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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줄일 획기적 방법 있는데…건설사들이 외면하는 이유

뉴스 장귀용 기자
입력 2022.03.30 04:35
/조선DB


[땅집고] “사무실 등 빌딩에서는 위층 구둣발 소리가 들리는 경우는 거의 없죠. 그런데 아파트에만 들어가면 맨발로 다니는데도 유독 소음이 크게 들립니다. 아파트 구조 자체에서 발생하는 문제인데, 건설비를 올려 구조를 바꾸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와 건설사 누구도 이 비용을 지불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도 크게 효과가 없을 겁니다.”

국토교통부가 아파트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하고 소음 측정 방식도 바꾸겠다고 나섰지만, 건설 업계에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기사] 공으로 '탕탕'…8월부터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 도입

지난 28일 국토교통부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및 규칙’,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인정 및 관리기준’을 각각 입법예고 및 행정예고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부터 아파트 완공 후 사용검사 승인 전에 층간소음을 평가하는 ‘성능검사’를 거쳐야 한다. 기존에는 실험실에서 만든 바닥구조에서 층간소음을 측정했지만, 앞으로는 실제 건설한 아파트 현장에서 검사하는 것이 핵심이다.

[땅집고] 국토교통부는 오는 8월부터 층간소음 측정방식을 타이어를 1m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뱅머신(위) 방식에서 사람이나 기계로 고무공을 떨어뜨리는 임팩트볼(아래)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전문가들은 국토부 대책이 층간소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람마다 소음 체감 정도가 다른 상황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측정방식도 2014년 폐지한 임팩트볼로 바꿨는데 이 방식은 실험자(공을 떨어뜨리는 사람)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방식이어서 신뢰성이 낮다”고 했다. 새 방식대로 정부 기준을 통과해도 민감한 주민들은 여전히 층간 소음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층간소음은 건물 구조에서 파생되는 것이어서 현실적으로 완벽한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건물 구조는 크게 기둥이 있느냐, 없느냐로 나뉜다. 기둥 없이 벽이 위층 수평구조(슬래브) 무게를 지탱하는 구조가 벽식이다. 무게를 지탱하는 수평 기둥인 ‘보’가 있으면 라멘 구조, ‘보’가 없이 슬래브와 기둥으로 이뤄져 있으면 무량판 구조라고 한다.

이 중 벽식 구조가 소음에 가장 취약하다. 무량판 구조도 벽식보다는 낫지만 소음이 제법 발생한다. 라멘 구조는 소음이 가장 적은 편이다. 소음을 기둥과 보가 분산시켜서 진동을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양관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벽식 구조는 슬래브와 벽이 면대면으로 일체화돼 있는데 슬래브에서 울리는 진동이 벽을 타고 큰 소리로 아래층에 전달된다”면서 “무량판 구조 역시 슬래브 두께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어 소음에 완벽히 대응하긴 힘들다”고 했다.

[땅집고] 아파트 바닥 구조의 분류. /조선DB


문제는 국내 아파트 절대 다수는 소음에 취약한 벽식 구조라는 점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2007년부터 10년 간 지은 전국 500가구 이상 아파트의 98.5%가 벽식 구조다. 이후 지은 집들은 대부분 ‘무량판’ 구조다. 기둥식 구조는 서울에서 1만9171가구, 경기도에서 3667가구 등 모두 2만9202가구에 불과했다.

대부분 아파트가 벽식이나 무량판을 택하는 것은 라멘 구조보다 공사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라멘 구조는 일반분양을 통한 수익도 적다. 층과 층 사이에 보가 들어가기 때문에 층고가 높아져 같은 용적률이라도 층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통상 벽식 구조와 무량판 구조로 20층을 지을 때 라멘구조는 18층 정도밖에 지을 수 없다. 나름 고급 주택을 지향하는 서울의 조합 아파트도 대부분 벽식 아파트로 짓는다. 소음이 싫지만, 건설비가 더 들어가고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을 더 싫어하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 출신의 건설기술사 L씨는 “라멘 구조로 집을 지을 경우 분양가구가 줄어 서울 내 10개동 아파트 기준으로 200억원 이상을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라멘 구조를 ‘장수명 주택’ 필수 요건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업계에서 잘 채택하지 않는 이유”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층간 소음 문제를 해소하려면 라멘 구조 주택에 대해 용적률 추가 혜택이나 기부채납 비용 경감 등 확실한 메리트을 제공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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