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교체했는데 새집으로 이사한 느낌이에요. 속도가 빨라지고 쾌적해지니 거짓말 조금 보태서 집에 들어가기 싫을 정도예요. ㅎㅎ.”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대림코오롱 아파트에 거주 중인 A씨는 최근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이런 글을 올려 새로 바뀐 승강기를 자랑했다. 대림코오롱은 총 481가구로, 1998년10월 준공한 25년차 아파트다. 지난해 8~11월 승강기를 교체했다. 당시 이 아파트 외벽에는 ‘경축, 승강기 교체 공사’라고 쓰인 대형 현수막이 내걸릴 만큼 주민들 기대감이 컸다.
승강기안전관리법에 따라 노후 승강기 관리 요건이 강화되면서 오래된 엘리베이터를 세련된 새 제품으로 바꾸는 구축 아파트가 늘고 있다. 고급 마감재와 첨단 시스템을 적용한 새 엘리베이터는 겉보기에도 화려하고 더욱 편리하다. 속도가 빠르고 소음이 적은 편이다. 멈춘 층을 보여주는 전광판과 층수 버튼도 깔끔하다. 미세먼지나 유해가스·탈취관리, 공기정화 기능이 추가된 경우도 있다.
승강기안전관리법에 따르면 15년이 지난 승강기는 정밀안전진단을 받고 추가로 안전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기존 노후 승강기는 첨단 안전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려면 새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연식이 오래된 경우 부품 찾기도 쉽지 않다. 비용은 비용대로 들기 때문에 차라리 최신 엘리베이터로 교체하자는 분위기가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하지 않고도 입주민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도 장점이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관계자는 “승강기 교체를 법적으로 의무화한 건 아니다. 15년 지나면 노후 승강기로 분류하는데, 사용자를 위해 추가 안전장치를 설치하라는 것”이라며 “노후 단지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 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엘리베이터 1대당 교체 비용은 수억원에 달한다. 구축 아파트는 그동안 모아놓은 장기수선충당금(장충금)과 지자체 지원금을 활용해 고급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있다. 장충금이란 입주자대표회의나 건물 관리주체가 주요 시설을 보수·교체할 때를 대비해 아파트 입주자로부터 미리 걷은 돈을 말한다. 장충금이 부족한 단지는 추가로 비용을 모금하기도 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말 기준 준공 15년 이상 수도권 노후 아파트는 총 310만9155가구다. 전체 516만4220가구의 60%에 달한다. 4년이 지난 현재 준공 15년 이상 아파트는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엘리베이터 교체는 기본적으로 한 달 정도 소요된다. 단지 규모나 상황에 따라 석달 이상 걸리기도 한다. 이 때 고층 주민은 불편과 불만을 감수해야 한다. 쌀이나 물 등 무거운 생필품이나 필요한 물건은 미리 배달로 받은 뒤 가벼운 물건만 경비실에 맡아두고 계단을 이용하는 식이다. 임산부나 노약자, 환자는 아예 임시 거처를 마련하거나 외출을 삼가는 경우도 있다. 엘리베이터 교체를 앞두고 있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다리를 다친 고층 입주민이다. 물건을 부랴부랴 사놓고 있는데 아무래도 외출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건물을 오르내리기가 힘들다”며 난색을 표했다.
네티즌들은 노후 단지의 럭셔리 엘리베이터 교체 바람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본다. “어쩐지 요새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를 많이 한다고 느꼈다” “그만큼 낡은 아파트가 많다는 의미” “뭐라도 바꾸니 살기에 쾌적해질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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