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밀어붙였던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삼표산업 레미콘 공장 이전 작업이 무산될 상황에 놓였다. 서울시가 공장 이전에 필요한 부지 매입비 3400억여원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했던 서울숲 동측 주차장 매각 작업을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사실상 백지화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자체 예산을 투입해 땅을 사주지 않는한 당초 오는 6월 말로 예정한 삼표레미콘 이전은 불가능해졌다.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멀쩡한 공원 부지를 팔아서 바로 옆에 또 다른 공원을 만들겠다는 계획 자체가 무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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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삼표산업 공장 부지 매입 자금 마련을 위해 추진했던 서울숲 동측 주차장(성수동1가 643 일대) 매각 절차를 완전히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관계자도 “(서울숲 동측 주차장) 부지 매각에 대해 전혀 준비하고 있지 않고, 논의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박 전 시장 재임 시절인 2017년 토지주인 현대제철, 지상권자인 삼표산업과 성수동 레미콘 공장을 2022년 6월30일까지 이전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당시 박 전 시장은 수용에 필요한 재원을 시유지인 서울숲 동측 주차장 부지를 4400억원에 팔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공유지 매각에 6개월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시가 자체 예산을 투입하지 않는한 물리적으로 오는 6월 말로 다가온 공장 이전 기한을 맞추지 못한다. 서울시가 뒤늦게라도 주차장 부지를 매각할 가능성도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 매각을 밀어붙이던 박 전 시장이 숨진 뒤 사실상 추진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주차장 부지 매각이 처음부터 무리한 계획이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주차장 부지가 원래 서울숲에 속한 공원 부지인데, 이를 팔아서 다시 공원을 짓다는 것은 비용 낭비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역세권인 주차장 부지를 단순 땅값만 받고 팔면 민간 업체가 과도한 개발 이익을 가져가 제2의 대장동 사태가 터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 서울시가 주차장 부지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자, 인근 지역 주민과 기업이 이의제기를 신청하는 등 반발했다. 특히 주차장 부지 바로 북쪽에 1107실 규모 5성급 호텔과 공동주택 2개동(340가구)을 짓는 부영주택 반발이 거세다. 부영주택은 한강 조망을 강점으로 생각해 비싸게 서울시 땅을 샀는데 바로 남쪽에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사업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장 이전 부지에 공원 조성 계획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삼표레미콘 공장은 부지 입구에서 동부간선도로와 강변북로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요지다. 단순히 공원을 만들기에는 아깝다는 것.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숲은 이미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원이다. 여기에 구태여 34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들여 부지를 사들이고, 또 추가로 비용을 들여서 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불필요한 낭비”라면서 “친환경 고부가가치 산업이나 랜드마크 시설 등을 조성할 수 있는 요지인 만큼 부지 활용 방법에 대해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고 했다. /장귀용 땅집고 기자 jim33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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