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잘나가는 기업들 줄줄이 상륙…성수동 진짜 잘나가네

뉴스 전현희 기자
입력 2022.03.07 07:16 수정 2022.03.07 09:54
[땅집고]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자리잡은 지식산업센터. /전현희 기자


[땅집고] 요즘 잘나가는 패션 플랫폼 기업 중 하나인 무신사는 올 초부터 성수동 옛 CJ대한통운 부지에 신사옥을 짓고 있다. 대지면적 3300㎡, 연면적 2만5000㎡에 지하 6층, 지상 13층 규모다. 2024년 3월 완공 목표다. 무신사 관계자는 “성수동은 입지가 좋은데다 특히 최근 시장을 주도하는 젊은 소비자 트렌드를 가장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상권으로 꼽히는 성동구 성수동 일대가 소호(SOHO·소규모 기업)와 스타트업까지 대거 몰리면서 신흥 업무지구로도 주목받고 있다. 마치 낡은 공장지대에서 스타트업 산실로 변신한 미국 뉴욕 브루클린을 본떠 이른바 ‘한국의 브루클린’이란 평가도 나온다.

성수동은 다리 하나만 건너면 강남 업무지구로 연결되는 데다 월세가 저렴해 스타트업 등 소규모 기업에겐 임대 최적지로 꼽힌다. 레트로(복고) 컨셉트로 젊은 세대를 매료시킨 성수동 상권이 배후에 있어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엔터업계도 둥지를 속속 옮기고 있다. 다만 성수동에는 대기업이 입주할 만한 빈 땅이 없어 테헤란로 같은 대형 업무지구로 확장하기에는 아직까지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IT·문화·패션 업계 성수로 속속 이동

성수동은 준공업지역으로 과거 수제화 산업이 융성했던 지역이다. 하지만 1990년대 경기 침체로 부침을 겪다 2005년 서울숲이 개장한 데 이어 수인분당선 서울숲역이 개통하면서 유동인구가 크게 늘었다. 이를 계기로 성수에는 오래된 공장을 개조한 레트로 콘셉트의 카페·음식점 등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젊은 세대에게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땅집고] 전국 지식산업센터 지도. /알스퀘어


젊은층이 좋아하는 상권이 형성되자, 성수동 일대에는 중소 IT 업체·벤처기업이 몰리기 시작했고, 이를 겨냥한 지식산업센터와 공유 오피스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정보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성수동 지식산업센터는 총 85개로 1위인 금천구 가산동(133개)에 이어 서울에서 두번째로 많다. 공유 오피스도 많다. 패스트파이브와 헤이그라운드는 성수동에 각각 2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KT&G가 운영하는 공유오피스 '상상플래닛', 아주그룹이 투자한 스파크플러스도 성수동에 있다.

최근에는 패션·문화업계를 선도하는 유니콘 기업과 IT 스타트업이 성수동 일대로 잇따라 이전하고 있다. IT기업 크래프톤은 지난해 성수동 이마트 본사 건물(연면적 9만9000㎡)을 매입해 사옥을 포함한 복합빌딩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무신사도 성수동1가 3300㎡ 부지를 매입해 현재 사옥을 짓고 있다. 패션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도 1만8000㎡여 규모의 부지를 매입해 사옥을 짓는 중이다. SM 엔터엔터테인먼트와 차량 공유업체 쏘카는 성수동 D타워에 입주했다.

[땅집고] 최근 성수동 일대에 입주했거나 사옥을 짓는 기업. /탑빌딩 제공


기업 사무실 수요가 증가하면서 빌딩 매매가와 임대료도 오르고 있다. 알스퀘어에 따르면 지식산업센터 ‘서울숲포휴’는 지난해 11월 3.3㎡(1평)당 3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렸다. 2016년 입주 당시 3.3㎡당 1000만원이 안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5년새 3배 가까이 폭등한 셈이다. 알스퀘어 관계자는 “전용 161㎡ 사무실이 2017년 2월 보증금 4730만원에 월세 308만원이었는데 지난달 같은 건물 사무실이 보증금 4900만원에 월세 392만원에 거래됐다”고 밝혔다.

■강남 접근성 좋고 트렌드에 민감한 점이 인기 요인

성수동이 업무지구로 주목받고 있는 데는 마곡이나 가산·구로 등에 비해 강남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 한몫한다. 사업 초기 스타트업은 인프라가 좋고, 벤처캐피털이나 다른 스타트업과 유기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강남이나 판교를 선호한다. 심형석 IAU 부동산학과 교수는 “성수는 성수대교를 건너면 강남까지 차로 10분이면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 기업 선호도가 높다”며 “강남으로 출퇴근을 염두에 뒀던 직원 편의를 고려하면 성수동은 직장으로 적절한 입지”라고 말했다.

[땅집고] 서울 성수동 젠틀몬스터 사옥 공사 현장. /전현희 기자


강남에 비해 작은 사무실이 많은 점도 중소기업이 성수동을 주목하는 이유다. 임양래 탑빌딩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성수동은 단일면적 200평 내외 사무실이 밀집한 반면 테헤란로는 400~600평짜리 대규모 오피스가 많다”면서 “성수동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이 찾는 요충지”라고 말했다.

강남보다 임대료도 저렴하다. 지난해 강남역 일대 공유 오피스에서 성수로 사무실을 이전한 A 사 관계자는 “직원 100명이 공유오피스에 입점할 경우 강남은 1인당 월세가 35만원꼴인 반면 성수는 28만원이면 된다”고 말했다.

성수동이 패션·엔터테인먼트 등 문화 트렌드를 선도하는 지역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이전부터 무신사 스토어는 가로수길이나 압구정처럼 패션과 잘 어울리는 상징성 있는 거리를 중심으로 사무실을 운영했다”며 “성수동은 소비 인구 연령이 낮고 패션과 트렌드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어 미래의 고객이 있다고 생각에 사옥을 옮기기로 했다”고 했다.

■ 대규모 기업 들어서기엔 부지 너무 작아

[땅집고] 성수동 일대 운영 중인 공장. /전현희 기자


다만 한계도 있다. 성수는 대기업이 들어설 만한 부지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 마곡이나 판교는 택지개발지구여서 대기업이 들어설 수 있었던 반면 성수는 빈 땅을 찾기 쉽지 않다. 임 대표는 “대기업이 들어서려면 적어도 1000평 정도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미 시가지가 형성된 상태라 일시에 매입하기엔 어렵다”며 “아직 남아있는 공장 덕분에 성수동 특유의 분위기가 탄생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점이 오히려 성수동이 업무지구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현희 땅집고 기자 imh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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