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달라지는 상권 지형도] 2030 놀기 좋은 곳으로 탈바꿈한 압구정의 부활
[땅집고]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전철 수인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과 3호선 압구정역 사이 길거리엔 20~30대로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골목 안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압구정로데오 골목 사이사이 위치한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셀프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인기 있는 가게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거리두기에도 대기줄까지 생길 정도로 손님이 가득 찼다.
압구정 일대 상권은 요즘 제2의 전성기라고 불릴 정도로 되살아났다. 2030세대의 이목을 끄는 식당과 카페 등이 자리 잡으면서 이른바 ‘핫플’(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덕이다.
■패션에서 유흥 문화 핫플로 부활한 로데오거리
압구정로데오거리는 한때 서울 최고 상권으로 꼽히던 곳이다. 1988년 맥도날드 1호점이 들어선 뒤 1990년대 중반까지 “야, 타!”로 유명한 ‘야타족’, ‘오렌지족’들이 수입차를 몰고 다니며 유흥과 향락을 즐겼다. 이후 임대료 급등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과 함께 긴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최근 압구정은 분위기가 완전히 반등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압구정 중대형상가 공실률은 5.6%에 불과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2020년 2분기 16.1%로 최고점을 찍었지만 이후 꾸준히 공실률이 낮아졌다. 1㎡당 임대료도 4만8000원으로 1분기(4만7300원)대비 1.4% 가량 올랐다
압구정 상권이 살아난 것은 이전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개편된 영향이 크다. 원래 압구정로데오에는 한 매장에 2개 이상 브랜드 제품을 모아 판매하는 매장인 이른바 ‘편집샵’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압구정로데오 거리는 편집샵이 대거 사라지고 그 자리를 2030세대, 특히 여성층이 선호하는 인테리어와 메뉴를 갖춘 카페와 식당이 채웠다. 실제로 최근 압구정을 찾은 방문객들도 옷가게보다 도산공원 인근 식당과 술집으로 몰린다.
30대 직장인 여성 J씨는 “카멜커피, 킨포크도산, 에잇디카페, 꽁티드툴레아, 누데이크도산 같은 카페와 클랩피자, 고트델리, 리틀넥, RPM, 우디집, 묵전 등 술집과 식당을 자주 찾는다”면서 “새로 생긴 팝업스토어와 원래부터 있던 고급 라운지와 식당, 명품가게가 어우러지면서 선택권이 넓어졌다는 점이 로데오거리를 찾게 만드는 것 같다”고 했다.
■ 압구정역 상권 성형‧PB 총성 없는 경쟁으로 후끈
로데오거리에서 언주로(9차로)를 건너면 나오는 ‘압구정역 상권’은 분위기가 또 다르다. 기존부터 경쟁이 치열했던 성형 미용업종에 더해 최근 자산관리(WM)산업 격전지로 떠오르면서 총성 없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성형외과 밀집지역으로 떠올랐던 압구정역 3·4번 출구 인근 거리에는 한 건물에 3~4개씩 성형외과가 있다. 이런 건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3·4번 출구 인근에만 성형외과가 100여곳에 이른다.
특히 대선 정국에서 탈모 지원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방문객이 더욱 늘어났다. 실제로 이 일대에서 모발이식수술로 유명한 M 성형외과의 경우 수술하려면 석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 A성형외과 관계자는 “대기 인원이 계속 늘면서 수술비도 올라가고 있다”면서 “현재 모발이식 수술비는 3500모 기준 700만원 정도로 1년 전과 비교하면 100만원 가량 비싸졌지만 예약이 힘들다”고 했다.
압구정 일대는 금융업계 자산관리 격전지로도 떠오르고 있다. 특히 PB(프라이빗뱅커) 영업 경쟁이 치열하다. 실제로 금융업계는 최근 압구정 일대에 PB센터를 신설하거나 기존 센터를 통폐합하는 등 역량 집중화에 나서고 있다. KB금융그룹은 내년 7월부터 프라이빗뱅커(PB)센터인 ‘압구정 플래그십’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상 7층 규모로 국내 PB센터 전용 건물 중 최대 규모다. 하나은행도 서압구정골드클럽, 압구정역PB센터 등을 압구정PB센터로 통합하기로 했다. 다른 금융사들도 압구정 일대 지점에 PB 전담 인력을 확충, 충원하고 있다.
성형미용과 PB 등 고비용 상품이 주력을 이루면서 압구정역 상권 매출도 크게 올랐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압구정역 상권은 지난해 월평균 매출액 4092억원으로 2020년(2921억원) 대비 40% 뛰었다.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23만명으로 전국 31위 수준이지만 유동인구당 매출액은 5만9000원으로 국내 1위다.
압구정 소재 음식점 업주 S씨는 “압구정 상권을 찾는 방문객은 다른 상권보다 씀씀이가 커 매출액이 크다”면서 “아직까지 사람이 많이 몰리는 주말과 그렇지 않은 평일의 차이가 큰데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더 많은 방문객이 압구정 일대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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