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대선 이후 봄 이사철을 맞아 그동안 주춤했던 전세 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서울 강남권 전세시장은 기대감 속에도 사뭇 잠잠하다. 얼마 없는 전세 급매물이 사라지고 고가 매물만 남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고가 주택 집주인들이 이른바 ‘임대차 3법’ 개정을 기다리며 싼값에 내놓았던 매물을 거둬들인 영향이 크다고 본다.
■집주인들 “집 비워두더라도 싸게는 안 내놓는다”
29일 네이버부동산 사이트를 보면 4424가구 규모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세 매물은 총 292건에 달한다. 이 중 85건이 전용 84㎡로 지난달까지 전세 호가는 8억9000만원으로 9억원에 못 미쳤다. 그러나 이달 들어 10억5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지며 작년 말 수준을 회복했다. 현재 호가는 8억~11억원 선이다.
허준 허준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대선 전까지는 가격이 뚝뚝 떨어졌는데 대선 이후 전세 호가가 다시 올라왔다”면서 “싼 매물은 대선 이후 빠르게 소진됐고, 나머지 매물은 차라리 집을 비워둔다고 해도 호가를 낮출 생각이 없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자이 전용 84㎡는 이달 보증금 19억원에 전세계약되며 신고가를 갱신했다. 현재 호가는 20억원에 달한다. 김미혜 자이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후 집값 상승이나 임대차 3법 개정, 다주택자 규제 완화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안 내리고 버티는 중”이라고 말했다.
■강남 집주인 “임대차 3법 개정까지 버티자”
전문가들은 강남권 집주인들이 무기한 버티기에 돌입했다고 풀이했다. 당장 전세를 줘도 손해 보지 않는 금액대를 유지하면서 법 개정이 될 때까지 차라리 방을 비워놓는 선택을 하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전세를 주면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에 꼼짝없이 4년 동안 가격이 묶이는 데다가, 4년 후에도 5%밖에 못 올리는 탓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원회는 임대차 3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 29일 “차기 정부는 시장 기능 회복을 위해 임대차3법 폐지·축소를 포함한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계적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임대차3법으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선거에 패했다는 것을 알고 있어 법 개정에 반대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자신들이 만든 법안을 개정하는데 쉽게 동의할 경우 완벽한 ‘백기 투항’처럼 보일 수 있어 정치적 득실 계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강남권에 여유 자금이 있는 집주인들은 임대차 3법 개정 기대감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전세금을 내리더라도 법 개정 이후에 내리겠다는 생각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대차 3법이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되면 전월세 가격이 떨어지며 자연스럽게 임대차 시장 안정화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다만 다주택자 세부담 완화와 함께 진행되지 않으면 ‘반쪽 짜리’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임대주택 공급이 많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다주택자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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