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와, 이렇게 동그랗게 생긴 다리는 처음 보네요. 그런데 강물이 너무 말라서 아쉽네요. 자갈과 모래가 더 많아 보여요.”
올 3월 24일 세종시에 국내에서 가장 긴 보행자 전용 교량인 ‘금강보행교’가 개통해 방문객을 불러모으고 있지만 정작 핵심 경관인 다리 아래 금강 물이 말라붙어 볼 게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강보행교는 세종시 한복판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금강 위에 놓인 다리다. 그동안 남북으로 단절됐던 세종시 생활권을 잇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8년 7월 착공해 3년 8개월 만에 완공했다. 총 사업비는 1116억원이 들었다.
세종시에 따르면 금강보행교는 개통 후 일주일 동안 9만5000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다. 국내 최초 원형 교량이면서 복층형 설계를 적용해 방문객 관심을 끌고 있다.
금강보행교 곳곳에 세종시 정체성을 살린 점도 돋보인다. 다리 총 길이는 1446m인데,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해가 서기 1446년이다. 다리 지름이 460m인데 조선 4대 임금 세종과 세종시 6개 생활권을 형상화한 것이다.
다리 1층은 너비 7m 자전거 전용 도로, 2층은 너비 12m 보행자 전용 도로다. 보행자가 자전거와 부딪힐 걱정 없이 금강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리 한바퀴 도는데 성인 걸음으로 20분 정도 걸린다.
세종시는 이번에 개통한 금강보행교가 지역 랜드마크이면서 인기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다리 주변에 레이저 경관시설·어린이 물놀이시설·분수·경기장 등 다양한 시설을 설치했고 인근에 국회 세종의사당과 국립 박물관단지도 들어설 예정이다.
그런데 다리를 찾은 방문객들은 “보행교 아래 금강 수량이 적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리에서 내려다 본 금강이 강물로 꽉 차있는 ‘리버뷰’를 기대했지만 정작 강바닥이 말라 곳곳에 자갈과 모래만 보이는 것. 이는 문재인 정부가 2018년 2월부터 5년째 금강보행교로부터 하류 5km 지점에 있는 세종보를 전면 개방하면서 갈수기(여름 가뭄이나 겨울 결빙 등으로 강물이 가장 적은 시기)마다 금강이 건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보는 그동안 금강 수심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환경부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세종보를 아예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금강 수심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1100억원 넘게 들여 지은 금강보행교가 관광자원으로서 제기능을 하지 못한 채 세금 낭비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앞으로 여름이나 가을 등 홍수기에는 세종보를 개방하고, 비가 적은 봄과 겨울에는 보를 살려 수량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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