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35층룰' 깨지자마자 4억 껑충…한강변 단지들 난리났다

뉴스 김리영 기자
입력 2022.03.05 09:41 수정 2022.03.11 14:29

[땅집고]재건축 단지들의 오랜 숙원인 ‘35층 층수 제한’이 폐지 되자 서울 내 대표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들썩이고 있다. 그동안 나와있던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일부 단지는 기존 신고가보다 수억원 비싼 매물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땅집고] 서울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 조인원 기자


지난3일 서울시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지난 10년여 동안 주거용 건축물에 일률적으로 적용했던 ‘층고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높이 규제가 일률적이었던 한강변 등 지역의 획일적인 스카이라인이 크게 변화하면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들의 아파트 경관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76㎡가 3일 31억5000만원에 새 매물로 올라왔다. 이 주택의 지난 1월 27억8000만원에 실거래된 것이 단지 전체의 최고가였다. 직전 신고가보다 4억원 가까이 매물 가격이 껑충 뛴 셈이다.

[땅집고] 잠실주공5단지 호가. / 네이버부동산


잠실5단지 82㎡ 주택형 역시 지난달 28일과 이달 3일 32억5000만원에 각각 새 매물이 등장했다. 지난달은 16일 서울시가 도시계획심의를 열어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정비계획 변경 및 경관심의(안)’을 수정 가결한 영향이 컸다. 이어 3일 층수 제한도 폐지해 새로 올라오는 매물은 모두 31억~32억원대에 호가가 형성됐다.

잠실동 학사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재건축정비계획 심의를 가결하고 잇따라 35층 룰도 해제하면서 나와있던 매물이 다 들어가고 호가도 변경되고 있다”며 “매수 문의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대표 한강변 재건축 추진 단지인 강남구 압구정 현대1차 196㎡는 지난 2월 말 80억원에 거래됐다. 작년 3월 64억원에 팔렸는데 약 10개월 만에 16억원(25%) 상승했다. 또 작년 4월 압구정동 현대7차 245㎡가 80억원에 거래됐는데 더 작은 면적의 주택이 같은 가격에 팔린 셈이다. 서울시 층수 제한 폐지 발표가 나온 직후 4일에는 인근 부동산에 압구정 현대1차 196㎡가 80억5000만원 선에 매물이 나왔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 아파트. / 조선DB


한강변 성수동 전략정비구역 역시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이미 50층 건축은 가능한 지역이다. 지난 2009년 서울시가 한강변의 스카이라인을 바꾸기 위해 전략정비구역에 대해서는 기부채납 비율을 높이는 대신 50층 이상 초고층 건축을 허용했다. 그러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3종 일반주거지역 최고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면서 지난 10년간 건축심의 등의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성수동 트리마제랜드 부동산 관계자는 “성수는 ‘전략정비구역’이기 때문에 원래 50층을 지을 수 있는 곳이어서 오세훈 시장 당선 이후엔 매수세 또는 가격 등에 큰 동요는 없다”며 “하지만 이번 발표 이후 매물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한편 이번 ‘35층 룰’ 규제 완화는 용적률, 사업지 면적 변경 등은 포함하지 않아 재건축 사업성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번 개선안은 전체적인 단지의 용적률은 그대로 두면서 건물의 높낮이만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땅집고] 지난 3일 서울시가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주요 내용. / 조선DB


그럼에도 층수가 높아지면 경관이 크게 변하고 고층일수록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가격에도 반영된다. 단지에 따라서는 가구 수 증가도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이미 서울 내 한강변 단지들은 층수를 최대한 활용해 아파트 경관을 달리하는 후속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지난달 정비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해 준주거지역으로 변경된 곳은 최고 50층까지 건립이 가능해진 상태다. 조합 측은 이번 2040 서울플랜 발표로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도 35층 초과 건립이 가능해진 만큼 계획안을 변경할지에 대해 검토한다고 밝혔다. 강남 압구정 신현대9·11·12차 총 1924가구로 구성된 압구정2구역은 지난 1월 현상설계 공모를 내면서 건축 규모를 최고 49층으로 명시했다.

용산구 이촌동의 한강맨션은 시공사 GS건설이 올해 초 68층 설계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한강맨션의 경우 35층짜리 아파트로 지을 땐 전체 가구 수가 기존 660가구에서 1441가구로 늘지만, 최고 층수가 68층으로 높아지면 적어도 1600가구까지 더 증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수혜지역인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은 추진위를 중심으로 층수 변화에 대한 득실계산에 들어 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층수제한이 없어지는 동시에 용적률이 그대로라면 한강조망권 등을 살리는 설계안이 적용되면서 건폐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며 “속칭 병풍아파트나 홍콩아파트같은 결과를 상당부분 회피할 수 있고 다양한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자체만으로도 재건축을 통한 가치 상승이 클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리영·전현희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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