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분명 콘크리트 건물인데, 중간에 뜬금없이 한옥 기와 지붕이 올라간 이유는 뭔가요? 마치 변신을 잘못한 트랜스포머같네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전국에서 가장 기괴하게 생긴 시청 건물’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화제다. 이 건물은 일반 오피스 건물처럼 회색 콘크리트 외관으로 마감했는데, 아치형 출입구 위쪽에 한옥 기와 지붕이 생뚱맞게 얹혀있어 이질적이고 어색한 느낌을 준다. 그나마 한옥 정취가 조금 풍기는 정면과 달리, 측면과 후면에는 한옥을 모티프로 한 장식이 하나도 없다. 그야말로 한옥에 ‘살짝 발만 담근’ 콘크리트 건물인 셈이다.

이 건물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기와 지붕이 너무 뜬금없다. 한옥이 콘크리트 안에 갇혀있는 것 같다”, “낡은 인문대 건물에 한옥을 구겨 넣은 것처럼 보인다”, “건물 의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커다란 단두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괴상한 건물은 전북 전주시 서노송동에 1981년 완공한 전주시청사다. 원래 전주기차역이 있던 자리인데 전라선 노선을 고려해 역사를 시 외곽인 우아동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시청을 세운 것이다. 전주시는 설계 공모를 통해 청사 설계안을 뽑았다. 그 결과 전주에서 가장 명문이라고 꼽히는 전주고 출신 건축가 김기웅씨 작품이 당선됐다. 천안 독립기념관을 설계해 유명세를 탄 인물 중 하나다.

김씨는 전주시청사를 설계하면서 호남 최대 관문이자 전주의 대표 고적으로 꼽히는 보물 제308호 풍남문의 성문과 누각을 본뜨기로 했다. 한옥마을이 있는 전주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드러내려는 의도를 설계에 반영한 것. 그 결과 콘크리트 건물 중간에 한옥을 연상케하는 기와 지붕이 올라가 있는 전주시청사가 탄생한 것이다.

당시 포스트모더니즘이 풍미하던 국내 건축계 분위기가 전주시청사 설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건물이 준공한 1980년대는 한국 전통 건축을 현대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으며, 동시에 포스트모더니즘 건축 사조가 주를 이루던 시대다. 포스트모더니즘은 규칙·규율·통제·기능을 중시하는 이성중심주의를 표방한 모더니즘에 반(反)하는 사상에서 출발했다. 건축에선 ▲전통 방식의 건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현대 건축물과 전통 건축물을 마구 뒤섞는 등 형태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콘크리트＋한옥’ 외관을 한 전주시청사를 국내 대표적인 모스트모더니즘 건축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 사조가 사라진 후 전주시청사는 건축계에서 ‘피상적인 전통 해석’이라는 쓴소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건물 전체적인 조화로움이나 미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현대와 전통을 억지로 끼워맞추는 바람에 기괴한 건물이 탄생했다는 비판이다. 이 때문에 2013년 건축 전문가들이 뽑은 ‘해방 이후 최악의 건축물 20선’에서 19위를 차지하는 오명을 썼다.

전주시청사 외관에 악평만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박스형으로 짓거나 통유리로 마감해 특색 없는 다른 지역 공공기관 건물보다는 개성있고 예쁜 것 같다”, “실제로 보면 그렇게 기괴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전주 한옥마을 생각도 나고 좋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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