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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 뭔데 바글거려?"…평범했던 일산 주택가의 변신

뉴스 고양=김리영 기자
입력 2022.02.28 14:39

[2022 달라지는 상권 지형도] ⑧“여기가 일산의 연남동이에요”…평일에도 북적이는 ‘밤리단길’

[땅집고]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속칭 밤리단길 레스토랑에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김리영 기자


[땅집고] “예약없이 오시면 자리잡기 어렵습니다.”

지난 24일 낮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밤가시마을 인근 브런치 카페. 오전 11시부터 문을 연 이곳은 12시쯤엔 빈 자리가 없었다. 가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그나마 평일에는 30분 이상 기다리면 식사를 할 수는 있다. 주말엔 예약하지 않은 아예 포기해야 한다. 인근 유명 라면 가게도 비슷했다. 오후 1시가 넘었는데 가게 앞에는 손님들이 줄을 섰다. 최근엔 브레이크타임도 없앴다. 오후 1시30분~2시쯤에는 한 카페 앞을 오가는 차량으로 골목이 정체를 빚었다. 주변 카페 대부분은 앉을 자리가 없었다.

최근 일산신도시 정발산동 밤가시마을 일대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속칭 핫 플레이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분위기 좋고 특색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줄줄이 들어서면서 이태원 맛집거리 ‘경리단길’처럼 ‘밤리단길’로 불릴 정도다. 주변에 국립암센터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업무시설이 없고 아파트가 전부인데 평일에도 북적인다. SNS(소셜미디어)로 입소문을 타고 외지에서도 손님들이 모여들고 있다.

■ 밥집·세탁소 있던 평범한 골목의 변신

[땅집고] 일산 밤가시마을 '밤리단길'에 들어선 다양한 가게. /김리영 기자


밤리단길은 정발산동 정발산공원 동쪽과 경의중앙선 풍산역 사이에 자리잡은 단독주택가를 말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 1층 상가, 2~3층 주택이 들어선 전형적인 다가구주택가였다. 지금도 형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원래 밥집·세탁소 등 생활밀착업종이 대부분이었다. 2010년대 초반까지는 유동인구가 드물어 상권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고 빈 점포도 많았다. 일산에선 3호선 정발산역 롯데백화점과 호수공원 배후에 ‘라페스타’, ‘웨스턴돔’ 같은 스트리트형 상가가 인기를 끌면서 대표 상권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스트리트형 상가도 손님이 줄기 시작했다. 고양 삼송동에 스타필드·이케아 등 복합쇼핑몰이 생기면서 경쟁력을 잃은 것.

반면 밤리단길은 3~4년 전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저렴한 임대료가 강점으로 부각되면서 소규모 공방, 원테이블 레스토랑, 기프트숍 등이 하나 둘씩 문을 열었다. 몇몇 맛집은 SNS로 입소문을 탔다. 원테이블 레스토랑 양지미식당으로 시작한 ‘카페 지미스’, 일본식 라면 맛집 ‘계단라멘’, 최근 문을 연 아랍풍 커피 전문점 ‘카페하디르’, 비건 빵집 카페 ‘베이크’ 등은 손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엔 두 집 걸러 한 집 꼴로 카페와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밤리단길이 주목받은데는 경의중앙선 ‘풍산역’ 개통 영향도 크다. 풍산역 인근으로 하늘마을·숲속마을 등 대규모 새 아파트가 조성되고 역 바로 옆 이마트까지 들어서면서 배후 수요가 생겼다. 밤리단길 가게 주인들이 모인 보넷길 상인회 관계자는 “초기에는 빈티지 공방 위주로 보넷길이라는 골목길이 하나 형성됐는데 이후 플리마켓 등을 열면서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레스토랑과 카페가 계속 입점하면서 상권이 확장하고 있다”고 했다.

[땅집고] 밤리단길 점포가 표시된 지도. /고양시


■“밤리단길 성공 요인? 공원과 전철역 낀 골목”

최근엔 밤리단길 건물 가격과 상가 임대료, 권리금도 크게 올랐다. 정발산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평균 3층, 연면적 300㎡ 다가구주택이 대지지분 1평당 1000만~1400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풍산역 인근 대로변 연면적 481㎡ 상가건물은 11억5000만원에 팔렸다. 연면적 316㎡ 단독주택은 2016년보다 약 2억원 오른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보다 가격이 30% 상승했다.

2~3년 전만 해도 연면적 95㎡인 1층 점포 권리금은 1000만원 정도였는데 최근엔 3000만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상인들은 서울에 비해 저렴한 임대료가 강점이라고 말한다. 요즘 가장 핫한 마포구 연남동과 비교하면 보증금은 비슷한데 월세는 절반 수준이다. 밤리단길 일대 1층 점포(95㎡)는 보증금 1000만~2000만원에 월 70만~150만원 정도다. 마포구 연남동 대로변 1층 점포(45㎡)는 보증금 2500만원에 월세 170만원 수준이다.

[땅집고] 밤리단길은 대부분 다가구주택 형태로 1층은 상가, 2~3층엔 주택이 있다. /김리영 기자


하지만 약점도 뚜렷하다. 주차장이 큰 골칫거리다. 1층 점포를 찾는 외부 손님과 2~3층에 사는 주택 입주자가 주차 문제로 다툼이 잦다. 정발산동 주민 이모씨는 “주택 입주민과 가게 주인이 주차 문제로 시비 붙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했다. 고양시는 밤가시마을 인근에 공영주차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밤리단길이 최근 뜨는 상권의 요건을 고루 갖췄다고 분석한다. 주차 한계만 극복한다면 인기 상권으로 자리를 굳힐 가능성이 있다는 것. 공간기획 전문 스타트업인 글로우서울 유정수 대표는 “서울에서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2~3년 만에 침체한 상권도 있지만, 연남동이나 성수동 등 공원과 전철역이 가까운 곳은 2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며 “밤리단길 역시 최근 뜨는 상권의 특징을 고루 갖췄지만 주차난 등 한계를 극복해야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산(고양)=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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