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00평도 좋다" 도심 땅찾기 혈안…주유소는 금값

뉴스 손희문 기자
입력 2022.03.31 08:26 수정 2022.03.31 10:40
[땅집고] 과거 SK엔크린 합정주유소로 쓰이던 서울 마포구 합정동 부지에는 현재 한강 조망이 가능한 20층짜리 오피스텔 한동이 들어서있다./네이버지도


[땅집고] 서울 마포구 합정동 홀트아동복지회 건물 바로 옆에 들어선 주거형 오피스텔 ‘스퀘어리버뷰’. 한강 양화대교 북단교차로 입구에 있는 이 오피스텔은 몇 년 전까지만해도 SK엔크린 합정주유소가 있던 자리다. 강변북로 진입로에 있어 주유하려는 차들이 줄을 설 정도로 이용자가 많았다.

이 땅에 지난해 9월 지상 20층 규모 주거형 오피스텔이 들어섰다. 2018년 부동산 개발회사인 더스퀘어아이앤디가 이 땅을 사들여 주유소를 철거한 뒤 오피스텔을 지어 분양했다. 한강 쪽으로 전망이 뻥 뚫려 있어 전 호실이 한강 영구조망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개발회사 측은 “주유소 부지로도 괜찮았지만, 여의도와 홍대, 광화문 쪽 직장인들의 주거 수요가 많아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오피스텔을 지어 분양했다”고 말했다.

토지 매입 당시 3.3㎡(1평)당 약 1억원이었던 이 땅은 현재 시세기준으로 1억3000만원 이상으로 뛰었다. 유재영 더스퀘어아이앤디 부사장은 “서울 도심 땅값이 너무 올라 땅을 찾기 쉽지 않다”며 “과거에는 개발회사들이 최소 500평 이상 되는 땅을 찾았지만, 요즘은 입지만 좋으면 100평 안팎의 땅도 매입하곤 한다”고 말했다.

개발부지가 점차 고갈되어가는 서울·수도권에서 부동산 개발사업과는 전혀 동떨어져있던 소규모 땅도 디벨로퍼들이 공격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주유소, 모텔, 노후 상가 등이 주요 대상이다.

[땅집고] 주유소와 전화국 부지 등이 주택으로 변신한 사례들./조선DB


개발업계에 따르면 역세권이나 대로변에 위치한 주유소의 경우 오피스텔 개발 후보지로 인기가 높다. 주유소 부지는 역세권 등 입지가 우수한 주요 길목에 있어 유동 인구가 많고, 교통이 편리해 개발에 유리하다. 주유소 사업은 경우 자체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도 이런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차량 증가와 함께 호황을 맞았던 주유소 사업은 2010년대 들어 경쟁이 치열해 져 수익성이 예전만 못하다.

온라인 구매가 늘며 수익이 악화된 유통가의 목 좋은 부지도 주택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지하철 역세권 대형마트도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투자은행(IB) 업계에서 대규모 매각건으로 주목받았던 성수동 이마트 본사 건물이다.

[땅집고] 게임회사인 크래프톤에 팔린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점 건물. /이마트


성수동 이마트 본사 건물의 매각대금은 약 1조2200억원. 대지면적 2만800㎡(약6300평)을 고려하면 3.3㎡(1평당) 1억 9000만원이 넘는다. 이 건물을 매입한 주인공은 게임업체 크래프톤(크래프톤·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이었다. 서울 시내에 개발 가능한 대지가 점점 줄어드는데다 최근 성수동 땅값이 급등해 예상보다 높은 금액에 낙찰됐다. 업계에서는 이 건물이 향후 크래프톤 본사 사옥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월쯤 이마트 영업이 끝나면, 하반기부터 착공에 들어 갈 것으로 알려졌다.

[땅집고]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이마트 중동점'./네이버지도


현재 ‘이마트 중동점’도 매각이 진행중이다.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서 20여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이마트 중동점 부지는 서울 지하철 7호선 부천시청역 초역세권에 있어 부천에서도 입지가 좋기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는 오피스텔 등 복합시설이 들어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재 엠디엠(MDM), 인창개발, 화이트코리아 등 굵직한 디벨로퍼들이 매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점은 3000억원 안팎에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부천 최고 노른자' 이마트 중동점 매각 추진…디벨로퍼들 군침

주유소와 대형마트는 대부분 역세권에 자리잡고 있고, 상업 지역인 경우가 많아 용적률을 최대한 받을 수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일수록 주택사업을 할 경우 주거와 상업시설이 결합된 복합개발에도 유리해 사업성이 좋다. 양해근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대부분 주유소와 대형마트가 대로변에 위치하고, 토지용도가 3종일반주거지역이나 상업용지여서 용적률을 높게 받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마트 중동점 역시 일반상업지역으로, 공동주택이 아닌 판매·업무·숙박시설이나 복합시설을 지을 수 있다.

도심지 내 땅과 건물을 매입하려는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전무는 “도심 중에서도 서울에선 외곽이라도 주택이나 오피스를 지을 만한 빈 공간이 거의 없다”며 “핵심지에 있는 기존의 상업용 건물 등을 공격적으로 매수하는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문 땅집고 기자 shm9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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