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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사무실을 주택으로?…"아유, 세금 무서워 못해요"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2.02.24 11:57 수정 2022.02.24 18:07
[땅집고] 미국 워싱턴에 빈 오피스 건물을 개조해 만든 고급 아파트. /파크앤드포드 웹사이트


[땅집고] 미국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에 있는 고급 아파트 ‘파크 앤드 포드’. 435가구 규모로 원래 2동 중 1동의 3분의 1이 텅 비었던 낡은 오피스 빌딩이었다. 용도 변경을 통해 임대 아파트로 재탄생했다. 고급스러운 내부 시설과 외관으로 작년 하반기 임대를 시작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장 작은 침실 1개짜리 타입은 한 달에 1700달러(약 203만5000원) 이상이고 큰 침실 2개짜리 타입은 최대 3200달러(약 383만원)다.

개발회사인 로우엔터프라이즈 수석부사장 리즈 거데스키(Godesky)는 “사무실을 주택으로 개조할 때 신축에서 볼 수 없는 손상 콘크리트 보강, 곰팡이와 석면 문제를 해결하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고 했다.

최근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비어있는 사무용 빌딩을 주택으로 바꾸는 트렌드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에서 각종 지원이나 세금을 깎아주면서 더 탄력을 받는 추세다.

[땅집고] 파크앤드포드에 들어선 커뮤니티시설. /파크앤드포드 웹사이트


우리나라 정부도 도심 주택난 해소를 위해 빈 사무실을 주택으로 용도 변경하도록 적극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결정적인 이유는 주택으로 바꾸는 순간 세금이 대폭 늘어나 사업성이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세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공실 오피스를 고급 아파트로 리모델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빈 사무용 빌딩을 주택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 는 부동산 정보업체 야디 매트릭스 자료를 인용해 미국에서는 지난해 오피스 빌딩, 호텔, 상업시설 등 모두 151개 건물이 아파트로 개조됐다고 했다.

코스타그룹(CoStar Group)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 주거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오피스 건물이 1000개쯤 된다. 대부분 건물은 1980년대 이후 지었고 연면적은 9290㎡ 이상이다. 절반 이상은 공실 상태다. WSJ는 “주택 공급이 부족하고 집값과 임대료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간 상황에서 오래된 빌딩은 공간이 남아돈다. 잉여 사무실 건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분석했다.

[땅집고] 고급아파트로 탈바꿈한 파크앤드포드 내부. 쾌적한 주거·커뮤니티 시설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파크앤드포드 웹사이트


지난해 6월 미국 뉴욕주는 임대나 영업 활성화가 어려운 빈 호텔과 사무실을 서민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비영리단체가 낡은 호텔이나 빈 상업용 건물을 서민주택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이에 대한 자금을 주정부가 지원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행정절차를 지원하고 각종 규제도 풀어주고 있다.

빈 상업시설을 주택으로 바꾸는 작업이 가장 활발한 곳은 영국 런던이다. 영국에서는 2013년부터 공실 상가나 오피스의 주택 전환을 허용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2020년에는 개발업체가 사전에 정해진 건축 기준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면 인허가 절차를 과감히 생략했다.

[땅집고] 상업시설을 개조한 코리빙 하우스로 바꾼 서울 종로구 숭인동 맹그로브 1호점. /조선DB


■“우리나라는 세금 무서워 주택 전환 못해”

한국 정부도 도심 내 공실 상가·오피스·숙박시설 등을 리모델링해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독려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월 상가·오피스 등을 임대주택으로 바꾸면 주차장 설치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반년 뒤인 작년 7월에는 이 사업에 나서는 사업자에게 가구당 최대 70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래된 빈 호텔을 코리빙 하우스(공유 주거)로 개조하는 곳이 늘고 있다. 숙박에서 다중생활시설로 용도를 변경하는 것. 1인 가구용 코리빙 하우스 ‘맹그로브’, 코리빙·코워킹 공간 운영 기업 로컬스티치, 국내 공유주택 선두주자로 꼽히는 쉐어원프로퍼티 등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땅집고] 쉐어원프로퍼티가 서울 관악구에 운영하고 있는 공유주택. /쉐어원프로퍼티


그러나 숙박시설이 아닌 일반 상업용 시설을 가진 민간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비용 부담이 큰 탓이다. 오피스나 상가를 주거용으로 개조하려면 내부구조, 바닥난방, 단열재 등을 싹 바꿔야 한다. 여기에 주택으로 용도를 변경하면 세금 부담이 커진다. 이미 취득한 오피스를 주택으로 용도 변경하는 과정에서는 세금이 들지 않지만, 변경 이후 주택을 보유한 상황에서 임대를 놓으면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지는 것.

오피스일 때는 업무용이어서 저율 과세가 되지만 주택은 공시가격에 단일세율 6%를 적용받는다. 개인이 받는 6억원 공제도 받지 못한다. 건설임대주택의 경우 종부세 합산대상에서 빠지는데 용도 변경한 주택은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병탁 신한은행 세무사는 “법인이 빈 상업시설을 주택으로 개조하면 어마어마한 세금을 물게 돼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민간 개발자가 임대수익으로 리모델링 비용과 세금을 충당하기 쉽지 않은 셈이다.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은 “외국에서는 국토 균형발전과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민간 임대주택 건설을 권장한다”면서 “우리나라도 세금을 파격적으로 감면해주지 않으면 사무실이나 상가를 주택으로 바꾸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기람 땅집고 기자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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