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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70층에 호텔 뺨친다…'생숙'도 하이엔드 전성시대

뉴스 손희문 기자
입력 2022.04.08 07:24 수정 2022.04.15 16:42
[땅집고] 한화건설이 충남 천안아산역 인근에 분양 중인 생활형숙박시설 '한화 포레나 천안아산역'./한화건설


[땅집고] 충남 아산시 천안아산역 역세권에 분양하는 생활형숙박시설(이하 생숙) ‘한화포레나 천안아산’. 이 건물은 법적으로 생숙인데, 실제 분양 회사 측이 내세운 ‘스펙’을 따져보면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와 비슷하다. 우선 최고 층수가 70층인 초고층 건물이다. 준공 이후에는 천안은 물론 충청도에서도 제일 높은 건물이 된다. 최고층에 스카이라운지가 있고, 별도의 직행 엘리베이터가 있다. 3개 동(棟)의 각 입구는 호텔식 로비처럼 만든다. 평형도 중대형으로만 구성돼 있다. 이 단지의 모델하우스를 찾은 한 예비청약자는 “요즘 유행하는 생숙이라고 해서 궁금해서 와 봤는데 초대형 주상복합아파트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틈새 상품’ 쯤으로 여겨지던 생숙이 점점 화려해지고, 초대형 상품으로 바뀌고 있다. 게다가 요즘 시장에 등장하는 생숙은 각 도시의 가장 알짜 땅에 ‘초고층’으로 짓는 경우가 많다. 서울 한강변 아파트 단지들이 목숨을 걸고 있는 49층, 50층은 생숙 시장에선 대수롭지도 않은 일이 됐다.

생숙은 취사와 세탁이 가능한 중장기 숙박시설로, 호텔과 오피스텔을 섞어 놓은 상품이다. 통상 생숙은 원룸·투룸 형식의 가벼운 수익형 분양 상품으로 만들어 분양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에 대해 세금·대출·청약자격 등에서 촘촘한 규제가 이어지자, 건설업계에선 생숙을 아예 고급형 주택을 대체하는 상품으로 만들어 분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땅집고] 부산 해운대 '엘시티'./조선DB


■ 고급 생활형숙박시설… 전국 주요 도시 속속 분양

주택 건설업계에서 최근 들어 가장 유명한 ‘생숙’은 부산의 최고가 아파트인 ‘엘시티’에 들어서 있는 생숙이다. 엘시티 생숙이 들어선 건물은 최고 94층짜리 건물에 들어서 있다. 게다가 비싸다. 전용 159㎡ 형 매물이 호가 45억원에 나와 있다. 지난해 분양한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항(북항)재개발사업지구에서 분양한 ‘롯데캐슬 드메르’도 1221실 모두가 생숙이다. 최고층은 59층의 초고층 건물이다. 펜트하우스의 가장 넓은 면적은 전용으로 335㎡로 공급면적으로 따지면 200평(677㎡)이 넘다. 최근 건설업계에선 “요즘 각 도시에서 가장 비싼 땅에는 아파트가 아니라 생숙을 분양하는게 트렌드”라는 말이 나온다.

생숙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 받는다. 아파트에 비해 규제에서 자유롭다. 오피스텔보다 규제를 덜 받는다. 예컨대 오피스텔은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주택수에 포함되어 각종 부동산 세금을 부과 받는다. 하지만, 생숙은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

지난해 초반 하더라도 정부가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겠다고 나서면서 규제에 대한 공포감이 퍼졌다. 하지만, 도심 주택 공급 부족 현상으로 집값이 폭등하자, 정부 방침이 바뀌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향후 2년간 생숙을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하는 방안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땅집고] 부산에 분양한 한 생활형숙박시설 내부. /조선DB


■ 하이엔드급 생숙 속속 등장… 청약 경쟁률 수백대 1 보여

생숙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주택건설 업계에선 아예 자산가를 위하 ‘하이앤드급 생숙’을 만들어 공급하기 시작했다. 다주택 규제에서 피할 수 있어 자산가들이 생숙에 몰린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실제 경쟁률도 치열하다. 지난해 3월 부산시에서 분양한 ‘롯데캐슬 드메르’는 평균 35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8월 롯데건설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분양한 ‘마곡 롯데캐슬르웨스트’는 총 876실 청약에 약 58만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657 대 1, 최고 경쟁률 6049 대 1을 보였다.

[땅집고] 충남 아산시 천안아산역 일대. 달리는 KTX열차 뒤편으로 신도시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다./신현종 기자


올해도 하이엔드급 생숙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충남 천안아산역 역세권에 짓는 ‘한화 포레나 천안아산역’ 분양을 이달 시작했다. 충남 아산시 아산배방택지지구에 들어서는 이 단지는 지하 5층~지상 70층, 3개동, 전용면적 99~154㎡ 총 1162실 규모로 생활숙박시설과 상업시설로 조성된다. KTX∙SRT노선이 지나는 천안아산역과 서울 지하철 1호선 아산역이 인접한 ‘더블 역세권’ 단지라는 점을 내세운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지역 최고층에 호텔급 부대시설을 갖춘 랜드마크급 생숙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지역 자산가 뿐 아니라 다주택 규제를 피하려는 서울 투자자들도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에선 현대건설이 경기 안산시 시화MTV 일대에 ‘힐스테이트 라군 인 테라스 2차’를 분양할 예정이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에 짓는 이 단지는 지하 2층~지상 49층, 총 1191실 규모다. 전용 36~244㎡, 18개 타입 중 15개 타입이 중대형 위주로 공급된다. 일부 타입을 제외하고 시화호를 조망할 수 있다.

[땅집고] 입지·평면·편의시설 면에서 주택을 뛰어넘는 생숙·오피스텔은 임대수익 뿐 아니라 투자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분양하는 생숙은 고가의 상품이 많은 만큼 브랜드·대단지·상품성 등 '옥석가리기'를 통해 경쟁력 있는 상품에만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조선DB


전문가들은 최근 아파트 대체 상품으로 시장에 등장한 생숙은 구조와 평면, 상품성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경우가 많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메인 상품인 ‘아파트’에 비해서는 아직 시장에서 확실하게 자리잡은 상품이 아니어서 투자에 있어서는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입지·평면·편의시설 면에서 주택을 뛰어넘는 생숙·오피스텔은 임대수익 뿐 아니라 투자 수익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에 분양하는 생숙은 고가의 상품이 많은 만큼 브랜드·대단지·상품성 등을 꼼꼼히 따져 보고 경쟁력 있는 상품에만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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