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헐, 옛날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이렇게 땅바닥에 그려뒀나보네요. 실제 집을 떠올리려면 엄청난 상상력이 필요했겠어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1970년대 아파트 모델하우스’라는 사진이 돌고 있어 눈길을 끈다. 허허벌판 흙바닥에 흰색 석회가루로 아파트 평면도를 그리고, 공간마다 ‘거실’, ‘온돌방’, ‘변소’, ‘창고’ 등 팻말을 심어둔 장면이 보인다. 최근 모델하우스가 진짜 사람이 사는 집처럼 공간을 구현하고, 최신 가구·가전·소품 등으로 완벽하게 인테리어해 예비청약자들을 최대한 끌어모아 홍보하는 것과 확 차이난다.
그런데 사진에 찍힌 것이 인터넷 상에서 알려진대로 1970년대에 통용되던 ‘공식 모델하우스’ 형태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땅집고 취재에 따르면 이 사진은 1975년 서울 ‘잠실시영아파트’(현재의 ‘파크리오’) 제 2차분 기공식 때 찍힌 것이다. 서울사진아카이브 홈페이지에는 당시 기공식에 참가한 구자춘 서울시장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이 막대를 들고 바닥에 그려둔 ‘잠실시영아파트’ 평면도를 가리키는 사진이 올라와있다. 즉 분양 전 예비청약자들이 방문하는 모델하우스라기 보다는, 기공식에 방문한 사람들이 아파트 준공 후 주택 내부를 떠올려볼 수 있도록 서울시가 현장에 임시로 그려둔 그림일 것이란 해석이다.
당초 ‘1970년대에는 제대로 된 모델하우스가 없었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1975년 기공식 사진에 ‘옛날 모델하우스’라는 제목이 붙어 떠돌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1970년대에도 모델하우스가 있었다. 대한주택공사(현재의 LH)가 1969년 9월 첫 분양 신청을 받았던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이 국내 최초로 모델하우스를 선보였던 아파트란 기록이 있다.
LH는 신문에 ‘한강맨션’ 분양 광고를 냈다. 광고에 본 단지에 건설할 맨션아파트의 견본주택이 현장에 건립되어 있사오니 왕림하여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썼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LH는 견본주택 건립비로 200만원을 들였다. 당시 ‘한강맨션’ 아파트 27평 분양가가 34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집값의 절반이 넘는 돈을 들여 모델하우스를 짓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것이 혁신적인 마케팅 시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최초의 견본주택’ 발코니에 나란히 서 있는 장동운 대한주택공사 총재와 정일권 국무총리 사진이 남아 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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