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완전정복] 이지은 법률사무소 리버티 변호사 “시장 미성숙…약관·상품 잘 살펴야”

[땅집고] ”NFT 시장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고수익) 시장입니다. 기회는 많지만, 초기 시장이라 정보가 적고 법적 안전망이 없어 예비 투자자에게는 매우 터프한 시장입니다. 약관과 상품을 잘 살펴보는 습관을 들여놓는 것이 NFT 투자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리버티 이지은 대표 변호사는 “NFT는 아직 법적 성격이 규정되지 않았다. 국내외에서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제도권에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는 있지만, 아직 매우 초기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NFT는 ‘복제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의 줄임말이다. 시장조사기관 ‘댑레이더’에 따르면 세계 NFT 판매액은 2020년 9490만 달러(약 1163억원)에서 지난해 250억 달러로 불어났다. 가상화폐가 약세를 보이던 지난 1월 세계 최대 NFT 플랫폼인 오픈씨(Open Sea)의 월간 거래금액은 전년 동월 대비 837배 증가한 7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급성장 중인 NFT 시장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NFT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거의 없고, 투자자 스스로 안전한 투자를 하려고 해도 정보 자체가 많지 않다. 예를 들어, 다양한 NFT거래 플랫폼이 있지만, 플랫폼 자체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변호사는 2019년 스타트업 대표를 역임할 당시 블록체인 업무를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NFT 분야에 뛰어들게 된 법률전문가다. 이 변호사는 오는 24일부터 땅집고가 개설하는 ‘NFT 완전정복: 실전 투자의 기초’ 교육 과정에서 ‘NFT 법률 상식과 주의할 점’을 주제로 강의한다. 이 변호사를 만나 핵심 내용을 미리 들어봤다.

Q. 법적으로 NFT는 어디까지 왔는지.

“법적으로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아직 NFT 에 대한 법적 성격도 정해지지 않았다. 블록체인을 다루는 IT나 예술계, 금융권마다 해석이 다르다. 아직 법적 성격은 논의 중인 상황이지만, 자금세탁이나 탈세 등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규제는 필요하다.

밑바탕 규제는 이제 조금씩 마련되고 있다. 우선 작년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의 근거가 되는 자금세탁방지 금융대책기구(FATF)의 개정안이 나왔다. 개정안이 반영된 특금법에 따르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은행으로부터 실명 입출금 확인 계정(실명계좌)을 받아야 원화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즉 은행 실명계좌가 연결된 가상화폐 거래소만 운영될 수 있다는 의미다. NFT 시장이 이제 특금법을 적용받고 거래소의 법적 지위가 특금법에 의한 간접 규정이 생겼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가 시작된 셈이다.

Q. 또다른 법적 허점이 있나?

NFT 시장에는 저작권 개념이 없다. 디지털 파일을 NFT로 만드는 작업을 민팅(minting)이라고 하는데, 아무나 NFT를 민팅·발행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실제로 슬픈 개구리 캐릭터로 유명한 ‘개구리 페페(Pepe the Frog)’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8월 NFT거래소 ‘오픈씨’에서 페페를 테마로 하는 ‘새드 프로그 디스트릭트(Sad Frog District)’ NFT 프로젝트가 삭제됐다. 개구리 페페의 저작권자 매트 퓨리가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해당 프로젝트의 게시·판매 중단을 요청하면서다. 프로젝트 삭제로 인해 이미 NFT를 구매한 투자자 1900여 명은 피해를 보게 됐다.

Q.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나?

NFT 거래소는 저작권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전자상거래법 적용을 받아 소비자 보호가 되기는 한다. 그런데 저작권이나 상품권에 대한 책임은 별개다. 통상 NFT 거래소는 저작권 관련 면책 조항을 약관에 포함한다. 저작권이나 상표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투자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실제로 오픈씨 약관에는 ‘당사의 서버에 나열된 모든 가상자산에 대해 보증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저작권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긴다는 문제가 불거지자 최근 변화가 생겼다. 작가가 대신 책임을 지게 한 것. 작가가 작품을 NFT 거래소에 업로드하려고 할 때 ‘저작권 침해가 없고 적법하다’는 내용의 약관과 법률 의견서·확인서를 받아오게끔 한다. 하지만, 거래소가 봉이 김선달 같이 수수료는 다 받으면서 책임은 오히려 작가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점은 또다른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대한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본다.

Q.예비 투자자가 지켜야 할 체크리스트가 있다면.

현재 NFT 시장은 아직 성숙하지 않다. 투자자가 지뢰를 잘 피해 가려면 세 가지 체크리스트를 따라야 한다. 먼저 거래소를 고를 때 은행 실명계좌가 연결된 공인된 곳인지를 잘 봐야 한다. 사설 거래소는 약관 마련도 제대로 안 해놓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두 번째는 약관 확인이다. 거래소에 가입할 때 나오는 약관을 꼼꼼히 하게 읽어서 어떤 항목들이 있는지 봐야 한다. 대부분 소비자는 약관을 잘 읽지 않는다. NFT는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소비자 권리를 찾기 위해선 약관을 꼼꼼히 읽고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는 투자자의 안목을 키우는 것이다. 매수하려는 상품에 저작권 문제가 없는지, 신뢰할 만한 상품인지 개인이 잘 따져봐야 한다. 법적으로 보호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해서 시장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