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대통령 온대" 흑석동까지 한껏 들떴는데…삼각지는 울상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2.03.24 07:21

[땅집고]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자리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확정되면서 이와 관련된 부동산 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당초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주변 지역에 부동산 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있었으나, 논란이 진행되면서 “대단한 호재는 아니지만, 최소한 대통령 집무실 주변 지역을 장기적으로 슬럼처럼 놔두지는 않을 것 아니냐”는 기대감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으로 수혜를 입는 지역은 용산 내에서는 이촌동 일대가 꼽힌다. 국방부 부지와 거리가 어느 정도 있어 개발 수혜만 입을 수 있고 정비사업지가 많아 규제 완화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용산구와 맞닿아있는 마포·동작구 등 지역도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땅집고]용산구 한강변에 자리잡은 '전통 부촌'인 동부이촌동 지도. 사진은 이 지역 대표 재건축 단지인 '한강맨션'./사진=뉴스1, 그래픽=손희문 기자


■동부·서부이촌동, 개발+정비사업 규제완화 등 수혜

용산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된 지역으로는 이촌동 일대를 꼽을 수 있다. 용산구 한강 변에 있는 ‘전통부촌’ 동부이촌동은 남쪽으로는 한강을 끼고 있고 개발 중인 용산공원과 매우 가깝다. 지하철 4호선 이촌역과 서빙고역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편하고 지리적으로 강남·북 접근성이 모두 좋다.

동부이촌동 일대는 대통령실이 들어설 국방부 부지와는 지하철로는 두 정거장, 자동차로는 10분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다. 입지상으로 보면 이른바 ‘용트럴파크’(용산공원과 센트럴파크의 합성어)로 조성될 용산공원 수혜는 제대로 누리면서도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해 야기될 시위나 집회로 인한 소음·교통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또 이 지역은 특히 재건축·리모델링 단지가 10곳이 넘을 정도로 정비사업지가 많다. 최근 15개 단지 1만여 가구가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한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 활성화 수혜도 볼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현장 분위기도 우호적이다. 한강맨션 인근 한강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대단한 것은 아니어도 대통령 집무실이 오는 것은 그래도 주민들은 ‘호재는 호재’라며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신동아부동산중개인사무소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추가 규제가 없다고 해서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면서 “고층 개발 기대감이 여전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땅집고]서부이촌동 일대./서울시


용산 정비창 사업지, 한강 변에 있는 낙후지역인 서부이촌동 역시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이 지역도 정비사업이 다수 있는 데다가 동부이촌동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실과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져 있다. 특히 이 일대 노후 아파트 단지들은 최근 동부이촌동에 이어 줄줄이 리모델링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땅집고]대통령 집무실이 새로 들어설 용산 인근 지역들. 한강 넘어 동작구 흑석동이나 마포구 공덕동, 서울역 인근 등이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박기람 기자


■마포·동작구, 서울역 인근 등 인접 지역도 기대감

마포·동작구 일대, 서울역 주변 재개발·재건축 지역도 직접적인 건축 규제 반경 안에 들지는 않으면서 용산구에 새로 생기는 정치적 상징성으로 인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제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꾸준히 해당 지역 주민들이 기대감을 표출하는 중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건축 규제로부터 자유롭고 상주하는 인원의 소득 등을 고려했을 때 마포구 공덕역 일대의 정비사업지, 이촌동 맞은편에 있는 동작구 한강변 흑석동 일대도 가장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흑석동 홍익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라 현장에서 큰 반응은 없지만, 용산이 잘 되면 흑석동도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용산으로 내려오는 한강로 주변 지역인 동자동·후암동·청파동·남영동 일대도 정비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용산에 대통령실이 조성되는 만큼 아직 낙후된 서울역 일대가 빠르게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외부에서 우리나라의 상징인 대통령실을 보러 오는 길목을 정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땅집고]삼각지역 인근 고층 주상복합 단지들./박기람 기자


■반면 삼각지는 울상…”집회·시위로 불편해질 듯”

반면 대통령실과 가까운 삼각지역 일대 주택은 기대감보다는 ‘우려’가 큰 편이다. 삼각지 주변 지역인 파크자이, 월드마크, 벽산 등 주상복합 단지를 비롯해 삼각맨션 등 정비 사업지들이 그 대상이다. 용산공원 등 일대 개발사업이 속도를 낼 수는 있지만, 이는 원래 계획된 사업이라 진작에 다 집값에 반영이 됐고 되레 대통령실 이전으로 주거 환경만 더 나빠질 수 있는 탓이다.

[땅집고]2016년1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5차 촛불집회.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앞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특히 용산 삼각지 일대가 상습적인 시위·집회가 벌어지는 ‘데모의 메카’로 떠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광우병 집회나 촛불집회, 태극기 집회처럼 전국단위로 조직된 데모가 용산 삼각지 일대에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집회가 불법 폭력 집회로 변질되더라도 우리나라 경찰은 통상적으로 이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만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이다. 또 1인 시위, 노숙시위 등 각종 시위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보수·진보 정권에 관계 없이 청와대 주변 청운동 일대는 수많은 데모와 집회로 난장판이 됐고,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용산114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통령실 이전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이 별로 안 좋아한다. 앞으로 시위나 집회 등으로 동네가 시끄러워지고 교통이 혼잡해진다는 우려가 크다”며 “원래 사려던 수요자도 망설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땅집고] 국방부 청사 인근에 있는 삼각지 '삼각맨션'. 현재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박기람 기자


특히 국방부 인근 정비 사업지는 고민이 많다. 이만수 용산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삼각맨션 등 정비사업지 소유주들은 층고 제한 등 규제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윤 당선인이 추가 규제가 없다고 했으니 일단 기다려보자는 분위기”라면서 “이 일대 부동산은 아직 구체적인 정책이나 내용 나오기 전까지는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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