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쫓겨나는 곳마다 래미안·자이로…골치 앓는 DL이앤씨

뉴스 장귀용 기자
입력 2022.02.22 07:28 수정 2022.02.22 13:44
[땅집고] DL이앤씨 본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 D타워 돈의문. /조선DB


[땅집고] 최근 DL E&C(DL이앤씨)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서 속칭 뒷문 단속을 제대로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합측과 계약까지 마쳤던 사업장에서 줄줄이 계약 해지를 당하며 경쟁사에 시공권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둘러싸고 조합과 갈등을 빚으면서 쫓겨난 곳이 대부분이어서 DL이앤씨 브랜드 전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 신당8구역 재개발 조합은 내달 초 시공사 재선정을 위한 입찰에 들어갈 예정이다. 조합은 지난해 7월 기존 시공사였던 DL이앤씨와 공사비·브랜드 적용 문제로 갈등하다가 계약을 해지했다. DL이앤씨가 뒤늦게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 적용을 제안했지만 새 시공사를 찾기로 했다.

[땅집고] 서울 중구 신당8구역. /장귀용 기자


신당8구역은 신당동 321 일대에 지하 4층~지상 최고 28층 16동 아파트 1215가구를 짓는 재개발 사업이다. 서울 중구에서 13년만에 공급하는 신축 아파트로 공사비 규모만 약 3000억원이다. 지하철 5·6호선 청구역 역세권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바로 옆에 있는 이른바 학세권이다.

신당8구역 새 시공사로는 삼성물산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측이 지난해 10월 삼성물산에 입찰 참여 의향을 타진했고, 삼성물산도 긍정 검토하고 있다고 회신했다. 신당8구역 조합원 A씨는 “아직 입찰 전이어서 조합이 공식 입장을 낼 수는 없겠지만 조합원들 사이에는 이미 삼성물산으로 기운 분위기”라고 했다.

DL이앤씨가 삼성물산에 시공권을 뺏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사비 3696억원 규모 서초구 방배6구역 재개발 사업장도 지난 12일 삼성물산을 새 시공사로 뽑았다. 방배6구역은 지난해 9월 DL이앤씨와 시공 계약을 해지한 곳이다. 방배6구역 조합도 시공사 계약 해지 직후부터 삼성물산에 입찰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공사비 3000억원이 넘는 서울 알짜배기 재개발 사업장 2곳을 공짜로 얻은 셈이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방배6구역. /네이버지도


DL이앤씨는 서울 이외 지역에서도 이미 확보했던 시공권을 여럿 놓쳤다. 지난해에만 ▲인천 주안10구역 ▲부산 범천4구역 ▲부산 서금사5구역 ▲광주광역시 광천동 재개발 ▲충북 청주사직1구역 ▲경남 창원회원2구역 등에서 줄줄이 계약해지를 당했다. 주안10구역은 DL이앤씨가 재입찰에도 참여했지만 포스코건설이 시공권을 가져갔다.

일각에서는 잇따른 시공사 계약 해지 원인으로 DL이앤씨 브랜드 전략 실패를 꼽고 있다. DL이앤씨는 현재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와 일반 브랜드 ‘e편한세상’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경쟁사들이 서울 강남권 위주로 적용하는 하이엔드 브랜드와 달리 ‘아크로’는 적용 기준이 애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부터 서울 북가좌6구역, 대전 장대B구역 등 수주전이 치열한 곳에서는 지역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크로’를 제안한 탓이다.

실제 DL이앤씨는 서울 신당8구역에서는 ‘e편한세상’을 적용했다가 ‘아크로’를 요구하는 조합과 갈등을 빚다가 결국 계약해지로 이어졌다. 반면 부산 우동1구역과 경기 안양 호계온천지구에서는 ‘아크로’를 제안했다.

업계 관계자는 “DL이앤씨가 해지당한 사업의 시공권을 가져간 곳은 삼성물산(래미안)이나 GS건설(자이)처럼 단일 브랜드 업체가 많았다”면서 “DL이앤씨가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크로를 남발하면서 e편한세상으로 수주했던 단지들의 반발을 불러왔고, 이를 달래기 위해 아크로를 적용해준다고 하면서 브랜드 차별화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DL이앤씨는 현장마다 계약해지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브랜드 전략 자체가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상위 브랜드 전환을 요구했다가 조건이 맞지 않아 조율하는 과정에서 뜻이 맞지 않아 해지된 곳도 있지만, 사업 자체를 뉴스테이에서 일반 재개발로 뒤집는 과정에서 해지된 곳이나 공사비 증액 문제로 해지된 경우도 있다”면서 “부산과 경기 안양 사업장에서 아크로를 제안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어서 기존 계약 해지 사업장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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