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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하긴 하는 거예요?"…호가만 치오르는 1기 신도시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2.03.29 07:26 수정 2022.03.29 14:18
[땅집고]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한신 아파트. /김리영 기자


[땅집고] 지난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수인분당선 서현역 앞. 전철역과 이어진 서현육교를 건너자 1990년대 지은 분당 시범단지 아파트가 한눈에 들어왔다. 분당 시범단지는 서현역 남동쪽에 들어선 삼성한신·우성·한양·현대 아파트를 말한다. 총 7769가구 규모로 1991년 입주해 올해로 지은지 30년이 지났다.

시범단지는 서현역에서 이동하려면 차로와 육교를 건너야 한다. 단지 내부로 들어서니 동 전면부는 내부 수리로 창호를 교체한 집과 바꾸지 않은 집이 뒤섞여 있었다. 주차장이 부족해 단지 사이 도로와 서현육교에 주차한 차량도 보였다.

[땅집고]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가 결성된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 아파트 단지 위치. / 김리영 기자


시범한신 아파트 옆 도로에는 “분당 재건축 촉구 주민 결의대회를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최근 분당에는 재건축 사업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호가가 수억원씩 오르고 매수 문의도 급증했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 사이에선 “정말 재건축이 되기는 되는거냐”는 불안감이 여전했다.

■“분당, 재건축정비계획 수립까지 최소 7년 기다려야”

[땅집고] 지난 26일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어린이공원에서 분당재건축연합 주민들이 분당구 재건축 사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 분당재건축연합 제공


분당신도시에는 1991년 9월 시범단지가 처음 입주한 것을 시작으로 총 136개 단지, 9만4600가구가 들어섰다. 지난해가 분당 시범단지 조성 30년이 되는 해였다. 그동안 분당을 비롯한 1기 신도시는 재건축은 불가능하고, 리모델링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대선 기간 중 재건축을 주장하는 주민 목소리가 커졌고, 분당 시범단지엔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가 결성됐다. 또 분당 전 지역의 30개 이상 노후 아파트 주민들이 분당재건축연합회를 만들었다. 대선 기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1기 신도시 재건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뭉친다고 해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놓았다고 해서 재건축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땅집고] 1기 신도시 현황. /국민의힘


우선, 노후 아파트 단지를 재건축하려면 도시기본계획 등을 통해 노후 단지에 대한 재정비 지역 지정부터 해야 한다. 아직까지 어떤 지자체도 1기 신도시를 재정비 사업 대상지로 지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1기 신도시는 아파트 용적률이 평균 160~230%를 넘겨 재건축 사업성을 확보하려면 용적률 완화가 필요하다. 문제는 1기 신도시만 용적률을 올려줘야 할 명분이 없다는 것. 또 재건축을 하려면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기준이 높아 통과 가능성이 낮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지난 26일 분당재건축연합회는 분당구 서현어린이공원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분당 노후 아파트 단지를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하라”고 요구했다. 최우식 분당재건축연합회 본부장은 “성남시는 지은지 30년이 된 분당구 아파트 중 1곳도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며 “재건축은 지금 시작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5년에 한 번 수립되는 정비계획안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것은 노후 신도시를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그러나 성남시 관계자는 “10년에 한 번 정비계획안을 수립하고 5년마다 타당성 검토 내용을 반영할 수 있어 당장 재건축 계획안을 마련하긴 어렵다”며 “주민 입장을 조금이라도 반영하려면 2024년 타당성 검토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호가 치솟고 매물 거둬들이는 1기 신도시

윤석열 당선인이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지만, 이 공약이 지켜질지도 의문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 “1기 신도시에 토지 용도변경이나 종상향을 가능하게 하는 특별법을 만들어 1기 신도시에 10만가구 이상 추가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당선인의 1기 신도시 재건축 공약은 지난 2월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노후신도시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통해 구체화할 전망이다. 이 법안은 1기 신도시 주민들이 요구한 특별법으로, 신도시 용적률 상향, 규제 완화, 자금 능력 부족한 가구·세입자 이주 대책 지원, 추가 부담금 지원 방안 등이 담겼다.

하지만, 법안에는 용적률이나 안전진단 기준 완화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1기 신도시만 용적률을 완화해 줄 경우 비슷한 시기에 지은 전국 모든 아파트 주민들은 “1기 신도시만 특혜를 주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발할 것이 뻔하다. 시장에서 재건축 기대감에 신고가가 나오는 등 지나친 집값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장애 요인이다. 법안이 통과되기도 전에 집값이 급등하면 무작정 규제를 완화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땅집고] 분당 시범단지 아파트 실거래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그럼에도 재건축 기대감이 퍼지면서 집값은 강세다. 송준한 금토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대선 이후 분당구 아파트 전체적으로 호가가 평균 5000만원 정도 뛰어올랐고, 인기 단지는 1억~2억원까지 뛴 곳도 있다”며 “집주인들이 매물을 빠르게 거둬들이는 분위기여서 예전보다 거래 가능한 매물이 20% 정도 줄어든 상태”라고 했다.

주택 시장에선 40~50년씩 된 서울 아파트도 재건축을 못하고 있는데, 이제 30년을 맞은 1기 신도시 아파트가 재건축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대선 기간 동안 재건축 기대감이 갑자기 커졌고, 그 결과 가격은 오름세지만 특별법 통과 또는 재정비계획안 수립 등이 제대로 진행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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