정기간의 전매 제한기간(5~10년) 이후 주택을 매도하면 주택도시기금이나 LH(한국주택토지공사) 등 공공에서 시세차익의 일부를 환수한다. ‘청년 원가 주택’은 시세차익의 최대 30%, 신희타는 최대 50%를 환수한다.
문제는 ‘청년 원가 주택’ 구체적인 윤곽이 공개되면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청년 원가 주택’ 역시 실패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 실패한 정책으로 낙인 찍혔던 신희타와 운영방식이 비슷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신희타가 시장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내 돈은 적게 내고, 시세 차익은 100% 내가 갖고 싶다’는 다소 ‘황당한’ 욕망을 공공 주택으로 충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과천 주암지구에 분양한 신희타 ‘과천주암 C1·C2’는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미분양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주암지구는 양재천을 사이에 두고 서울 서초구 우면동과 마주하고 있는 사실상 ‘준강남’ 입지로 당시 예비청약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관련기사※[과천 주암지구] 시세 반값에 양재천만 건너면 강남…경쟁률 엄청나겠네
그러나 막상 청약 결과가 발표되자 총 1421가구 모집에 730명이 신청해 이 아파트는 절반이 미분양됐다. 최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천 주암지구의 경우 전용면적이 40 ㎡대로 신혼부부가 살고싶은 집이 아니라는 문제도 있었지만, 시세차익의 절반을 정부가 가져간다는 말을 듣고 청약에 마음을 접은 신혼부부들이 많았다”며 “집값 상승기에는 무주택자들 사이에서 재산권 행사를 제약받는 불완전한 소유권에 대한 불만이 의외로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 초 역대 최대 물량이 공급된 4차 공공 사전청약에서도 신희타에서는 미분양이 속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업 재원·도심지 공급은 여전히 숙제
전문가들은 ‘청년 원가 주택’이 여전히 다양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원가 주택에 일률적으로 80% 장기 저리 대출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수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청년 원가 주택으로 지어지는 한 세대당 평균 분양가를 4억원이라고 가정하면 100조여원에 달하는 채무가 발생하는데, 이 부담을 공공이 짊어진다면 결국 국민들의 부담만 가중될 것이란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원 마련 방안으로 주택도시기금 등 공공에 부담을 전가하기보다는 원가 주택을 기반으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를 발행하는 등 새로운 관점의 자금조달계획을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는 소유권을 공공과 공유하는 방식의 주택공급 정책을 이름만 바꿔 지속적으로 내놓았지만, 모든 정책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값 아파트, 지분 공유형 주택, 신희타 등이 이런 정책이다. 윤석열 정부의 ‘청년 원가 주택’ 역시 공공과 이익을 공유한다는 기본 방식은 똑같다. 결국 윤석열 정부에선 대단한 정책으로 포장할지라도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도심지에 위치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인상분의 절반을 청년 원가 주택으로 건설해 공급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권 교수는 “차기 정부에서 민간주도형 정비사업이 주(主)가 될것인 만큼, 결국 새로운 정책과 유인을 통해 민간 재건축·재개발의 토지등소유자와 조합원 등 이해당사자를 설득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드디어, 종부세 폭탄 터졌다. 아파트 사고팔기 전 재산세, 종부세 확인은 필수. ☞클릭! 땅집고 앱에서 전국 모든 아파트 세금 30초만에 확인
▶돈버는 부동산 실전 투자 전략을 동영상으로 만나보세요. [증여편] [재개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