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인천의 분양 전환 임대주택인 누구나집 임차인들이 6일 사업 홍보와 전혀 다른 계약 조건으로 손해를 보게 됐다며 인천도시공사 사장 등을 경찰에 고소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내 첫 누구나집인 인천시 미추홀구 도화서희스타힐스 임차인 508명은 이날 사기 혐의로 인천도시공사 사장과 인천도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대표를 인천경찰청에 고소했다.
이들은 “부동산투자사는 누구나집 정책으로 10년 거주 후 10년 전 최초 공급가로 집을 분양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며 공공 임대를 했으나 임차인들이 맺은 임대차 계약에선 분양 전환 시 감정평가액으로 분양가를 정하게 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차인들은 10년 임대 후 초기 보증금을 뺀 나머지 분양가만 내면 주택을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것”이라며 “피고소인들은 당시 높은 분양가를 책정해 임대료도 그에 맞춰 올리는 방식으로 5년간 35억원의 임대료까지 더 챙겼다”고 지적했다.
누구나집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인천시장 재직 시절 제안한 것으로 10년간 시세의 80~85% 수준의 임대료를 내며 거주하고 입주 시 확정된 집값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서민·무주택자 대책 중 하나다.
앞서 인천도시공사가 참여한 인천도화SPC는 2014년 3월 520가구 규모의 ‘도화서희스타힐스’를 짓기로 하고 임대 공급에 나섰다.
공사 측이 출자해 설립한 임대 사업자 인천도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는 2014년 5월 임차인들과 ‘임대 의무기간 10년, 분양 전환 가격은 전환 당시 감정평가금액으로 한다’는 내용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사측은 이후 2016년 해당 법이 폐지되고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준공공임대(10년 임대)를 할 수 없게 됐다며 기업형 임대사업자(8년 임대)로 재등록하고 임대차 계약서를 다시 썼다.
새로운 계약에서 분양 시점은 임대 의무기간인 8년이 지난 후 사측이 정한 시점으로 변경됐고, 분양 전환 가격도 전환 당시 감정평가금액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임차인들이 임대차 계약의 내용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조건도 추가됐다. 이에 임차인들은 감정평가금액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내용에 따라 분양 전환가가 당초 계약보다 높아질 수 있다며 2019년 국민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고, 권익위는 계약 시정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정진원 도화서희스타힐스 임차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업 초기 국내 최초 누구나 집이라고 홍보했었지만 정작 계약 내용은 달랐다”며 “그 과정에서 사전 고지도 없이 계약 조건이 바뀌었지만 주민들은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입주할 수 없다는 말에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